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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청와대의 교황 발언 인용이 잘못됐다고 항의했다

  • 박수진
  • 입력 2017.11.28 07:39
  • 수정 2017.11.28 09:08
ⓒ뉴스1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청와대의 낙태죄 폐지 청원 답변과 관련해 항의했다.

천주교주교회의는 이용훈 생명윤리위원장 성명으로 낸 공개 질의문에서 "조국 수석은 청와대의 입장을 밝히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신중절에 대해서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고 언급하면서 마치 프란치스코 교황이 낙태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기본 입장 변화를 시사하고 있는 것처럼 발표하였"다고 썼다.

이어 "이는 국민에게 마치 천주교가 작금의 낙태죄 폐지와 관련하여 새로운 상황이 전개된 만큼 긍정적으로 논의할 수도 있으리라는 착각을 갖게끔 하며, 매우 교묘한 방법으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며 청와대 측에 발언 정정을 요구했다. 또 "가톨릭교회는 낙태 역시 인간의 생명을 죽이는 유아 살해이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태아의 생명이 침해당할 수 없다는 입장임을 다시 한 번 명확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밝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공임신중절에 대해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만일 청와대가 언급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그 출처를 명확히 밝힐 것을 촉구하며, 그 답변을 기다린다'고 적었다.

조국 민정수석은 앞서 26일, "친절한 청와대: 낙태죄 폐지 청원에 답하다" 영상을 통해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2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은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한 답변을 전한 바 있다.

조 수석은 임신중절 실태 조사를 재개하며 낙태죄와 관련해 적극적인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프란치스코 교황과 관련해 아래와 같이 표현했다. (전문을 보려면 클릭)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은 임신중절에 대해서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이번 청원을 계기로 우리 사회도 새로운 균형점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청원을 계기로 정부는 법제도 현황과 논점을 다시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그리고 청와대 법무비서관실/ 여성가족비서관실/ 국민소통수석실 담당자가 세 차례에 걸쳐서 쟁점을 검토하고 토론했습니다.

조 수석이 언급한 교황의 발언은 지난 2013년, 재위 6개월차를 맞은 교황이 예수회신문과 가진 장문의 인터뷰에서 나온 것이다.

당시 교황은 '지금의 교회는 낙태, 동성결혼, 피임에 점점 집착하고(obsessed) 있다'며 이 세 가지와 관련해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상반된 입장을 드러내 화제가 된 바 있다.

영어로 번역된 당시 교황의 인터뷰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언제나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교단의 신조와 도덕적 가르침이 항상 동등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목들은 서로 맞지 않는 다양한 신조들을 끈질기게 전달하는 일에만 매달려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새로운 균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단의 도덕적 체계마저도 무너져버릴 수 있으며, 복음의 신선함과 향기도 잃게 될 수 있다."

당시 교황이 낙태와 피임, 동성결혼에 대한 천주교의 입장을 호의적으로 전향하고자 하는 것인지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교황의 발언이 천주교의 기존 교리나 정책을 바꾸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분위기(tone) 만큼은 즉각적으로 바꿨다'고 평가했다. 이후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피임 및 낙태에 대한 직접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뉴스1에 따르면 한 청와대 관계자는 주교회의의 항의와 관련해 기자들에 "공식적으로 청와대가 코멘트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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