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단독] 카셰어링 회사 쏘카의 퇴사율이 70%를 넘어선 이유

  • 백승호
  • 입력 2017.11.29 07:18
  • 수정 2017.11.30 08:39

퇴사자 70%, 쏘카의 비밀

쏘카는 국내 제일의 카셰어링 O2O 스타트업이다. 2016년 기준 자본금은 18억 4,900만원, 매출은 900억여원에 이른다.

국민연금 및 고용보험 납부 데이터를 근거로 회사 정보를 공개하는 크레딧잡에 의하면 쏘카의 현재 퇴사자 수는 194명이다. 이 회사의 총인원이 276명인 것을 고려하면 퇴사율 70.3%라는 놀라운 숫자가 나온다. 이 회사의 입사율은 45.3%. 사람이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회사다. 퇴사율 산정 기준을 묻자 크레딧잡은 "지난 12개월 간 입/퇴사한 인원을 현 재직인원으로 나눈 것"이라고 설명했다.

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 D 씨는 "회사 회의실은 빠져나간 직원들을 새로 채우기 위한 면접자들 때문에 항상 가득 차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근속을 1년 넘기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한다.

크레딧잡에서 이 회사 정보를 검색하면 눈에 띄는 게 있다. 바로 '삭제된 댓글입니다.'

실제 잡플래닛 등 기업정보 사이트에서 이 회사를 검색하면 현직자들의 악평이 대다수를 이룬다.

"앞으로 더욱 업계 최저연봉과 무급야근/무급휴일 근무로 가득한 일과 가정의 불균형을 사수하지는 마시길" - 크레딧잡

"일 하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대단한 회사" - 잡플래닛

서비스운영본부에서 일하다 퇴직한 A 씨는 "근로계약서상 근무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18시 30분이었지만 내가 일했을 때 평균 퇴근 시간은 23시가 넘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업무량이 많았다. 항상 주말에도 출근했고 재택근무에도 시달렸다. 야간이나 주말에도 수시로 사내 메신저를 통한 업무지시가 있었다"며 그의 퇴직 이유를 설명한다.

다른 퇴직자 B 씨는 직원들의 퇴사 이유에 살인적인 근로조건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야근과 격무에 시달리는 직원들에게 회식을 종용했고, 회식 자리에서는 장기자랑 등을 시켰다"고 설명한다. 구직자들은 쏘카를 지원하며 스타트업 특유의 수평적인 분위기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퇴직자 A 씨는 "주말에 날라온 이사의 메신저에 답하지 않은 그룹장이 폭언을 듣는 장면도 목격했다"고 전한다.

직원들이 회사에 불만이 있음을 표현했지만 이는 회사 측의 요청으로 꾸준히 삭제되고 있었다. 회사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지 말 것을 종용받은 적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C 씨는 "자꾸 블라인드(폐쇄형 직장인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오니 정신교육 명목으로 직원들을 불러다가 블라인드에 글을 올리지 말라고 이야기하더라"라고 말했다. A 씨는 "갑자기 면담을 요청하더니 '왜 회사에 대해 안좋은 이야기를 하느냐? 여자친구 예쁘더라"같은 말도 남겼다고 한다. 잡플래닛에는 "회사 페이스북 포스팅에 "화나요"를 눌러서 잘렸다"는 이야기도 올라왔다. 실제로 벌어진 일이냐고 묻는 말에 쏘카 측은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일상화된 초과근무, 수당은 제로

이재용 전 쏘카 대표는 직원들에게 "24-365"를 강조했다고 한다. 이 숫자는 24시간, 365일을 의미한다. 그의 경영철학은 쏘카 노동자에게 그대로 부담이 되었다. 휴일에도 나와 일했고, 밤 열한시를 넘기면서까지 일하기도 일쑤였다. 직원들은 "주말에 안나오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기록은 회사에 출근해야만 로그인할 수 있고 일정 시간 동안 조작이 없으면 자동으로 로그아웃된다. 관리자 권한이 있으면 기록을 추출할 수 있다. 제보자에 의하면 이 기록은 근태관리용으로는 사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한 퇴직자는 자신이 근무했던 기록을 보여주었다. 그가 지난 6월 근무한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72시간, 일 평균 업무시간은 14시간 24분에 달했다. 법정 최대근로시간인 주 52시간을 훌쩍 넘는 수치며, 현재 비판받고 있는 노동부의 행정해석인 68시간에 따르더라도 법 위반이다. 이 퇴직자는 "심지어 저 근무 시간은 과소계산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업무용 PC가 꺼지거나 시스템을 로그아웃하면 그날 누적된 업무시간이 초기화되기 때문에 제대로 취합하면 더 나왔을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대해 쏘카 관계자는 "우리는 스타트업이라 자유로운 분위기로 근무하며 출퇴근 시간을 체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사원증 등으로 출퇴근 시간을 확인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거듭했음에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쏘카는 사원증으로 출입하며 당일 최초 입실시간과 마지막 출입증 접촉시간은 기록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이에 대해 "근로기준법 제59조에 보면 법에서 정한 업종을 제외하고는 주 12시간을 넘는 초과근무를 할 수 없게 돼 있고, 해당 업종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와 서면 합의가 있어야 하며 없으면 위법"이라고 설명했다.

근무했던 다른 직원은 "모든 팀원이 23시까지 야근을 하고 있었고, 당연하듯 23시 40분에 회의가 잡힌다"고 설명한다. 야근이 상시화되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야간에 상사의 업무지시에 답하지 않으면 강압적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이야기했다.

상황이 나은 직원도 있었다. 그는 "계약서에 없는 주말 근무를 교대로 나와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퇴근 시간은 여덟시 반 정도였다"고 말했다.

