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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도가 '캐나다 원주민 강제수용' 과거사를 눈물로 사과했다 (영상)

  • 허완
  • 입력 2017.11.27 11:57
  • 수정 2017.11.27 11:58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130여년 전부터 정부 주도 기숙학교에서 자행된 원주민 학생 차별과 학대, 문화 말살 정책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트뤼도 총리는 “우리 역사에서 어둡고 수치스러운 시기”라며 고개를 숙였다.

비비시(BBC) 방송을 보면, 트뤼도 총리는 지난 24일 뉴펀들랜드주 래브라도 중부의 해피밸리 구스베이에서 한 연설에서 “모든 이누, 이누이트, 누나투카부트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며 “이들은 래브라도 기숙학교에서 차별받고 혹사당했으며, 학대받고 무시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미안하다 말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당신들에게 끼친 손해를 되돌리지 못할 것이다. 당신들이 잃어버린 언어와 전통을 다시 불러올 수도 없다. 가족과 공동체, 문화로부터 고립됐을 때 느낀 외로움을 거둘 순 없을 것”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모든 캐나다인이 원주민과 비원주민이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다음 세대를 함께 만들어갈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사과문을 읽는 트뤼도 총리의 코끝은 빨개졌고, 끝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은 뒤에야 연설을 마칠 수 있었다. 트뤼도 총리에 이어 각 주정부에서도 직접 사과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 연설은 원주민 강제 동화 정책 중 하나였던 원주민 기숙학교 수용에 대한 정부의 첫 공식 사과다. 캐나다에선 1884년부터 1996년까지 원주민 학생 15만여명이 가족과 공동체로부터 분리돼 기숙학교에 들어가야만 했다. 학교는 국제그렌펠협회와 모라비안선교회 등 종교단체가 정부 보조를 받아 운영했다. 원주민 학생을 사회에 빠르게 적응시키겠다는 취지였지만 이곳에서 본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고유 문화를 누릴 수도 없었다. 최소 3천명이 학교에서 사망했고, 살아남은 학생들도 신체적·정서적·성적 학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12월 진실화해위원회는 이 정책이 토착 문화를 약화시킨 ‘문화적 대량 학살’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2008년 스티븐 하퍼 전 총리는 원주민 차별에 대해 공식 사과했지만 당시 이 기숙학교 생존자들은 언급하지 않았다. 해당 학교가 세워질 때 이 지역이 캐나다 연방정부에 합류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기숙학교 생존자 1000여명은 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고 지난해 5천만 캐나다달러(약 427억8300만원)를 받고 합의했다. 원주민 대표 토비 오베드는 “사과가 나오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나는 용서하고 인내하는 문화에서 자랐다. 우리가 사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비시(CBC) 방송은 “원주민과 정부 사이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면서도 “이누족은 기숙학교 경험은 차별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라며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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