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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가 "나는 10억 적자의 원흉"이라고 토로했다

  • 김원철
  • 입력 2017.11.23 10:20
  • 수정 2017.11.23 10:34

북한 귀순 병사를 살려낸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 교수가 의료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낸 글이 재조명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교수는 아주대 교수회가 지난 9월 발행한 소식지 ‘탁류청론’ 50호에 직접 장문의 글을 실었다. 이 글에서 이 교수는 자신을 ‘적자의 원흉’ ‘죄인’이라고 표현하며 중증 외상외과 분야의 열악한 현실을 토로했다.

그는 "(중증외상 환자의) 수술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필요한 생명 유지 장치와 특수 약품의 수는 적지 않다"며 "비용을 많이 지출하는 대형병원은 투입된 자본에 비해 수가가 받쳐주지 않으므로 중증외상 환자를 반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보건복지부가 의료 행위나 약제에 대한 급여 기준을 정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일선 병원이 그 기준을 준수하는지 확인하고, 진료행위에 대한 의료비를 높이거나 낮춘다. 이 교수는 이 과정에서 잦은 의료비 삭감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병원이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할 수 있는 의료비가 삭감되면 삭감분은 고스란히 병원 몫이다.

그는 “사경을 헤매는 환자들의 필수적인 치료를 줄일 수는 없었다”며 “난 날아드는 경고를 외면했고 어쩔 수 없이 모르는 척 치료를 강행하면 몇 개월 뒤 어김없이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으로부터 차가운 진료비 삭감 통지서가 날아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쓰이는 외상외과 교과서의 표준 진료지침대로 치료했다는 내용을 (심평원에) 제출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결국 나는 연간 10억원의 적자를 만드는 원흉이 됐다"고 자괴감을 토로했다. 이어 "나는 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불러오는 조직원이었다"며 "무고했으나 죄인이었다"고 말했다.

사경을 헤매는 환자들의 필수적인 치료를 줄일 수는 없었다. 그것들은 단순히 줄여야 할 항목이 아닌 목숨을 살려낼 수 있는 마지막 지푸라기였다. 그들의 기준은 외상외과에 적합하지 않았고 교과서를 복사해서 재심을 청구해도 묵살했다. 난 날아드는 경고를 외면했다. 어쩔 수 없이 모르는 척 치료를 강행하면, 몇 개월 뒤 어김없이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으로부터 차가운 진료비 삭감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중략) 틈틈이 심사평가원에 사정하는 글을 써 보냈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 약품과 장치들을 기준에 비해 초과 사용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함을 적었다. 그럼에도 삭감진료비 회수율은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사유서는 제대로 읽히지 않았다. 누군가가 읽었다 해도 정상참작은 요원한 일이었다.

심사위원 중에 외상외과를 전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세계적으로 쓰이는 외상외과 교과서의 표준 진료지침대로 치료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수십 차례 제출해도 받아들여지기 힘들었다. (중략)결국 교수별 진료실적에 기반을 둔 ABC 원가분석이 더해져 나는 연간 10억 원의 적자를 만드는 원흉이 됐다. 매출 총액대비 1~2 퍼센트의 수익규모만을 가지고 간신히 유지되는 사립대학 병원에서 나는 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불러오는 조직원이었다.

-라포르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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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이국종 #아주대 #중증외상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