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총정리] 영국과 EU의 '브렉시트' 1차 협상 타결이 실패한 드라마틱한 사연

  • 허완
  • 입력 2017.12.05 08:47
  • 수정 2017.12.05 09:46
British Prime Minister Theresa May (L) and European Commission chief Jean-Claude Juncker give a press conference as they meet for Brexit negotiations on December 4, 2017 at the European Commission in Brussels. British Prime Minister Theresa May meets European Commission chief Jean-Claude Juncker on December 4 as an 'absolute' deadline to reach a Brexit divorce deal expires. / AFP PHOTO / JOHN THYS        (Photo credit should read JOHN THYS/AFP/Getty Images)
British Prime Minister Theresa May (L) and European Commission chief Jean-Claude Juncker give a press conference as they meet for Brexit negotiations on December 4, 2017 at the European Commission in Brussels. British Prime Minister Theresa May meets European Commission chief Jean-Claude Juncker on December 4 as an 'absolute' deadline to reach a Brexit divorce deal expires. / AFP PHOTO / JOHN THYS (Photo credit should read JOHN THYS/AFP/Getty Images) ⓒJOHN THYS via Getty Images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Brexit)' 1차 협상이 타결에 실패했다. 여러 쟁점 중 아일랜드 국경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기존 요구사항을 이미 상당히 양보했다는 평가를 받는 영국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4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오찬을 함께 하며 일종의 담판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협상은 영국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협상 과정

협상이 여기까지 오는 데까지도 적지 않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동안 영국은 ①EU 탈퇴 조건, ②탈퇴 후 영국-EU 관계(무역, 국경 등)를 동시에 협상하자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EU는 탈퇴 조건에 합의(1차 협상)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맞섰다. 브렉시트 이후의 영국-EU 관계에 대한 협상은 1차 협상이 마무리 돼야 시작될 수 있다는 것.

결국 협상 첫날이던 지난 6월, 영국은 EU의 요구를 전적으로 받아들였다. 당시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EU에 "굴복"했다고 평가했다.

그렇게 1차 협상이 시작됐다. 그러나 영국을 뺀 나머지 EU 회원국들은 지난 10월 정상회의에서 '그간의 1차 협상이 충분하지 않다'며 2차 협상 시작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EU는 14일~15일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불과 열흘 뒤다.

따라서 이날 메이 총리와 융커 집행위원장의 협상은 '최종 담판' 성격이었다. 급한 쪽은 물론 영국이다. EU 정상회의 전까지 서둘러 1차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했기 때문. 브렉시트 날짜가 확정된 상황에서 아무런 합의 없이 무작정(no deal) EU를 떠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작용했다. (물론 '노딜 브렉시트'의 최대 피해자는 영국일 수밖에 없다.)

메이 총리는 이날 협상에서 이른바 '이혼합의금' 문제 같은 이슈에서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번복하고 상당부분을 양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정부 관계자는 브렉시트 이후 유럽 사법재판소(ECJ) 사법권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 아일랜드 국경 문제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아일랜드 국경 문제는 더 큰 논란을 부르고 있는 형국이다. 메이 총리가 한 발 물러섰음에도 협상 타결에도 실패한 데다 영국 내 각 진영에서 서로 다른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

아일랜드 국경 문제

아일랜드섬은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 아일랜드로 나뉘어져 있다.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에는 국경선이 그어져 있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물리적 장치가 없다. 500km에 달하는 국경선을 가로질러 서로 자유롭게 왕래해왔던 것. 유혈 충돌 끝에 맺어진 벨파스트 협정(1998년)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영국이 EU를 떠나기로 결정하면서 이 국경선이 이슈로 떠올랐다. 영국(북아일랜드)과 아일랜드가 '같은 EU 회원국'에서 거의 완벽한 '남남' 사이가 되기 때문.

아일랜드 정부는 20여년 간 평화적으로 유지되어 온 이 '소프트' 국경선이 브렉시트 이후 '하드' 국경으로 대체될 것을 우려해왔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메이 총리는 영국이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single market)에서 완전히 이탈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하드 브렉시트'다. 이럴 경우, 이 국경선을 지금처럼 '소프트'하게 놔두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게 된다.

이에 따라 아일랜드 정부는 영국 정부에 북아일랜드를 지금처럼 EU 관세동맹에 남겨둘 것을 요구했다. 반면 메이 총리는 북아일랜드만 특별히 다룰 수 없다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이날 유출된 합의문 초안에 따르면, 메이 총리가 입장을 번복해 아일랜드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더라도 아일랜드섬 내에서는 '규제 일치(regulatory alignment)'가 보장되도록 하겠다는 것.

