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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에 칼질하려는 이낙연 총리

고도 비만으로 고통을 당하던 환자가 다이어트를 통해 겨우 체중 조절에 성공하는가 싶은데, 남는 음식 걱정하며 아까우니 다시 먹으라는 꼴이다. 앞으로 부정청탁은 농축수산물로 하라는 말인가? 이건 다수의 양식 있는 농축수산계 입장에서도 불명예가 아닐까 싶다.

  • 장재연
  • 입력 2017.11.28 07:17
  • 수정 2017.11.28 07:18

이낙연 총리가 김영란법에 칼질을 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지는 모양이다. 늦어도 내년 설 전에는 농축수산인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하더니, 11월 27일 선물 상한액을 농축수산품에 한해 1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글을 올리고 나서 국민권익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통과되지는 않았고, 부결과 보류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글의 취지는 그대로 유효해서 그대로 올린다)

김영란법이 처음 시행될 때부터 '을'들이 알아서 접대나 선물 방안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얼마 지나지 않아 무력화될 것이다'라는 냉소적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국민들의 절대 지지와 막상 실행해 보니 좋은 점이 너무 많아서, 끊임없이 시도된 무력화 기도가 무산되어 왔다.

그러나 이낙연 총리는 청문회부터 김영란법 개정 의사를 흘리더니, 국민권익위원회의 강력한 저항도 진압하고 김영란법에 칼질을 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전체 회의나 당정 협의 등 절차 전에 이미 오래 전부터 확정된 것으로 보도된 것으로 봐서, 이 총리가 공식 절차나 부처의 권한을 넘어 광범위하게 관여한 것이 확실하다. 이 총리의 핑계는 김영란법이 큰 효과와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해도, 농축수산업에 피해를 주고 있으니 이 문제를 바로잡아야겠다는 것이다.

김영란법을 개정할 때가 왔다고 밝히는 이낙연 총리

고도 비만으로 고통을 당하던 환자가 다이어트를 통해 겨우 체중 조절에 성공하는가 싶은데, 남는 음식 걱정하며 아까우니 다시 먹으라는 꼴이다. 앞으로 부정청탁은 농축수산물로 하라는 말인가? 이건 다수의 양식 있는 농축수산계 입장에서도 불명예가 아닐까 싶다.

김영란법이 금지하는 것은 정상적인 선물이 아니다. 부정부패 여지가 있는 선물을 금지할 뿐이다. 부정부패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선물 판매로 유지하던 경제라면, 다른 정상적인 방향으로 판로나 업종을 전환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이런 식으로 불과 1년 만에 법을 손질하려는 것은 처음 예상한 대로 '얼마나 가겠어'라는 냉소를 사실로 입증하는 것이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에서는 설사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지지하는 법이나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소수 이해관계자들에게 "불법적인 것이라도 잠시만 버티고 로비하면 된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다. 그렇게 버티는 것이 바로 부작용을 억지로 만드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실제 문제가 되는 업종은 한우, 굴비 등 극소수다. 대부분의 농축수산업종은 법정 제한 가격에 맞는 상품들을 개발하고 새로운 판로를 개발하면서 별문제가 없다는 것이 정부 통계다. 더구나 해외 농축수산물도 예외로 한다니 부정부패를 위한 수입까지 조장하는 꼴이다. 고가의 선물이 허용되면 과일, 김 등 저렴한 국내 농수산물 선물은 오히려 타격을 받을 것이어서, 오히려 대다수 농축수산인들에게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무너진 원칙으로 인해 앞으로 농축수산업 종사자들만이 아니라 중소 공산업, 음식업 등 차례로 모두 들고일어날 것이다. 우리도 어려우니 예외로 해 달라고. 수입 농축수산물도 예외를 인정한 마당에 무슨 원칙이 남았다고 이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 농축수산품 선물도 얼마든지 많다

애초부터 김영란법에 대해 언론계나 정치인을 비롯한 '갑'들이 끊임없이 비난하고 칼질을 하려는 이유는 그들은 인정 넘치는 선의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받아서 구워 먹는 한우나 굴비가, 사실은 '을'들을 갈취한 것이고 그들의 주머니 돈이며 피눈물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정부패로 탄핵당한 박근혜 정부에서도 통과시킨 김영란법을 촛불로 만들어졌다는 문재인 정부에서 무력화시키려는 이 상황을 이해하기 매우 힘들다. 권력을 잡아서 선물을 받을 위치에 서니, 농축어민들 핑계로 한우나 굴비 선물을 받고 싶어 하는 내로남불이라는 비아냥을 피하기 어려울 듯싶다.

큰 폭의 할인을 통해 대규모 소비를 촉진해서 경제에 활성을 불어 넣는 '블랙프라이데이'나 '광군제' 같은 행사를 제대로 벤치마킹할 방안을 찾아 본다던가 하면 좋을 텐데, 부정부패 선물에나 의지하려고 하는 모습이 참으로 초라해 보이고 구차해 보인다.

만일 김영란법 규정이 개악된다면, 앞으로 농축수산물 고가 선물은 '이낙연 선물'로 부르면 좋을 듯싶다. '부패'라는 고도비만 환자를 살리려고 했던, '김영란법'이라는 다이어트 요법에 대해 칼질한 이낙연의 선물. 대한민국을 부패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여야가 장기간 논의해서 겨우 합의한 것을 1년 만에 누더기로 만든 주역으로 두고두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낙연 총리는 일개 부처 장관도 아니고, 국정을 총괄하는 국무총리다. 국가와 국민 전체를 봐야 하고 부정부패 없는 국가와 정책의 신뢰성 유지를 생각해야 하는 자리이지, 한우와 굴비 농가의 로비 대상자이고 이해를 대변하는 자리는 결코 아닐 것이다.

'을'을 대변하는 촛불 정부라는 문재인 정부가 이러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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