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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 전 대통령이 후티 반군에 피살된 이후, 예멘 내전은 더 끔찍해질 것이다

  • 허완
  • 입력 2017.12.05 11:07
Yemen's former President Ali Abdullah Saleh attends a rally held to mark the 35th anniversary of the establishment of his General People's Congress party in Sanaa, Yemen August 24, 2017. Picture taken August 24, 2017. REUTERS/Khaled Abdullah
Yemen's former President Ali Abdullah Saleh attends a rally held to mark the 35th anniversary of the establishment of his General People's Congress party in Sanaa, Yemen August 24, 2017. Picture taken August 24, 2017. REUTERS/Khaled Abdullah ⓒKhaled Abdullah / Reuters

예멘 내전을 촉발시킨 한 당사자인 알리 압둘라 살레(77) 전 대통령이 피살됨으로써, 내전의 미래가 더 어두워졌다. 내전에 개입한 모든 세력들 사이를 오가던 그가 사망함으로써, 내전 세력들은 양극화로 더 치달을 전망이다.

살레는 지난 3일부터 수도 사나에서 벌어진 그의 추종 세력들과 후티 반군 사이의 총격전 도중에 사망했거나, 혹은 현장에서 체포되어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나를 점령한 후티 반군과 동맹을 맺었던 살레는 최근 이 동맹을 깨고는 현 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쪽으로 선회할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난 2일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 수니파 동맹국들이 예멘 공격을 멈추고 봉쇄를 종식한다면 사우디 주도 동맹과 “새로운 장을 넘길”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그의 죽음은 사우디 주도 동맹에 가담하려는데 대한 후티 반군의 응징으로 보인다. 후티 반군의 지도자 압둘 말릭 알-후티는 현 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 주도 동맹의 음모를 분쇄했다고 밝혔다.

살레가 사망함으로써 예멘 내전은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살레 추종세력들은 후티 반군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고 있고, 현 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 역시 그 내전 개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살레가 사라짐으로써, 내전 세력들 사이를 타협할 가느다란 연결 고리가 없어졌다.

살레는 1978년 북예멘의 대통령에 오른 이후 두 차례의 내전 등 분쟁을 촉발시키거나 화해시킨 중심 인물이다. 그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편의에 따라 각 세력들과 연대와 배신을 거듭했다. 살레는 1990년 남예멘과의 통일을 성사시킨 반면, 현재 내전의 근원인 후티 족에 대한 탄압을 주도했다. 살레의 명령으로 후티족 운동의 지도자 후세인 바드르 알딘 알 후티가 지난 2004년 암살됐다.

이에 후티 반군들은 지나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살레 정부에 대한 반란을 벌여왔다. 후티 반군들은 지난 2011년 아랍의 민주화 운동 사태인 ’아랍의 봄’ 때 장기집권한 살레를 축출하는데 공헌해, 당시 부통령인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현 대통령을 집권하게 했다.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

축출된 살레는 다시 권력에 복귀하려고 후티 반군과 손을 잡아, 후티 반군이 2014년 9월 사나를 점령하는데 기여했다. 시아파인 후티 반군의 득세는 사우디의 개입을 불렀다. 사우디는 중동에서 패권을 다투는 시아파인 이란의 영향력이 자신의 뒷마당인 예멘에서도 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아랍 수니파 국가들과 동맹을 조직해 예멘 내전에 본격적으로 개입했다.

사우디의 개입으로 예멘 내전이 국제전으로 비화된 뒤에 살레는 후티 반군 뒤에 숨어서도 사우디 쪽과 협상할 의사를 계속 보냈다. 그는 자신의 아들 아메드 알리를 권력에 참가시키는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사우디의 새로운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은 2015년 그의 아들 알리를 만나고서는 살레에 대한 불신이 증폭됐다. 두 사람은 주먹다짐 직전까지 갔다고 전해진다.

내전이 교착상태에 빠진 2016년 말부터 살레와 후티 반군의 동맹은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살레는 사우디 쪽으로 더욱 기울었다. 최근 들어 살레는 후티 반군과 갈라설 것이라고 발표했고, 살레 추종 세력들은 사나 남부를 장악했다. 사우디는 후티 반군에 대한 ‘혁명’을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후티 반군들이 지난 3일부터 사나에서 살레 세력들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펼쳐, 결국 살레는 사망했다. 사우디 주도 동맹은 후티 반군의 공세를 막으려고 대대적인 공습을 펼쳤으나, 살레의 자택은 후티 반군에 의해 점령된 것으로 알려졌다. 살레와 추종 무장세력들은 사나의 고향인 산한으로 도피하려다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후티 반군은 살레 세력을 완전히 구축함으로써, 사나 일대에 대한 장악력을 더욱 강화하게 됐다. 사우디로서는 타협의 여지가 없어지게 됐다. 군사 개입을 강화할 선택지만 남았지만, 이는 지난 2년반 동안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후티 반군이 살레 세력을 사나에서 축출할 때 사우디의 군사적 도움이 별 효과가 없다는 것에서 드러난다.

살레는 분열을 조장한 인물이었으나, 또한 타협을 중재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인물이었다. 그의 죽음으로 내전의 양극화가 더 깊어지게 됐다고 <비비시>는 평했다.

살레가 촉발한 내전으로 그동안 8670명이 숨지고, 4만9960명이 부상당했다고 유엔은 집계했다. 2070만명이 인도적 구호 대상이 되는 등 최대의 식량위기가 엄습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콜레라의 창궐로 2211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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