(쏘카 직원의 연봉계약서. 포괄임금제의 내용이 담겨있다.)

노동자들이 제한 없는 초과근무에 따라야 했던 이유는 바로 쏘카의 연봉책정이 '포괄 산정방식'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포괄임금제이다. 입수한 계약서를 살펴보면 B 씨는 주 40시간의 기본 근무와 주 12시간 이내의 초과근무를 기준으로 회사와 근로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 B 씨의 주당 근무시간은 많게는 72시간에 이르렀다.

이 경우 판례는 "(정해진)한도 내에서의 연장근로수당과 주휴근로수당만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거기에 제한 없는 연장근로수당 일체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서울노동권익센터 노무사도 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서울노동권익센터는 "계약에서 미리 정한 범위를 넘어 초과근무를 한 경우에는 그에 해당하는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해야 하며 지급하지 않을 경우 임금체불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괄임금제가 남용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쏘카 관계자는 "포괄임금제에서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근무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가 직원들의 자발적인 야근을 막을 수는 없지 않으냐"고 답했다.

2016년 10월에 쏘카의 취업규칙은 일부 개정되었다. 이때 쏘카의 취업규칙 제39조는 "사원에 대한 임금은 기본급으로 구성한다"에서 "사원에 대한 임금은 기본급 및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 등 법정수당으로 구성한다"로 바뀌었다. 한 노동조합 관계자에게 이에 대한 해석을 요청하자 "포괄임금제를 취업규칙에 명시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차휴가, 쓸 수도 돈으로 받을 수도 없는 그림의 떡

쏘카 직원들에겐 휴가도 그림의 떡이었다. B 씨는 "연차를 절반 정도 쓸 수 있었고, 나머지에 대한 수당은 없었다"고 말했다. C 씨는 "팀원이 넷이었는데 같은 팀 직원 중 한 사람은 휴가 쓰는 걸 못봤고 나머지 두 사람도 연차수당 같은 건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집안에 큰 일이 생겨도 휴가를 쓰기 눈치 보였다고 한다. A 씨는 아버지가 쓰러지셔서 연차사용을 긴급히 요청했고 다음 날부터 그룹장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설명한다. 그는 그 이후로 휴가를 쓸 수 없었고 반차 휴가만 딱 한번 사용했다고 한다.

회사 차원에서 '연차 휴가 사용 촉진'을 하였냐고 묻는 말에 한 퇴직자는 "2015년에 한 번 있었고 그 뒤로는 없었다"고 답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61조에는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하여 "6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사용자가 근로자별로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 일수를 알려주고, 근로자가 그 사용 시기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하도록 서면으로 촉구할 것"으로 정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이 없다면 미사용한 연차휴가에 대하여는 수당으로 보상하여야 한다.

이같은 내용에 대해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쏘카 측은 "연차사용촉진제도는 매해 시행했고 규정 위반은 없다"며 "모든 직원이 100% 연차를 쓸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연차휴가 미사용분에서는 수당을 지급해야 하며 만약 해당 회사가 '연차휴가 사용 촉진'도 하지 않은 채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명백한 임금체불"이라고 설명했다.

퇴직자들은 회사에 '휴가 금지 기간'이란 게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보통 6월 부터 10월까지, 업계에서 성수기로 일컫는 기간이다. 회사가 이 휴가 금지 기간에 대한 근거로 취업규칙에 기반한 연봉계약서를 들었다고 그들은 말한다. 실제로 쏘카의 취업규칙이 근거로하는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에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판례는 "어떤 노동자가 연차휴가를 실시함으로써 작업인원이 감소돼 남은 노동자들의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증가한 것만으로는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없다"고 해석한다. (서울행법 1999. 9. 17. 선고 99구8731)

서울노동권익센터는 "법은 사업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원칙적으로는 근로자가 원하는 기간에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휴가금지기간 때문에 생긴 변화는 또 있다. 한 퇴직자는 "2016년 말 까지는 주말에 근무하면 수당으로 줬다. 그러다 2017년 갑자기 대체휴가로 바꾸었다. 그런데 대체휴가는 이 휴가 금지 기간엔 쓸 수가 없다. 정책이 바뀌면서 주말엔 쉬지도 못하고 그나마 받던 돈도 못받게 되었다"고 말한다.

서울노동권익센터는 "근로기준법 제57조에 의하면 휴일근로에 대하여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하여 지급하는 대신 휴가를 줄 수 있지만 이는 서면 합의에 의하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쏘카 관계자는 이에 대해 "휴가 금지 기간은 없으며 주말근무자에게 대체휴가를 정확히 지급했다"고 이야기했다.

퇴사율 70%, 경영진은 이에 대해 논한 적 없었다

쏘카 관계자와의 대화는 계속 쳇바퀴를 돌았다. 퇴사자들의 이야기가 사실이냐고 거듭 질문했고 관계자는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다. 대다수의 직원은 만족하며 잘 다니고 있다"고 대답했다.

퇴사율이 70%를 넘는 게 이상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진은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회의 등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퇴사자의 이야기는) 언급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영진은 좋은 업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에 응한 한 퇴사자는 이런 말을 전했다.

"열정이 있는 사람들, 야근하고 추가근무 할 마음가짐 되어있는 사람들, 스타트업이라는 설렘이 동기가 되어 일하는 사람들이 여기 왔다. 솔직히 말하면 그들은 착취당할 준비도 되어있었다. 그런데 이건 착취를 넘어섰다. 사람을 다 소모할 때까지 쓴 다음 지쳐 떨어져 나가면 새로 뽑아 쓴다. 그게 내가 보는 퇴사율 70%의 진실이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뉴스 #쏘카 #노동 #임금체불 #연차수당 #경제 #사회 #기업 #스타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