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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말한다] 미네소타의 푸대접, 박병호 도전 의지 꺾었다

  • 김원철
  • 입력 2017.11.28 05:24
  • 수정 2017.11.28 05:30

“저도 기사를 보고 알았어요. 어찌된 일인지…”

지난 4월. 미네소타 구단 산하 트리플A팀의 연고지인 미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만난 박병호(31·넥센)는 허탈한 웃음과 함께 취재진을 맞이했다. 박병호는 바로 전날 7일 부상자명단(DL)에 오른 상황이었다. 시즌 초반 2루타를 치고 베이스러닝을 하다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일단 경과를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박병호는 “처음에는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한국이라면 간단한 치료를 받고 뛰었을지도 모른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치료에 필요한 지원은 없었다. 열악한 트리플A팀의 한계였다. 박병호와의 계약이 3년이나 남아있는 미네소타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병원도 박병호가 직접 수소문할 정도였다. 그런데 미네소타는 느닷없이 박병호를 DL에 올렸다. 일방적인 통보조차 없었다. 박병호는 “미네소타나 트리플A팀으로부터 전혀 이야기를 들은 것이 없었다. 나도 (DL에 오른 것은) 언론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박병호는 더 이상의 말은 아꼈다. 이런 이야기가 언론에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에이전트를 통해 이 부분은 공식적으로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미네소타의 이해할 수 없는 조치는 그 전에도 있었고, 그 후로도 이어졌다. 박병호의 2017년은 몸보다 마음이 아팠다. DL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미네소타는 박병호를 철저하게 외면했다.

새로운 수뇌부는 박병호를 전력 구상에서 제외했다. 박병호가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올 시점 양도선수지명(DFA) 처리했다. 박병호는 미국 도착 후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였으나 박병호의 자리는 없었다. 수뇌부는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호는 “언론에는 괜찮다고 이야기했지만, 40인 로스터에 재합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스스로 좌절을 하긴 했었다”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온갖 확인되지 않은 루머도 퍼졌다. 로체스터 지역의 한 언론사 기자는 “박병호와 존 라이언 머피가 구단 계획에서 완전히 배제됐다는 루머가 있다”고 귀띔했다. 한 국내 관계자는 “지난해 손목 부상 치료를 미국에서 하라는 구단 방침에 미온적이었던 것이 ‘찍힌’ 사유가 됐다”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병호는 이런 루머에 대해 특별히 대응하지 않았다. 그저 “모두 내가 못한 탓이다”고 결론을 내렸다. 심기일전도 다짐했다. 박병호는 “4년 연봉을 다 받고 갈 생각”이라는 농담과 함께 단호한 어조로 KBO 유턴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심신이 모두 지친 박병호는 반등하지 못했다. 관계자들은 박병호가 초반까지만 해도 굳건한 마음을 먹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흔들릴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혼자 있는 시간도 길어졌다. 가족들은 한인 커뮤니티가 좀 더 나은 미니애폴리스에 있었다. “여기까지 오셨으면 그래도 주위에 뭐라도 좀 보셔야 하는데 이 동네는 경기가 죽어서 볼 게 없다”고 취재진을 위로하던 박병호는 정작 스스로가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박병호는 “아이가 보고 싶다. 그래서 빨리 MLB에 가야 한다”고 했다.

박병호는 시즌이 끝난 뒤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기 위해 조용히 귀국한 뒤 다시 미국으로 갔다. 귀국 당시 지인들에게 “힘들다”라는 말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올해 좋은 성적을 낸 미네소타는 박병호를 구상 속으로 불러들일 이유가 전혀 없었다. 데릭 팔비 사장은 시즌 뒤 박병호에 대한 현지 언론의 질문에 그의 경력과 성품을 치켜세우면서도 “제한된 기회”라는 표현을 썼다. 돌려 말하면 이변이 없는 이상 박병호를 다시 쓸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구단의 의사는 미국으로 간 박병호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전달됐다. 이쯤되자 박병호도 복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 이상 남아봐야 도움이 되는 것이 없었다.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었다. 이런 사정을 간파한 넥센은 박병호가 출국한 뒤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며 세부 조건을 조율했다. 미네소타와도 협상을 했다. 결국 계약을 파기하고 연봉 15억 원에 계약했다. 금전적으로는 다소 손해를 봤지만, 깨끗하게 털고 일어나는 쪽을 선택했다.

박병호는 미네소타의 40인 로스터에 없는 선수다. 마이너리그 신분에 가깝다. 사실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극진히 대접하는 구단도 없다. 박병호로서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무관심이었다. 하지만 박병호는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계약기간이 2년이나 더 남아있었다. 다른 선수들과의 차이점이었다. 그럼에도 미네소타는 박병호를 사실상 방치했다.

한 구단 단장은 시즌 중반 “미네소타의 이런 행동은 다 이유가 있다. 미네소타는 박병호가 스스로 찾아와 ‘계약을 해지시켜 달라’라고 말하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병호를 방출한다면 남은 2년간 연봉을 모두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계약 해지의 경우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실제 윤석민(KIA)의 유턴 당시 볼티모어가 이와 같은 전략을 썼다. 그렇게 박병호와 미네소타의 인연은 끝나며 뒷이야기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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