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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자 그는 자위하고 있었다. 나는 울고 싶었다.": 호텔 직원들이 겪는 일들

  • 박수진
  • 입력 2017.11.23 09:26
  • 수정 2024.03.22 14:02
*자료사진입니다.
*자료사진입니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시카고 호텔의 미니바 담당 직원으로 일하던 세실리아가 한 투숙객의 방문을 노크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자, 방안의 남성은 곧 분명하게 대답했다. “들어와도 됩니다.”

문을 열자 “그는 컴퓨터 앞에서 자위하고 있었다”고 세실리아는 말한다. 그녀는 충격과 수치심에 휩싸였다. 만족스러운 듯한 남성의 표정을 보니 그걸 의도한 것 같았다.

“끔찍한 기분이었다. 교도소 수감자들이나 겪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울고 싶었다.” 세실리아는 자신의 성과 호텔 이름은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세실리아는 30년 동안 도심의 호텔에서 일하며 여러 형태의 극단적 성희롱을 당했다. 한 남성 투숙객은 그녀가 문을 노크하자 알몸으로 문을 열기도 했다. 불과 한 달 반 전, 세실리아보다 어린 한 동료는 자신이 방에 들어가 있는데 남성 투숙객이 껴안으려 했다고 세실리아에게 털어놓았다. 세실리아는 충격을 받은 그 직원을 호텔 보안팀에 데려가 신고하게 했다.

영화 프로듀서 하비 웨인스타인의 혐의가 10월에 밝혀진 이래, 일터에서 벌어진 성희롱과 폭력을 공개하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들이 용감히 나서서 이야기한 덕분에 헐리우드, 실리콘 밸리, 워싱턴 정계에서 권력을 가지고 있었던 남성들의 커리어가 흔들렸다. 하지만 육체 노동의 현장, 특히 호텔 업계에 만연한 희롱에 대한 관심은 그에 비해 미미하다.

대대적으로 보도된 이야기들은 호텔 방에서 아랫사람이나 동료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행사한 웨인스타인, 언론인 마크 핼퍼린, 코미디언 루이 C.K. 등 권력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것들이었다.

호텔 청소를 해본 여성이라면 이 사실에 전혀 놀라지 않는다. 유명한 여배우가 은밀한 호텔 스위트룸에서 원치 않는 접근을 받는다거나, 최저 임금에 가까운 급여와 팁을 받고 일하는 이민자 여성이 혼자 방을 청소하고 있는 상황은 성희롱에 가장 취약한 환경 중 하나다.

“솔직히 대중들은 호텔 직원들이 방을 청소하고 일을 하면서 어떤 일들을 겪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접객업 노조 ‘유나이트 히어’의 지도자 마리아 엘라나 두라소의 말이다.

여러 해 동안 접객업 노조인 유나이트 히어는 호텔 직원들이 위협을 느낄 경우 보안팀에 알릴 수 있는 핸드헬드 무선 패닉 버튼을 지급할 것을 주장해 왔다. 이것만 보아도 이들이 호텔 업계에서 성적 착취가 얼마나 심각하다고 보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고용 계약서에 패닉 버튼 사용을 넣으라고 협상을 한 이들은 이제 시 의회를 상대로 이를 법제화하라는 로비를 펼치고 있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직원들도 패닉 버튼을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두라소는 패닉 버튼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것은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경제적 불균형으로, 특히 직원이 빈곤 내지 빈곤에 가까운 상황에서 노동하고 있을 때 두드러진다.

“여성들이 생계를 위협받지 않고 나서서 말할 수 있도록 우리는 권력 평등화 노력을 해야 한다. 호텔 직원이든, 음식을 서빙하든, 유명한 배우이든 마찬가지다.”

작년에 유나이트 히어는 시카고 지역의 호텔과 카지노에서 청소와 서빙을 담당하는 회원 500명 정도를 상대로 조사했다. 대부분은 라틴계와 아시아계 이민자들이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다.

  • 호텔 직원 58%와 카지노 직원 77%는 고객에게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 호텔 직원 49%는 고객이 알몸으로 문을 여는 등 자신의 신체를 노출하는 것을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 희롱을 당했다고 말한 호텔 직원의 56%는 그 이후 일하면서 안전하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고 답했다.
  • 카지노 칵테일 서버 65%는 고객이 허가없이 자신을 만졌거나 만지려 했다고 답했다.
  • 카지노 직원의 40% 가량은 데이트나 성적 만남의 요구를 받았다고 답했다.