이 문서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와 영국은 "합의된 대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영국은 아일랜드섬에서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있어) 규제 일치가 계속되도록 할 것"이라는 데 합의했다.

이 내용대로라면 북아일랜드만 브렉시트에서 쏙 빠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EU관세동맹 잔류와 단일시장 지위 유지가 보장되는 것이기 때문. '아일랜드 국경 문제'는 이 지점에서 또 새로운 난관을 마주하게 된다.

왜 북아일랜드만?

이같은 합의 사실이 알려지자 내부에서부터 반발이 나왔다. 메이 총리의 보수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보수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은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수반이기도 한 DUP 대표 알린 포스터는 "북아일랜드는 영국 나머지 지역과 똑같은 조건에 따라 EU를 떠나야 한다"며 "우리는 어떤 형태의 규제 차이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DUP는 북아일랜드의 영국 연방 내 지위 유지를 강하게 주장하는 통합주의(unionist) 정당이며,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지난 6월 총선에서 10석을 확보했고,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보수당과의 연정에 참여했다.

반대 목소리는 다른 쪽에서도 나왔다. 애초 브렉시트 반대가 압도적으로 우세했던 스코틀랜드와 런던이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니콜라 스터전(스코틀랜드국민당;SNP)과 사디크 칸 런던시장(노동당)은 '우리도 북아일랜드와 똑같은 특별한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영국 내 일부 지역에서 EU와의 규제 일치 및 실질적으로 (EU) 단일시장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면(그건 북아일랜드에게 올바른 해법이다) 다른 곳도 그렇게 하지 못할 아무런 실질적 이유가 없다.

영국 일부 지역이 브렉시트 이후에도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남아있는 게 가능하다고 메이 총리가 인정한 거라면, 이건 런던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런던 시민들은 투표에서 압도적으로 EU에 남겠다고 했고, 런던에 대한 이와 비슷한 협상은 수많은 일자리를 보호할 수 있다.

카륀 존스 웨일스 자치정부 수반(웨일스 노동당)도 나섰다. 역시 '왜 우리는 안 되냐'는 얘기다.

영국 일부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친절한 대우를 받도록 해서는 안 된다. 영국 일부 지역이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계속 남아있도록 허용된다면, 우리 (웨일스) 역시 같은 제안을 받길 희망한다.

협상은 계속된다

물론 반론도 있다. 메이 총리가 북아일랜드의 EU 단일시장 지위 유지·관세동맹 잔류를 완전히 인정한 건 아니라는 반박이다. 협상 타결을 위해서 해석의 여지가 많은 애매모호한 용어를 전략적으로 사용했을 뿐이라는 것.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의 트윗을 인용하며) 메이 총리는 북아일랜드가 관세동맹/단일시장에 남을 것이라고 인정한 게 아니다. 이 '(규제) 일치'라는 건 전형적인 EU식 임시방편이다. 양쪽 모두 양보를 했고, 그러나 아일랜드는 분명 확고한 약속을 요구하던 것에서 물러났다. 2019년 최종 브렉시트 협상이 되어 봐야 분명해질 것이다.

북아일랜드를 위해 '차이를 두지 말하야 한다(no divergence)'는 애초의 요구 - 이건 EU 시스템 내에 잔류한다는 뜻이 될 수도 있는데 -는 '일치(alignment)'로 바뀌었다. 후자는 누구에게든 어떻게든 해석될 수 있다. 그게 바로 EU가 작동하는 방식이며, 항상 근소하게 재앙을 피하는 방법이다.

종합하면, 오늘 협상이 잘 끝난다면(그렇게 되겠지만) 다음주 EU정상회의에서 확실히 "중대한 진전"이 이뤄질 것이다. 그리고 나면 브렉시트의 어려운 부분이 남는다. 무역 협상.

실제로 메이 총리는 아일랜드 국경 문제를 영국-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연계하겠다는 계획이다. 북아일랜드가 영국 나머지 지역과 똑같이 EU를 완전히 탈퇴하더라도 향후 영-EU FTA 협정을 통해 '하드' 국경 만큼은 피하겠다는 것. 일종의 우회로인 셈이다.

메이 총리와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번주 내로 다시 만나 1차 협상 타결을 모색할 계획이다. 융커 위원장은 "(오늘 협상은) 실패가 아니다"라며 "EU 정상회의 전까지 '충분한 진전'에 도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 모든 이견과 난관과 반발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협상은 계속된다는 얘기다. '브렉시트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