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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거대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최신유행을 빠르게 따라잡는, '역대 최상급의 스펙'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았으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취약한 젊은이들. 이들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출생자)는 전세계가 지금까지는 찾아보지 못하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에어비앤비가 만드는 공유도시④]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최신유행을 빠르게 따라잡는, '역대 최상급의 스펙'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았으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취약한 젊은이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하며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이들을 이르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출생자)는 전세계가 지금까지는 찾아보지 못하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영미권에서는 이들을 주목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한국에서도 서서히 주목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 중 흥미로운 조사결과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온라인 호텔예약 사이트 호텔스닷컴은 전세계 밀레니얼 6788명(한국인 300명 포함)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행 버킷리스트' 설문 이다 응답자의 35%가 유명 관광지보다는 작은 지방도시를 방문하고 싶어한다고 답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거리 여행하기(35%), 독특한 거리 음식 체험하기(33%), 새로운 언어와 기술 습득하기(33%) 등의 항목이 파리의 에펠탑, 중국의 만리장성 등과 같은 유명 관광지에 대한 선호를 앞섰다. 특히 한국인 응답자는 △독특한 거리 음식 체험하기(47%)가 1위를 차지했으며 뒤이어 △여행지에서 저녁거리를 구해 직접 만들어 먹기(40%) △친구 혹은 가족과 작은 시골마을을 걸어서 여행하기(33%) 등을 골랐다.

이는 일반 가정집을 활용한 호스트의 환대서비스를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 낸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의 폭발적인 성장과 그대로 맞물리는 조사 결과다. 밀레니얼이 원하는 여행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독특한 여행 경험을 원하는 이들은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전형적인 관광을 원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관광지에 위치해 있는 대형 호텔보다는 남들이 잘 모르는 골목길 안에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 들어가 그 지역 사람들이 즐기는 로컬 문화를 즐기려 한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면 집 주인인 호스트로부터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주변의 특별한 곳을 소개 받을 수 있다. 밀레니얼 트렌드를 기반으로 세계 관광의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에어비앤비가 그 흐름을 타고 있는 셈이다.

에어비앤비는 이런 트렌드를 포착해 지난해 11월, 숙박공유에 이어 개인의 경험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 트립'을 시작했다. 지난 11월16일 트립 1주년을 맞아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시작 당시 12개 도시 500개의 트립으로 시작해 현재는 40개 이상의 도시에서 3100개 이상의 트립이 플랫폼에 등록되어 있다. 트립 게스트의 주간 이용 숫자는 지난 1월 이후 지금까지 20배 증가했으며, 이들은 평균 55달러를 지불했다. 이와 관련, 트립 예약의 29%가 식음료 카테고리에서 이뤄졌으며 3분의 2 정도가 35살 이하인 것으로 나타나는 등 밀레니얼과 미식가가 에어비앤비 트립의 성장을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여행자들은 개성 있는 숙소에서 묵고 싶어하고, 현지인처럼 도시를 체험하고 싶어한다.

밀레니얼이 만들어내는 강력한 트렌드는 관광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특별한 존재인 중국과 연결되면서 더욱 큰 파괴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중국인 밀레니얼 세대는 세계 관광의 흐름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꿔낼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이들을 두고 "중국인 밀레니얼 부대(An army of Chinese Millennials)"라 표현하며 이들을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18~34살에 해당하는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은 2016년 기준 전체 여행의 60%를 차지했으며, 1500억 달러 이상 사용했다. 마스터카드 전망에 따르면 이들 중국인의 해외여행 증가율은 2021년까지 8.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세계 관광 성장률의 2배 이상 빠른 속도다. 4억명에 이르는 중국인 밀레니얼 세대는 이 성장률에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중국인 밀레니얼 세대 역시 미국과 유럽의 밀레니얼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어느 때보다 중국의 경제적 위치가 높은 시기에 등장한 세대이면서, 소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어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 최고전략책임자(CSO)이자 중국 사업부 대표를 맡고 있는 네이선 블레차르지크(Nathan Blecharczyk)는 지난 11월9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에어비앤비 사업 그리고 숙박공유업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라며 "중국인은 미국인보다 해외여행에 훨씬 더 큰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젊은 인구를 기반으로 한 중산층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밀레니얼 세대의 행동 양태는 단지 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성세대 역시 밀레니얼 세대 만큼 빠르게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밀레니얼 세대를 따라잡을 일은 없겠지만, 디지털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는 등 '밀레니얼적' 행동양식에 적극 동참한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밀레니얼의 중요성은 한국에서 '인구 비중 20% 수준(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만 20~34살 기준)'이라는 인구 비중 수준으로 그치지 않는다. 또한 미국 등 선진국의 밀레니얼 트렌드와 소셜미디어로 손쉽게 결합되며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 같은 밀레니얼의 트렌드는 우리 도시가 새로운 관광 트렌드를 받아들이기 위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힌트를 준다. 역사적 독특함이 살아 있는 작은 골목길의 다양성을 살릴 것인가, 아니면 땅을 밀어 거대한 필지에 현대식 빌딩을 지어 올릴 것인가. 호텔 같은 대형 사업자를 키울 것인가, 아니면 에어비앤비 같은 소규모 자영업자의 다양함을 북돋울 것인가. 이 선택의 결과가 한국 관광산업의 미래에 큰 획을 그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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