네레이다 소토(25세)는 2년 전에 캘리포니아 주 롱 비치의 호텔 레스토랑에서 일했다. 며칠 동안 한 고객이 계속 관심을 보여, 스토킹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는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때마다 소토를 자기 테이블로 불러 남자친구가 있냐는 등의 개인적 질문을 했다.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소토는 돈을 내고 식사하는 고객에게 꺼지라고 말하기가 불편했다.

어느 날 밤 소토가 그 남성의 계산서를 가지러 테이블로 갔을 때, 돈과 함께 그의 호텔 방 카드키가 있었다. “그는 ‘나는 당신이 그 유니폼을 벗으면 어떨지 정말 보고 싶다. 꼭 내 방에서 만나자.’고 했다.”

소토는 굴욕감을 느꼈지만 당시 상사에게 말하지 않았다.

“나는 매니저와 보안팀에 말하지 않았다. 그가 내 몸에 손을 댄 것은 아니었고 이 업계에서는 고객은 언제나 옳기 때문이다.” 보고했다 하더라도 호텔 측에서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소토는 말썽을 일으키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내 이름이 알려지는 게 싫어서 그냥 넘겼다.”

이 경험 때문에 소토는 롱 비치에서 호텔 직원들에게 패닉 버튼을 지급하자는 캠페인에 참여했다. 호텔 직원들이 보안팀에 알릴 도구를 주자는 운동은 노동 단체들이 주도했으며, 2011년에 급물살을 탔다. 프랑스 정치인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이 뉴욕의 호텔에서 호텔 직원에게 성폭력을 한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2012년에 뉴욕 호텔 업계 위원회는 3만 명의 소속 직원들에게 패닉 버튼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협약을 맺었다.

롱 비치에 있는 소토의 노조는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그들은 법제화를 통해, 노조원들만이 아닌 롱 비치의 호텔 직원 전부가 패닉 버튼을 쓸 수 있게 하려 했다. 지역 상공회는 법제화에 반대했다. 호텔들이 약 3백만 달러를 써야 한다고 추정했기 때문이다. 일 년에 걸쳐 노력했으나, 롱 비치 시 위원회의 9월 투표 결과 5-4로 패닉 버튼 안은 거부되었다.

유나이트 히어가 최근 시카고에서 펼친 패닉 버튼 운동의 결과는 훨씬 좋았다. 시카고 시 위원회는 ‘손은 떼고 바지는 입고 있어라(Hands Off, Pants On)’ 법을 10월에 통과시켰다. 객실이나 목욕탕에서 혼자 일해야 하는 청소 담당 직원 등에게 2018년 7월 1일부터 패닉 버튼을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또한 직원들에게 사건 신고 방법을 알리고 경찰에 신고서를 제출할 시간을 주는 성희롱 정책을 호텔들이 만들도록 했다.

뉴욕의 노조 가입 노동자들과는 달리, 시카고의 법은 노조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도시 전체의 호텔 노동자들에게 적용된다. 작년에 시애틀에서도 비슷한 법이 생겼다.

시카고 캠페인의 성공은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한 희롱 설문 조사 결과에 힘을 얻었던 것일 수 있다. 노동 총동맹 시카고 회장인 호르헤 라미레즈는 이 결과가 ‘믿기 힘들었다’고 한다. 라미레즈는 시카고 호텔들이 적극적으로 맞서 싸우지 않았다고 한다. 직장에서의 성희롱에 대한 미국 전국의 토론 때문에 호텔들이 이 문제를 외면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그는 예측한다.

“그들이 성희롱을 응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서서 규탄한 것 역시 아니었다. 최근 몇 달 간 밝혀진 모든 것들을 생각하면, 이 업계가 패닉 버튼 도입을 거부하기 어려워질 거라 생각한다.”

시카고 호텔 직원들은 이 법의 통과를 기리기 위해 ‘시카고에 하비는 없다(No Harveys in Chicago)’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었다. 몇 달 동안 동료들과 연대해왔던 세실리아도 함께 축하하고 있다. 세실리아는 패닉 버튼이 자신이 불과 한 달 반 전에 도왔던 젊은 직원들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해주길 바라고 있다.

“이는 안전과 지지를 의미한다. 무서워서 일을 못한다는 건 안 될 말이다.”

*허프포스트US의 ‘He Was Masturbating… I Felt Like Crying’: What Housekeepers Endure To Clean Hotel Rooms를 번역,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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