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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폭발' 발리 전세기 비용은 누가 부담하나

  • 김원철
  • 입력 2017.11.30 13:03
  • 수정 2017.12.01 06:08

인도네시아 롬복 공항에서 항공사 사무실로 계속 몰려드는 사람들

화산 폭발로 인도네시아 발리에 발이 묶인 한국인들을 위해 정부가 30일 전세기를 긴급 투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화산 폭발로 발이 묶인 인도네시아 발리의 교민과 관광객의 안전한 호송을 위해 전세기 파견을 포함한 적극적인 조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30일 오후 3시 290석 규모의 아시아나 전세기가 발리로 향했습니다. 이 전세기는 오후 8시 40분께 발리 수라바야 공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밤 10시 10분께 수라바야 공항을 출발해 12월1일 오전 7시 30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합니다. 아시아나 항공 쪽은 “교민까지 포함하면 290석이 거의 다 찰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관련 기사 : 발리에 발묶인 273명 위해…외교부, 30일 전세기 보낸다)

한국 정부가 국외에서 옴짝달싹 못 하는 우리 국민을 위해 전세기를 띄운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정부는 언제 처음 전세기를 편성했을까요? 전세기를 띄운 사례는 몇 차례나 될까요? 외교부 재외국민보호과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를 ‘더(the) 친절한 기자들’이 정리해봤습니다.

2004년 대규모 탈북자 이송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전세기를 편성한 건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7월입니다. 목적은 대규모 탈북자 이송. 탈북자 460여명이 베트남에 머물고 있어 한꺼번에 입국시키기 위해 전세기 2편을 보내 한국으로 데려왔습니다. 이전에는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 머무르는 탈북자가 최대 수십명 단위였기 때문에 비공개로 이송했습니다. 하지만 이 지역 탈북자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이송 대기자도 점점 늘어났습니다. 기다리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불행한 일이 벌어지거나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전세기를 통해 한꺼번에 ‘전원 한국행’을 결행한 이유입니다. 당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포함,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나서 해당국 정부에 협조를 다각도로 요청했다고 합니다.

2010년 키르기스스탄 민족분쟁

외국에서 분쟁이나 내전이 일어나 항공편이 뜨기 힘들 때도 전세기가 이용됐습니다. 정부가 두 번째로 전세기를 띄운 건 2010년 6월 키르기스스탄 민족분쟁이 일어났을 땝니다. 당시 키르기스계와 우즈베크계 사이의 갈등이 소요사태로 번지면서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돌입했죠. 상황이 악화되자 외교부는 전세기를 띄웠고, 키르기스스탄에 머물던 한국인 83명이 전세기로 돌아왔습니다

2011년 리비아 내전

2011년 2월 말, 리비아 내전 당시 현지에 머물던 교민과 건설업 노동자들을 수송하기 위해 전세기가 뜬 적도 있습니다. 이집트항공이 2번, 대한항공이 1번 각각 특별기를 띄워 모두 700명의 노동자들을 한국으로 무사히 데려왔습니다. 당시 ‘늑장대응’이란 지적도 받았었는데요. 전세기 투입으로 발생하는 비용부담을 놓고 관련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느라 시간이 걸렸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세기 임차 예산도 따로 없고 관련 규정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외교부는 당시 15만 달러에 이르는 임차 비용을 승객 수로 나눠 1인당 평균 약 750달러를 부담하게 했는데요. 4개월 여가 지난 7월 초까지 “돈이 없다”며 항공료를 납부하지 않는 이용객도 있어 골머리를 앓았다고 합니다.

2014년 리비아 내전

정부는 3년 뒤에도 리비아로 전세기를 띄웁니다. 2014년 8월 리비아에서 이슬람 무장단체 간 충돌이 격화되자 현지 노동자들과 교민들을 철수시키기 위해 청해부대 소속 ‘문무대왕함’을 리비아로 보내는 한편, 조지아 항공과 대한항공의 특별기를 활용해 안전한 국가로 이동시켰습니다. 조지아 항공은 2차례에 걸쳐 830명을, 대한항공은 1번 290명 규모를 수송했습니다. 당시 우리 국민들은 크레타섬으로 갔다가 방글라데시를 거쳐 귀국했습니다. 전세기 관련 예산이 따로 없어 기업이 비용을 지불했다고 합니다.

2015년 네팔 대지진

발리의 경우처럼 자연재해로 인해 전세기를 띄운 적도 있습니다. 2015년 4월 네팔 대지진이 발생했을 땝니다. 수학여행을 떠났던 학생들이 현지에서 발이 묶이자 대한항공 특별기를 전세기로 투입, 101명을 카트만두에서 인천으로 수송했습니다. 당시 네팔 취항 국적기가 주 1∼2회만 운항하는 상태여서 국민이 신속하게 철수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또 외교부에 관련 예산이 없어 교육부가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롬복공항 출국장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줄을 선 사람들

리비아 내전, 네팔 지진 등을 겪자 정부는 2015년 12월 전세기 임차 예산 확보에 나섰습니다. 외교부는 대형기 2회, 소형기 1회 비용이 반영된 13억원의 긴급구난예산을 새롭게 편성했습니다. 국회 예산심사과정에서 2억이 늘어나 모두 15억원을 확보했죠. 이어 외교부는 지난해 6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업무협력 약정을 맺었습니다. 지진·테러 등 국외에서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때 신속하게 아시아나항공 전세기를 투입, 국민을 안전 지역으로 대피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예산이 편성된 뒤 지난해까진 쓸 일이 없었습니다. 이번 발리행 아시아나항공 전세기가 이 예산을 활용해 띄우는 첫 항공편인 셈이죠.

그렇다면 이번에 전세기를 타고 오는 분들은 비행기 삯을 낼까요?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이번 전세기는 사안의 중대성과 시급성을 고려해서 최소한의 원가만으로 운영을 지원했다”고 설명합니다.

외교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세기 탑승 비용 규정은 전세기 탑승 희망자에게 통상 발생하는 합리적 수준의 탑승권 구입 비용을 청구하고, 초과되는 비용은 외교부가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때 외교부는 탑승 희망자에게 비용을 사전에 고지하고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규정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긴급 구난 활동비 지원 대상자나 행려병자, 정신적으로 힘든 분들, 전쟁이나 지진 등으로 긴급하게 피난해야 하는 경우, 기타 외교부장관이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 등은 외교부가 비용을 전부 부담합니다.

이번 발리 전세기의 경우는 그런 예외는 아닙니다. 그래서 외교부는 비수기 발리발 인천행 비행기 삯이 42만~80만원대라는 점을 참조해 적정 가격을 책정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만약 기존의 결항된 비행기 티켓을 가지고 있는 분들의 경우에는, 귀국한 뒤 해당 항공사에서 티켓을 환불받고 외교부로 환불받은 돈을 내면 된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이들이 화산을 피해 무사히 귀환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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