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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앙지에서 600m 떨어진 지열발전소가 포항 지진의 원인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 김도훈
  • 입력 2017.11.24 11:55
  • 수정 2017.11.24 11:59
Geothermal energy plant.Iceland
Geothermal energy plant.Iceland ⓒImages Etc Ltd via Getty Images

지질·지진학자들은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 영향을 받아 발생했을 개연성은 있지만 실제로 지진을 일으킨 원인으로 확인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지질학회 등 지질·지진학 분야 4개 학회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연 ‘포항지진 긴급포럼’에서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유체(물)를 땅 속에 주입하면 단층의 마찰력이 낮아지면서 움직이게 돼 이미 응력이 작용하고 있는 지역에서 큰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 외국에서 유사한 사례들이 꾸준히 보고돼 왔다”고 말했다.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석유·가스 생산을 위해 지하에 주입한 물이 2011년 규모 5.6의 지진을 일으킨 것은 유발지진의 대표적 사례로 인용되고 있다. 이 교수는 “다만 과학적 모델은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 물의 주입에 의한 유발지진은 주입한 양보다는 주입 속도와 상관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포항지진 진앙과 지열발전소는 600m 떨어져 있다. 경주지진 이후 경주와 주변 지역에서 미소지진을 관측해온 결과 지열발전소가 땅 속에 물을 주입한 2016년 1월29일부터 올해 9월18일까지 시기와 그동안 발생한 미소지진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현재까지 나온 자료들을 살펴보면 포항지진이 지열발전과 관련이 있다는 지시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입한 물의 양이나 주입 속도 등이 의문점을 해소하기에는 충분한 답을 주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포항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량이 적다는 사실과 사전에 미소지진이 다량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에 의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포항 지열발전소는 2016년부터 4~5번에 걸쳐 1만2천㎥의 물을 주입하고 다시 빼내 현재 5천㎥ 정도 남아 있는 상태다.

이에 비해 미국 오클라호마는 2천만톤의 물을 수백개의 시추공에 주입했다. 연간 규모 3.0 이상 지진 발생하던 곳이 현재는 연간 900회 이상 발생하는 지역으로 변했다. 지질학자들은 오클라호마의 경우 물을 지중에 가둬놓는 방식인 반면 포항 지열발전소는 주입과 배출이 동반되는 시스템이어서 환경이 다르다는 점도 지적한다.

장찬동 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지열발전을 개발할 때 지진이 유발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어 보통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도록 통제한다. 포항의 경우 물을 마지막으로 주입한 지 두달 뒤에 발생해 과연 지열발전이 원인일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준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도 “지진파를 발생시키는 현상들을 힘의 조합으로 나타내는 모멘트텐서를 분석해보면 포항지진은 일반적인 지진과 달리 복잡한 단층면에서 발생한 지진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고압 유체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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