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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핵심측근 플린이 '러시아 특검'에 혐의를 인정했다. 트럼프는 매우 걱정스러울 것이다.

  • 허완
  • 입력 2017.12.02 06:11
  • 수정 2017.12.02 07:08

미국 트럼프 정부 초기 '안보사령탑'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지내다 '러시아 스캔들' 연루 의혹으로 낙마했던 마이클 플린이 마침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는 1일(현지시각) 러시아 정부와의 접촉 사실을 FBI에 허위 진술한 혐의를 시인했다.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에겐 큰 성과다.

이날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출석한 플린은 FBI 조사관에 허위 진술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트럼프 정부의 전현직 인사가 이 사건으로 기소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플린이 백악관 내 국가안보 최고위직을 지냈다는 점에서 이번 기소의 파문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뮬러 특검팀의 기소장을 보면, 플린은 트럼프 취임 불과 나흘 뒤인 1월24일 FBI 조사관에게 "고의로, 의도적으로 실질적으로 거짓되고 조작되고 부정한 진술"을 했다. 그는 당시 FBI 조사에서 주미 러시아 대사에게 오바마 정부가 지난해 12월 채택한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를 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한 적이 없다는 거짓 진술을 했다. 또 그는 지난해 12월22일 러시아 대사에게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안을 무산시키거나 연기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에 대해서도 거짓 진술을 했음을 시인했다.

러시아 측과의 접촉과 관련해 플린이 여러 건의 혐의로 기소될 수 있었음에도 그가 단 한 가지 혐의(허위진술)로 기소됐다는 사실은 그가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대가로 나머지 혐의에 대해 기소를 면하는 '플리바기닝'을 했음을 보여준다. 향후 계속될 수사에서 더 많은 게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AP와 워싱턴포스트는 또 플린이 지난해 트럼프 인수위원회 관계자로부터 지시를 받고 러시아 정부 측과 접촉했음을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의 '몸통'이 따로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날 기소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 존 다우드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입장이 없다. 충분히 알지 못한다. 기소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백악관 변호인 타이 콥 역시 이번 진술은 플린 본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플린이 거짓 진술을 했다는 사실은 그가 백악관에 (러시아 측 접촉 사실에 대한) 거짓 진술을 했다는 사실과 일맥상통하며, 그는 그에 따라 2월에 해임된 바 있다"고 밝혔다. "유죄 인정이나 기소에 대한 그 어떤 것도 플린 말고 다른 이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

뉴욕타임스는 지난 11월 플린의 변호인 로버트 켈너가 트럼프 측 법률팀과 더이상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플린이 뮬러 특검팀에 적극 협조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ABC뉴스에 따르면 켈너는 이후 수사관들과도 따로 만났다.

플린의 기소는 뮬러 특검팀이 트럼프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던 폴 매너포트와 전직 측근 릭 게이츠를 12가지 혐의로 기소한 것에 이은 또 하나의 성과다.

지난 10월 특검팀은 트럼프 선거캠프에서 고문을 지냈던 조지 파파도풀로스와 '플리바기닝'에 합의하기도 했다. 그는 선거 당시 러시아 측으로부터 힐러리 클린턴에게 '흠집'을 낼 정보를 제안 받았으며, 캠프 고위 관계자와 러시아 측의 만남을 주선하려 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당시 후보였던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만남을 주선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금까지 기소된 인물들은 트럼프의 선거캠프에 몸 담았던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플린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공식 직책을, 그것도 고위직을 맡았던 이들 중 첫 번째로 기소된 인물이다. 백악관이 뮬러 특검팀의 수사와 거리를 두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트럼프가 전격 해임한 이후, 코미 전 국장은 청문회에 나와 트럼프가 플린에 대한 FBI 수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플린은 당시 러시아 대사 세르게이 키슬략과 만난 사실을 숨기려 허위 진술을 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지난 2월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그는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선거개입 공모 혐의에 대한 여러 건의 수사에서 집중 조사를 받아왔다.

그는 러시아 측과의 비즈니스 거래, 금전적 관계, 터키 정부 측의 요청에 따라 로비스트로 활동했다는 혐의 등을 받았다.

핵심은 러시아 정부 측과의 관계다. 그는 트럼프 당선 이후 인수위 기간 동안 키슬략 러시아 대사와 제재 해제 등에 대해 논의한 것을 포함해 여러 차례 러시아 정부 측 인사들과 접촉한 사실을 숨겼다.

또 그는 푸틴과 트럼프 측의 '비밀 연락채널'을 개설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에도 참석했다. 당시 이 회의에는 현 백악관 선임고문이자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도 참석했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Former Trump Adviser Michael Flynn Pleads Guilty In Special Counsel’s Russia Investigation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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