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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에이즈의 날'에 대한민국 국회에서 벌어진 일 (영상)

  • 허완
  • 입력 2017.12.02 11:11
  • 수정 2017.12.02 11:23

꼭 30년째를 맞이한 '세계 에이즈의 날'이었던 1일,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에이즈 예방 캠페인을 빙자한 반(反)동성애 행사가 버젓이 열렸다. 자유한국당 성일종·윤종필 의원과 국민의당 조배숙·이동섭 의원 등도 참석해 마이크를 잡았다.

뉴스앤조이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국회에서는 '디셈버 퍼스트'라는 행사가 열렸다. 한국가족보건협회와 성일종 의원실이 주관하고 에이즈퇴치연맹제주지회, 청소년보호연맹광주지부, 대구광역시약사회 등이 주최한 행사였다.

얼핏 평범한 에이즈 예방 캠페인처럼 보이는 이 행사는 기독교 반(反)동성애 운동 진영이 마련한, '동성애 타도'에 가까운 자리였다. 일례로 조영길 변호사(법무법인 아이앤에스)의 개회사는 다음과 같았다.

"인권 보도 준칙 때문에 AIDS와 동성애의 연관성을 보도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진실을 말하면 세상은 혐오, 인권침해라고 하면서 매도한다. 동성애 독재 시대, AIDS 독재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세계적으로 에이즈 환자가 감소추세에 있지만 유독 대한민국만 증가추세에 있다"면서 "국내 에이즈 환자의 92%가 남성인데, 남성 간 성접촉에 의해 주로 에이즈가 감염되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공식 자료에도 분명하게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 공식 입장 및 집계에 따르면, 그의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에이즈는 동성애자들만의 질병이 아니다"라며 "이성간 또는 동성간에 관계없이 항문성교, 질 성교, 구강성교 등의 성행위를 통해서 감염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통계상으로도 지난해 집계된 신규 HIV/에이즈 감염인(내국인) 중 이성간 접촉에 의한 감염이 54.4%로 동성 간 접촉(45.6%)에 비해 많았다.

이 두가지는 이미 반복적으로 지적됐던 대표적인 '허위 주장'들이다. HIV/에이즈 감염률을 낯주려면 이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조장하는 대신, 낙인과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그러나 성 의원은 "한국의 질병관리본부는 에이즈에 감염된 동성애자들이 이성 간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라고 거짓 체크한 것만 듣고 제대로 심각성을 알리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가하면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건강하게 사는 것도 인권이다. 그렇다면 에이즈 확산의 정확한 경로를 아는 것도 인권"이라며 "청소년을 위해서,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에이즈 확산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 적극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교회 장로'로 소개한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은 다음과 같이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 청소년이 점점 에이즈에 많이 감염돼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된다. 김지연 대표님을 비롯한 여기 모인 모두가 함께 노력해 주셔서 건전한 성문화, 우리가 또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 아닌가. 동방예의지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통탄할 일이다. 하나님 입장에서 보더라도 창조 섭리를 거스르는 거다. 크리스천 중심으로 해서 에이즈 예방하고 동성애 예방도 같이 하자는 말씀 드리고 싶다."

행사가 시작할 때부터 발언권을 요청하던 HIV/에이즈 인권단체 회원들은 주최 측과 10여분 가량 실랑이를 벌인 끝에 발언시간 1분을 얻어냈다.

마이크를 잡은 윤가브리엘 HIV/AIDS인권연대나누리+ 대표는 "두려움과 혐오를 조장하는 방식"으로는 에이즈를 예방할 수 없다며 절규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냈다.

주최 측 관계자인 한효관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는 "뉴스앤조이·오마이뉴스·닷페이스는 이 분 발언을 기사화하지 말라. 분명히 얘기했다. 이분 발언은 국민일보에도 나가면 안 된다. 내부에서만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뉴스앤조이는 전했다.

윤 대표의 '1분 발언'은 위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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