상단영역

본문영역

트럼프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이 오로지 국내정치용이라는 명백한 증거

  • 허완
  • 입력 2017.12.07 09:13
  • 수정 2017.12.07 10:11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0여년 동안 유지되어 온 미국의 정책 기조를 깨고 이스라엘의 수도가 예루살렘이라고 선언했다. 외교 전문가들, 종교 집단들, 다른 국가의 지도자들, 심지어 상당수의 이스라엘인들조차 반대했지만, 트럼프에게 남아있는 가장 큰 정치적 기반에게는 큰 지지를 얻었다. 바로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다.

예루살렘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 정부가 예루살렘의 주도권을 잡고 팔레스타인 영토로 정착촌을 확대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을 때,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은 미국의 유대인들보다도 더욱 강력한 지지를 보냈다.

그리고 장기적 안보라는 관점에서 서안지구에 팔레스타인 국가가 세워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이스라엘 유대인들이 많은 반면, 미국의 복음주의자들은 성경을 이유로 들며 자신들의 견해를 간단히 정당화해 버린다.

“이스라엘, 땅에 대한 이스라엘의 권리는 히브리 경전의 핵심 주제다. 여러 기독교인들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믿는 신성한 약속과 연결되어 있다.” 댈러스 신학대학의 수석 연구 교수 대럴 보크의 말이다.

2013년에 퓨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82%는 신이 이스라엘을 유대인에게 주었다고 믿는다. 반면 미국 유대인 중 그런 믿음을 가진 사람은 40%에 불과하다.

최근 몇 달 간 트럼프의 지지도는 하락했다. 유권자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트럼프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유지하는 거의 유일한 주요 집단이 되었다. 10월 폭스뉴스 조사에 의하면 백인 복음주의자 66%는 트럼프를 지지했다. 9월의 77%에 비하면 하락한 것이지만, 그래도 전체 유권자 집단에 비하면 거의 30% 높은 수치다.

트럼프는 그들의 지지를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 바 있다. 7월 기독교 방송의 팻 로버트슨과 인터뷰하며 “당신은 엄청난 청취자들을 가지고 있다. 당신들에게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복음주의자들 말이다”고 했다.

여러 해 동안 대선 후보들은 이스라엘의 미국 대사관을 텔 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말해왔지만, 예루살렘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협상에 맡긴다는 기존 정책을 유지했다. 조지 W. 부시가 2001년 취임했을 때도, 버락 오바마가 2009년에 취임했을 때도 그랬다. 1995년에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의무화하는 법이 의회에서 통과되었으나, 부시와 오바마는 6개월마다 유예안(waiver)에 서명해, 이것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확인했다.

부시와 오바마, 2016년 대선 공화당 경선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트럼프도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중동 지역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이 거의 없음을 명백히 드러냈고, 관련 질문이 나오면 자신이 뉴욕에서 열린 이스라엘의 날 퍼레이드를 이끌었다는 말이나 반복하곤 했다.

트럼프 역시 다른 역대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지난 여름 대사관 이전을 미루는 6개월 유예안에 서명했지만,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으며 참모진들에게 대선 공약을 지키고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옮길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이번 발표 전에 트럼프에게 대사관을 옮기지 말라는 조언은 넘쳐났다.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등 여러 국가 지도자들은 트럼프에게 그것이 장기적 평화 협정 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루살렘 영사관을 포함한 중동 지역 미국 대사관들은 폭력 시위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루살렘의 13개 크리스천 교회들(콥트교부터 루터교까지 다양했다)의 성직자들은 트럼프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는 서한을 보냈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복구 불가능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우리는 친구들의 강한 지지를 통해 이스라엘인들과 팔레스타인인들이 협상으로 지속가능하고 정당한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성스러운 도시 예루살렘의 운명을 충족하기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득이 될 것이다.”

심지어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언론에 이번 정책의 중요성을 대단치 않게 보이게 하려고 설명에 나섰다.

“이번 결정은 통치권 경계의 최종 상황 결정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한 정부 관계자가 익명으로 5일 저녁에 말했다.

트럼프도 백악관에서 텔레프롬프터를 읽으며 한 연설에서 비슷한 말을 했다. 그러나 그 연설에서도 그는 자신의 여러 지지자들이 믿는 종교적 주장을 언급했다.

“트루먼 대통령이 재임하던 70년 전, 미국은 이스라엘 국가를 인정했다. 그 이후,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수도로 삼았다. 유대인들이 고대에 건설했던 수도다.”

보크는 이 발언이 복음주의 크리스천들에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금도 여러 기독교인들은 그 약속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있어 이것은 이삭을 통해 아브라함과 유전적으로 연결된 사람들에게 신이 한 약속을 지키는 문제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Diplomats And World Leaders Hate Trump’s Jerusalem Move — But His Base Loves It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국제 #이스라엘 #예루살렘 #도널드 트럼프 #팔레스타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