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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저지르는 폭력을 끝장내기 위해 나선 남성들이 있다 (인터뷰)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폭력이 폭로된 것이 계기가 되어, 권력을 쥔 남성이 여성을 희롱하거나 공격한 이야기들이 매일같이 새로 터져 나온다. 수백만 명의 여성들이 ‘#MeToo’를 선언하며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공개한다. 하지만 항의를 주도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사람, 이야기를 털어놓아야 하는 사람들은 왜 늘 여성이어야 하나?

성폭력 생존자 지원 단체인 '조이풀 하트 재단'(Joyful Heart Foundation)과 폭력 방지 단체 '어 콜 투 멘'(A Call To Men)은 손을 잡고 #IWILLSPEAKUP(나는 나서서 말할 것이다) 캠페인을 시작했다. 남성들에게 목소리를 내고, 성폭력 생존자들을 지원할 것을 요청하는 캠페인이다.

어 콜 투 멘을 만든 테드 번치(Ted Bunch)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은 (폭력을 저지르는 당사자인) 남성만이 끝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며, 조이풀 하트 재단의 CEO 메일 M. 잠부토(Maile M. Zambuto)는 “이것은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문제”라고 한다. 이는 #MeToo에 대한 강력한 응답이며, 여성과 소녀에 대한 희롱과 모든 형태의 폭력 및 차별을 없애자고 남성들에게 촉구하는 운동이다. (‘침묵을 깨고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할 수 있는 행동들을 제시하고 있다.)

안드레 브라우퍼(Andre Braugher), 테이트 도노반(Tate Donovan), 앤서니 에드워즈(Anthony Edwards), 댄 플로렉(Dann Florek), 피터 허먼(Peter Hermann), 맥스 조셉(Max Joseph), 다니엘 대 킴(Daniel Dae Kim), 크리스 멜로니(Chris Meloni), 대니 피노(Danny Pino), 앤드류 라넬스(Andrew Rannells), 블레어 언더우드(Blair Underwood) 등 헐리우드의 유명 남성들이 “다음 번엔 말하겠다”는 제목의 영상에 출연했다. (여기서 사설 전문과 영상, 행동 목록을 읽을 수 있다.)

메일 잠부토는 “믿을 수 없을 만치 감동적이고 힘을 주는 #MeToo 캠페인에서 생존자들은 자신의 진실을 공개했다. 나는 #IWILLSPEAKUP이 이 논의를 진화시켜, 다른 남성들에게 맞서고, 목소리를 내고, 도전하고 책임을 묻는 용감한 남성들이 생기길 바란다.”고 밝혔다.

#MeToo 캠페인은 엄청난 힘을 얻었다. #IWILLSPEAKOUT 등의 캠페인을 통해 참가하는 남성들도 많아지고 있다. 여성에 대한 성폭력에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는 전환점이 찾아온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이 순간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모두가 이에 관여하고 분노하고, 분노에 따른 행동을 하기로 하자.

"테드 번치는 남성들이 ‘자기 자신이 해결책’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인식을 행동으로, 그 행동을 영원한 변화로 만들고, 새로운 남성성의 세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메일 잠부토는 동의하며, “우리는 뉴스에 새 소식이 등장했을 때 충격 받고 분노했다가, 가라앉았다가, 다음 뉴스가 나오면 반복하는 식으로만 반응해선 안 된다. 이 나라에서 여성이 평가 절하당하고, 비인간화되고, 학대받는 일이 매일 생긴다는 사실에 충격과 분노를 느껴야 한다. 정상으로 여기고 받아들이고 무시하는 게 아니라, 매일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 충격을 느끼며 믿기 힘들어한다면, 나는 그때 진짜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캠페인을 시작한 '어 콜 투 멘'의 공동 설립자 테드 번치에게 '남성들이 왜 목소리를 내지 않는지',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운동은 어떤 모습일지', '꼭 필요한 변화에 남성들이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를 물어보았다.

마리앤 슈널 (Marianne Schnall, 작가): #IWILLSPEAKUP 라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렸는가?

테드 번치: 조이풀 하트 재단이 #IWILLSPEAKUP 을 구상하여 우리를 찾아왔다. #MeToo에 대한 직접적인 응답으로, 유명세와 영향력을 이용해 #IWILLSPEAKUP을 말하고 생존자들을 도우려 하는 배우와 아티스트들을 모았다. 조이풀 하트 재단은 영향력을 지닌 남성들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슈널: 이 캠페인으로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가?

번치: 무엇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한 모든 생존자가 자신의 이야기가 정당하게 받아들여졌다고 느끼고 우리의 지원을 느끼길 바란다. 둘째, 우리는 남성들이 자신이 곧 해결책이라는 걸 이해하게 되길 바란다. 집단적 사회화의 결과로 여성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우리 모두에게 해가 되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과 차별이 지속되도록 하는 문화가 생겼다는 것을 남성들에게 교육할 기회다.

