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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모자랐지만 썰물이 살렸다" ‘인천 낚싯배' 에어포켓 생존자 증언

  • 김원철
  • 입력 2017.12.04 09:25
  • 수정 2017.12.04 09:28

“파도가 좀 세게 치는구나 싶었는데 갑자기 꽝 소리가 나더니, 배가 그냥 바로 뒤집혔어요.” ‘영흥도 낚싯배 전복 사고’ 생존자 이아무개(33)씨는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순식간에 배 안으로 물이 들어차면서, 배 밖으로 빠져나가거나 사고를 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3일 새벽 인천 앞바다에서 낚싯배 ‘선창 1호’가 급유선과 부딪혀 뒤집히는 사고가 일어나 22명 중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이씨는 구조된 7명 중 한 명으로, 낚시를 자주 다녔던 친구 두 명과 함께 평소처럼 낚싯배에 올랐다. 그러나 배가 부두를 떠난 지 9분 만에 사고가 발생했다.

이씨와 친구 두 명은 선창1호 내부 조타실 안에 형성된 에어포켓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에어포켓은 배가 뒤집혔을 때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공기가 배 안에 남아 숨을 쉴 수 있는 곳을 말한다. 해경의 설명에 따르면, 선창1호는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재질로 만들어져 급유선과 충돌한 뒤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일부는 수면에 떠 있었다고 한다.

해경 구조대원이 전복된 선창1호 선내에서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인천해경 제공

“물이 덜 찼던 거니까요. 제 생각에는 바다가 조금만 더 깊었어도 (물이) 찼을 것 같아요. 꼭다리가 저희 머리만큼 남아있었으니까요. 신고한 지 한 시간이 지나도 (해경이) 못 오고 그런 상황이었어요. 하여튼 (해경이) 왔어요. 왔을 때 저희는 숨이 안 쉬어졌어요. 공기가 모자라서 다들 헥헥대고 있었어요.”

마침 이씨의 친구는 물에 닿아도 고장이 없는 방수폰을 쓰고 있었다. 오전 6시10분께 방수폰을 사용해 경찰(112)에 신고했다. 핸드폰 앱을 이용해 위치정보시스템(GPS)의 사진을 찍어서 사고 발생 위치를 문자로 전송했다.

이씨의 말에 의하면, 때마침 썰물로 물이 빠지면서 모자랐던 공기가 에어포켓 안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조타실에 차오른 물이 점차 빠지기 시작하자 시야에 선장실 입구가 들어왔다. “물이 살짝 빠지니까 선장실 입구쪽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밖에서 들리겠다 싶어서 소리를 질렀어요. ‘여기 사람있어요!’ 했더니 (외부에서) ‘어, 여기 사람있어요!’ 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이씨는 “탈출하고 시계를 보니 8시 30분쯤이었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뒤 두 시간이 훌쩍 지난 시점이다. 이씨는 병원에서 검사를 마친 뒤 퇴원해 집으로 돌아온 상태다. 그는 “돌아가신 분들이 참 안 됐다. 불가항력적으로 갑자기 사고가 난 거라 대피할 시간도 없었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생존자 7명 가운데 물에 빠진 4명은 급유선 선원들에 의해 구조됐다. 해경은 3일 크레인 바지선을 이용해 현장에 침몰한 낚싯배를 인양해 배 안을 수색했지만 실종자 두 명은 아직 찾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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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천낚싯배 #에어포켓 #생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