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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돔을 싫어하는 남성들을 위한 HIV 예방 영상을 만든 이유(후방주의)

  • 김도훈
  • 입력 2017.12.01 12:16
  • 수정 2024.03.27 16:36

제약회사 길리어드가 트루바다 광고를 시작했지만,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제약회사답게, 사회적으로 받아들이는 성적 취향을 반영한, 스톡 포토와 작은 활자를 사용한 재미없는 광고였기 때문이다.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애널 섹스를 좋아하는 남성들을 위한 예방 전략들의 홍보 활동은 새까맣게 탄 토스트 정도의 섹시함 밖에 없었다. 게이 영화제작자인 나는 변화를 일으키려던 서투른 시도들을 지켜봐왔다. 4년 동안 홍보해 왔지만, 안타깝게도 질병 예방 센터 기준에 부합하는 남성들 중 약을 복용하는 비율은 4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좀 더 대담하고 섹시한, 게이 섹스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킥스타터에서 어느 정도의 돈을 모았고(엄마 고마워요!), 내가 떠올릴 수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영상 시리즈를 만들었다. 발가벗은 남성들(그리고 최소 여섯 개 국적의 배우들), 섹스 토이, 본디지, 반짝이가 가득 든 콘돔이 폭발하는 모습, 립 싱크, 상스러운 단어들, 소변 검사 컵에 든 레몬 젤리를 서빙하는 드랙 퀸 등이 등장한다. 일부러 유튜브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노골적으로, 고등학교 성교육 광고와는 최대한 거리가 멀게 만들었다. 나는 공중 위생국이나 제약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논란을 피할 필요가 없다. 나는 PrEP로 가장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시장, 즉 콘돔을 싫어하는 남성들을 직접적으로 공략했다. 그들에게 주목 받고 우리가 그들을 이해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첫 장면에서는 활동가 에릭 폴 루가 이제까지의 HIV 예방 영상에서는 한 번도 한 적 없는 일을 시도했다. 콘돔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들을 나열한 것이다.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섹스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지금도 터부시되고 있다는 것은 나도 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이제까지 PrEP가 널리 퍼지지 않았다는 역설을 해결해준다고 생각한다. PrEP는 콘돔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의 가장 좋은 전략이지만, 이제까지 단체들은 PrEP에 대한 교육이 콘돔 없는 섹스를 장려하는 것으로 보여선 안 된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있었다. 콘돔을 쓰지 않는 건 좋지는 않다, 그리고 우리가 거기에 수치심을 이토록 많이 덮는다면 의사에게 가서 말하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도 숨어 있다. PrEP는 위험 감소를 위한 약이지 위험 제거 약이 아니다.

콘돔만 사용하는 전략이 HIV 확산을 막는데 효과가 있었다면 PrEP는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내가 이런 노선을 취하게 만든 충격적인 통계는 질병 예방 센터가 2013년에 발표한, 게이 남성들 중 늘 콘돔을 쓰는 사람이 16.9%에 불과하다는 자료였다. 이 수치는 여러 해 동안 계속 하락세였다. PrEP가 없을 때였는데도 그랬다. 우리가 HIV를 이기려면 우리는 83.1%에게 말해야 한다. 재치있는 광고판을 또 하나 설치하면 그들이 갑자기 콘돔 사용을 철칙으로 여기게 될 거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콘돔을 집에 두고 왔든, 몸에 잘 맞지 않든, 느낌이 떨어지든…… 예방은 이런 문제들을 무시하지 않고 감안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안전한 섹스의 종말’이라며 손을 부들부들 떠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안전한 섹스라는 말의 정의가 진화했고, 게이 문화 역시 그에 따라 진화해야 한다. 질병 예방 센터 역시 ‘위험한’(unprotected, 보호 받지 않은)이라는 단어 대신 콘돔을 쓰지 않았다(condomless)는 말을 사용한다.파트너를 한 명 둔 사람이든, 백 명 둔 사람이든, 자신의 건강을 위해 가장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데에 가치판단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

분명히 말해두는데, PrEP 프로젝트는 콘돔 반대 운동이 아니다. 섹스를 할 때마다 콘돔을 쓰는 건 아주 좋다고 생각하고, 그러길 권한다. 콘돔 사용보다 PrEP가 더 낫다고 우길 생각은 전혀 없다. 콘돔은 성병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더 크게 보았을 때 게이 건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지금도 HIV이다. PrEP 사용 때문에 콘돔 사용률이 낮아질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믿을 만한 모든 연구에 의하면 PrEP를 먹는 남성들은 애초에 콘돔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친구가 AIDS로 죽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콘돔 사용률이 낮은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HIV 양성인 내 친구들 중 AIDS 관련 질병으로 죽어가는 사람은 없다. HIV 치료에 있어 지금과 같은 시절이 찾아오기 전까지 생명을 바친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을 표하지만,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면(지금 정권 하에선 언제가 될지 모르는 일이지만, 그건 다른 문제다) 별 합병증 없이 보통의 여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2017년의 HIV 바이러스의 현실이다.

HIV가 만만하다거나, 해결할 가치가 없는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두려움은 HIV를 종식시킬 수 없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게이 남성들의 삶과는 별 연관이 없는 두려움으로 보이고, 오명과 수치를 겪을 대로 겪은 HIV 양성인 남성들에게 공평한 처사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두려움보다 지식을 강조하는 영상, 감지되지 않는 상태와 예방 치료를 설명하는 영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감지되지 않는 상태는 전염성이 없다는 걸 아는 사람은 9%에 불과하므로, 우리는 이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섹스에 긍정적이고 수치심에서 자유로운 HIV 예방의 새로운 물결이 누군가를 비난하지 않으며 정보를 알리고 있다. 나는 이러한 움직임의 일부라는 게 자랑스럽다. PrEP 프로젝트에는 내가 여기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미묘한 점이 많다. 이 페이지 위의 에피소드 4개를 전부 볼 수도 있고(18분도 걸리지 않는다), 한 번에 하나씩 볼 수도 있다.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섹스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의 섹스에 대한 정직하고 개방적인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로 인해 HIV 전염을 막는 새로운 세대가 힘을 얻을 것이다.

 

허핑턴포스트US의 I Made An HIV Prevention Video For Guys Who Hate Condoms. Here’s Why (NSFW)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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