슈널: 이러한 이슈들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에서 부족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번치: 기관, 기업, 단체들은 성희롱, 가정 폭력, 성폭력을 정책적 관점에서만 다룬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문제를 인사팀 등 한 가지 영역에만 가둬둔다. 또한 적극적으로 희롱, 학대, 공격하지 않는 남성들이 “이건 내 문제가 아니야.”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현실적으로는 이런 남성들이 바로 해결책이지만, 이들이 ‘사건’에서 스스로를 분리할 수 있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이슈들은 직장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에 퍼져 있으며, 가정 폭력과 성폭력 등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들의 기반이 된다. 남성들은 '여성들이 남성보다 가치가 떨어진다', '남성의 소유물이자 대상, 특히 성적 대상이다'라는 믿음을 갖도록 사회화된다.

이러한 집단적 남성 사회화는 남성이 다른 남성들에게 죄가 없으리라 추정하고 여성을 믿지 않거나, 남성이 여성에게 가한 폭력을 여성의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를 만든다. 정수기 앞에서의 성차별적 농담, 성희롱, 여성과 소녀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과 차별이 계속 존재하는 이유가 이것이며, 남성들이 '이래선 안 된다'고 결심하기 전까지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슈널: 당신이 보기에 이 문제에서 남성이 목소리 내는 걸 꺼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번치: 남성들은 아기 때부터 여성과 소녀들의 경험들에서 거리를 두도록 사회화된다. 어릴 적 장난감, 사회적으로 허가받은 감정 등에서 남성들은 여성과 비슷하다면, 혹은 여성에게 성적 대상 이상의 관심을 갖는다면, '모자란 남자'가 된다고 배운다. 남성들이 항의하지 않고 다른 남성들의 행동을 봐주는 큰 이유가 이러한 거리감이다.

두 번째 이유는 학대하는 남성들만이 아닌 모든 남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소유물로, 남성보다 못한 존재로 보도록 사회화된다는 점이다. 모든 남성이 여성을 대상화해도 괜찮다고 배웠기 때문에, 여성의 몸에 대한 말을 웃어넘기거나, ‘남자가 원래 그렇지 뭐’하는 말로 넘어가 버린다.

잘 거론되지 않는 세 번째 이유도 있다. '제대로 말을 못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남성들이다. #MeToo에 대한 반응에서도 볼 수 있었다. 남성들이 나서서 말을 할 경우, 여성들보다 성차별에 대한 이해도가 깊지 못하기 때문에 늘 옳은 말만을 하지는 않았고 그에 따른 문제도 있었다. 어 콜 투 멘에서는 남성들에게 말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다음에 이야기할게" "다음에 이야기할게" "다음에 이야기할게"... '다음'은 도대체 언제인가? 모든 남성이 학대 가해자는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다른 남성이 저지른 학대에 대해 침묵한다면, 그 침묵은 학대만큼이나 문제적이다.

슈널: 목소리를 내고, 해결에 참여하고, 변화를 이끌려는 남성들에게 주고 싶은 전반적인 조언이 있다면? 또한 그래야 하는 이유는?

번치: 모든 남성이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일들이 정말 많지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세 가지 중요한 단계부터 이야기하겠다. 첫째, 깊이 생각하라. 우리는 남성들이 '남성성'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여성과 소녀에 대한 메시지들이 그들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타인들 위에 군림하고 지배하라고 말한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어 콜 투 멘의 CEO 토니 포터의 TED 토크 영상을 보며, 당신이 여성을 대상, 소유물, 남성보다 못한 존재로 보라고 사회화되었다는 걸 깨닫는 것도 좋다.

자아 성찰 후에는 건강하고 존중을 지닌 남성성의 원칙에 따라 살아보라. 그리고 이분법적 젠더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을 가치 있게 생각하라. 남성들이 이러한 남성성을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면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 성폭력, 성희롱, 괴롭힘 등 사회적 악을 방지할 수 있다. 남성들 역시 더 건강하고 온전하며 진정한 남성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남성은 자신의 영향력을 사용해 이런 이슈들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다. 어떤 남성들은 자신이 영향력이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지만, 모든 남성에겐 영향력이 있다. 친구, 동료, 가족, 알고 지내는 젊은 남성들이 있다. 그들에게 건강하고 존중을 지닌 남성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나는 모든 남성이 입을 열 것을 권한다.

슈널: 유명 인사들의 이야기가 밝혀지고 여성들이 폭로하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당신은 미래에 희망을 느끼는가?

번치: 우리가 트레이닝이나 행사를 열 때마다 남성들이 크게 변하는 것을 보기 때문에 우리는 희망을 갖고 있다. 남성들이 자신의 사회화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계속 만들어 가야 한다.

* 위의 글은 작가 마리앤 슈널이 HuffPost US에 기고한 를 한국어로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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