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독재자 마르코스의 손자와 마르코스에 저항했던 야당 지도자의 손녀가 만난 지 3년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로미오와 줄리엣' 필리핀 버전이 해피엔딩이 된 데에는 지난해 3월 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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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 타임즈'에 따르면,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손자인 마이클 페르디난드 마노톡과 독재에 항거했던 라울 망글라푸스 전 외무장관의 손녀 카리나 아멜리아 망글라푸스가 지난 22일(현지시각) 마닐라 수도권에 위치한 마카티 시에서 양가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결혼식을 올렸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과 망글라푸스 전 외무장관 관계는 흡사 한국의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관계와 비슷하다. 둘은 1965년 대통령 선거에서 맞붙었다. 선거에서 승리한 마르코스 대통령은 1972년 계엄령을 선포했다. 망글라푸스 전 장관은미국으로 망명해 14년간 체류했다. 그는 미국에서 필리핀 민주화 운동 단체를 설립해 활동했고, 마르코스 대통령 시절 대표적인 야당 지도자로 활동했다.
망글라푸스는 1986년 마르코스가 축출된 뒤 귀국해 새 정부에서 외무장관을 지냈다. 그는 1989년 미국으로 망명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사망할 때까지 그의 귀국을 반대했다.
변호사인 마이크와 음악가인 카라는 2014년 마르코스 전 대통령 둘째 딸의 아들 결혼식에서 하객으로 만났다. 카라는 신부 쪽
손님이었다.
두 집안은 지난해 3월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딸 덕분에 가까워졌다. 마르코스 대통령 센터 관계자는 "아이 덕분에 두 가문이 정치적 이견을 좁히고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