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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의 새 지도자들은 무가베의 하수인들이었다.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

  • 허완
  • 입력 2017.11.23 12:27
  • 수정 2017.11.23 12:28

21일, 짐바브웨 의회 의장 무덴다는 지난 수십 년간 집권했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사임한다고 밝혔다. 짐바브웨의 거리에는 승리감에 넘치는 군중이 몰려나왔다.

약 일주일 전, 짐바브웨 군은 도시를 점령하고 무가베를 자택에 연금했다. 그 이후 군대와 집권당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은 무가베에게 사임을 종용했다.

여러 해 동안 압제를 겪었던 짐바브웨인들은 37년에 걸친 무가베의 독재가 끝난 것을 기뻐하고 있지만, 그가 사임하게 된 배경, 후임자의 과거를 보면 마냥 환영할 일만은 아니다.

영상: 무가베가 물러났다는 말을 들은 군중들이 짐바브웨 의회 앞에서 기뻐하고 있다

‘이 사람들은 무가베의 하수인들이었다’

군대와 ZANU-PF는 에머슨 음난가그와 부통령을 곧 새 대통령으로 앉힐 것이다. 음난가그와와 그를 지지하는 군부는 짐바브웨에서 행해졌던 학대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이러한 행보는 인권 단체들의 우려를 부르고 있다.

“이들은 37년 동안 무가베의 하수인들이었다.” 국제인권감시기구의 남아공 대표 데와 마빙가의 말이다.

1980년대에 음난가그와는 무가베 정권에서 보안장관을 맡았고 정보부서를 통제했다. 그래서 음난가그와와 군대는 인연이 깊고, 정부의 가장 심각한 잔혹 행위에 대한 책임도 있다.

“과거 짐바브웨에서 벌어진 가장 심각한 인권 침해들에 군대가 연관되어 있었다.” 마빙가의 말이다.

무가베가 정적으로 간주되는 사람 수천 명을 죽이며 1983년부터 1987년까지 펼친 '구쿠라훈디'(Gukurahundi) 숙청 당시, 음난가그와는 보안장관이었다.

2008년에 짐바브웨군은 선거 당시 야당 지지자를 덮쳐, 최소 200명이 죽거나 행방불명이 되었다. 음난가그와는 군대와 ZANU-PF 사이에서 이러한 공격들을 주재하는 핵심 인사였다고 보도된 바 있다.

마빙가는 이러한 학대에 대한 책임을 진 사람이 없다고 한다. 당시 적극적으로 관여했거나 공모했던 공직자들 상당수가 현재도 짐바브웨에서 주요직을 맡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당시 행동에 대해 책임질 일이 곧 생길 가능성은 아주 낮아 보인다.

“주요직을 맡은 인물은 바뀌었지만, 권위주의적 시스템은 그대로 남아있다.” 마빙가의 말이다.

짐바브웨의 미래에 대한 우려

군대의 정권 장악은 짐바브웨의 엘리트 실세를 흔들어 놓았다. 하지만 인권 유린과 권위주의의 역사가 깊은 정치 체계를 바꾸려면 엄청난 개혁이 필요하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꼭 필요한데, 인권 단체들은 군사 쿠데타가 이를 이루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법치가 더욱 요원해지리라는 염려도 있다.

집권당 ZANU-PF의 원내대표 러브모어 마투케는 21일 음난가그와가 2018년 선거 전까지만 통치할 것이라 밝혔지만, 이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질지, 과거처럼 정적들에 대한 탄압이 없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여러 해 동안 짐바브웨에서는 선거에 참가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수를 제한해 왔다.” 국제 위기 그룹 싱크 탱크의 남아공 고문 피어스 피구의 말이다.

무가베 사임까지 이르게 된 여러 사건들 역시 짐바브웨의 미래를 걱정하게 만든다. 작년에는 무가베의 건강과 함께 짐바브웨 정치 상황도 악화되었다. 무가베의 억압적 정책과 경제 관련 실정 때문에 짐바브웨는 큰 다격을 입었고, 93세인 무가베는 축하 행사 등에서 기본적인 의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그래서 누가 뒤를 이을 것인가를 두고 심각한 내부 분쟁이 일었다.

10월에 무가베가 음난가그와를 해임한 것은 자신의 아내 그레이스의 집권을 위한 길을 닦은 조치로 비쳤다. 군대와 음난가그와는 선제공격에 나선 셈이다. 권력을 잡고 무가베를 연금한 군대는 무리를 하며 민주주의적 규범을 어길 의지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군대의 이런 행동은 헌법을 직접적으로 위반하는, 크게 도를 넘은 조치다.” 피구의 말이다.

“이번 군사 개입에 따른 위험이 아주 크다.”

연구에 의하면 쿠데타가 한 번 일어나면 미래에 쿠데타를 또 일어나게 하는 불안한 정치 분위기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번 쿠데타는 미래에 군부가 정부에 대해 어떤 행동을 취할지에 대한 좋지 못한 선례다.

개혁의 필요성

무가베 제거가 짐바브웨를 구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경제 및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 낼 가능성도 있다고 피구는 말한다. 무가베의 존재가 모든 개혁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짐바브웨에 변화가 찾아올 수 있다는 낙관론도 있는 반면, 조심해야 할 이유도 있다.

군대의 정권 장악과 짐바브웨의 정치적 미래에는 아직 불확실성이 많다. 차기 지도자로 유력시되는 음난가그와 역시 위기 당시 거의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그가 어떤 대통령이 되려 하는지 불확실하다.

음난가그와는 최근 몇 년 동안 경제 개혁을 떠맡으려 했고, IMF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재정장관과 긴밀히 협업했다.

음난가그와와 짐바브웨 차기 정권은 무가베의 오판을 바로잡는다는 엄청난 임무를 곧 떠맡게 될 것이다. 짐바브웨의 경제와 GDP는 추락했다. 평범한 짐바브웨인들의 구매력은 낮아졌고, 유보 현금이 적어져 은행들도 힘을 잃었다.

음난가그와는 20일 밤 소재를 밝히지 않고 모처에서 성명을 발표해,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짐바브웨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22일, 마침내 수도 하라레를 찾아 지지자들 앞에서 '새로운 시대'를 선포했다.

비슷한 시각,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무가베가 군부와의 협상에 따라 국외로 추방되지도, 막대한 재산을 몰수 당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직 '짐바브웨의 봄'은 오지 않았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Zimbabwe’s New Leaders Are None Other Than Mugabe’s Former ‘Enforcer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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