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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가 김활란 친일행적 팻말에 대처한 방식

  • 김원철
  • 입력 2017.11.30 06:04
  • 수정 2017.11.30 06:05

이화여대가 김활란 초대총장 동상 앞에 학생들이 세운 '친일행적 알림팻말'을 철거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이화여대 학생처는 지난 27일 본관 김활란 동상 앞에 설치됐던 김 초대총장의 친일행적을 알리는 팻말을 철거했다.

앞서 학생처는 팻말을 설치한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팻말 세우기 프로젝트 기획단'에 공문을 보내 팻말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설치됐다며 24일까지 자진 철거를 요청했다. 그러나 기획단은 거부했다.

학교 측은 팻말을 철거한 27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기획처장·학생처장·총무처장 등 명의로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팻말에 대한 관련 부처의 입장'을 냈다.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팻말'에 대한 관련 부처의 입장

대학은 역사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부단히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팻말 기획단>의 문제제기도 그런 반성과 성찰의 결과라고 봅니다. 그러나 2017년의 김활란 동상은 처음 세워졌을 때와는 다른 무게와 의미를 가지고 우리 앞에 서 있습니다. 그 무게가 무겁다고 치워버리거나, 그 의미를 일면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대학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닐 것입니다.

안내문이 부착된 교내 다른 동상들과 달리 “초대총장 김활란 박사상”이라는 단 한 줄로 이루어진 설명은 보는 이들 각자가 자기 몫의 성찰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학교의 입장을 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김활란 동상은 여성, 민족, 국가의 교차점에 대한 쉽지 않은 화두를 우리에게 던질 것이고 각 세대는 자기 몫의 고민과 성찰을 이어갈 것입니다.

내용 못지않게 형식과 절차도 중요합니다. 영구 공공물의 교내 설치는 '건물 등의 명칭 부여에 관한 규정'이 정한 절차를 따라야하고 학교 당국은 이를 준수하지 않은 설치물을 철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각종 설치물이 캠퍼스에 난립하는 것을 방지할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이화 캠퍼스는 재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22만 동문의 공동 자산입니다. 이 공간을 어떻게 의미화 할 것인가의 문제는 다양한 구성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2017년 11월 27일

기획처장 김상택, 학생처장 최성희, 총무처장 정문종

하지만 이런 학교의 입장은 지난 8일 기획단과 학교가 가진 간담회에서 나온 말과 다른 것 같다. 기획단에 따르면, 당시 학교 관계자들은 김 초대총장의 친일 행적에 대해 "사실이지만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며 "누구나 어려운 시기였기에 이화여대를 지키기 위해 그런 것"이라는 취지로 학생들을 설득했다.

기획단은 "팻말을 치운다고 김활란의 친일 행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학교는 이화인들이 지속 제기해온 교정 내 친일파 동상 문제에 대해 자기성찰이나 토론을 하지 않고 침묵으로 문제를 은폐해왔다. 팻말을 치우는 데 급급하다 최소한의 통보도 없이 기습적으로 철거해버렸다"고 학교를 비판했다.

기획단은 지난 13일 김활란 동상 앞에 김활란 초대 총장의 친일 행적을 알리는 팻말을 설치했다. 1022명의 이대 학생들의 서명과 모금으로 제막된 팻말이었다. 팻말에는 '이화는 친일파 김활란의 동상이 부끄럽습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김 전 총장의 대표적 친일 행적과 발언들이 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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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이화여대 #김활란 #동상 #친일행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