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의 지역 경찰이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직접 '공개편지'를 썼는데, 내용이 꽤 감동적이다.
Lochaber&SkyePolice가 18일 트위터에 올린 공개편지는 "스카이에 거주하는 젊은 여성에게"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피해를 보고 있음에도, 아직 도움을 청하지 않고 있는 젊은 여성이 Lochaber&SkyePolice 트위터 공식 계정 팔로워 중 한 명인 것에 착안하여, 직접 '공개편지'를 쓴 것이다.
공개 편지에는 "가정폭력에는 그 어떤 핑계나 변명도 있을 수 없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등등 피해자가 경찰 등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길 바란다는 간곡한 호소가 담겨 있다.
BBC에 따르면, 경찰의 이 같은 '트위터 편지'는 지역 내에서 "소셜미디어를 위대하고도 창의적으로 사용한 사례"(Scottish Women's Aid의 대표 Marsha Scott의 발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카이에 거주하는 젊은 여성에게 보내는 편지
우리는 당신이 이 계정을 팔로우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셨으면 좋겠군요.
저희가 전에 당신이 가정 폭력 피해의 위험에 놓인 것 같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죠.
당신을 돕고 싶습니다. 저희는 당신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다른 기관들과 여러 협력 관계를 맺고 있어요.
당신의 일에 간섭하는 게 싫으실 수 있지만, 저희는 어떻게 하면 당신을 도울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어요.
당신의 가족과 친구들도 당신이 위험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죠. - 그들은 당신을 지지하고, 당신이 안전하길 바랍니다.
아마도 그가 당신에게 이런 말을 했겠죠. "다시는 안 그럴게" "미안해" "내가 변할게" 아마 그는 (폭력을 저지른 후) 당신에게 '네가 잘못했기 때문이야'라고 말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폭력, 위협, 모멸적인 발언, 행동 통제는 당신이 이끌어야 할 삶의 모습이 아닙니다. 분명 나아질 수 있어요.
가정폭력에는 그 어떤 핑계나 변명도 있을 수 없어요.
당신은 빠져나갈 수 없는 덫에 걸린 게 아니고, 혼자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당신을 도와줄 수 있고, 당신의 가족과 친구가 당신을 도와줄 수 있고,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단체인 Scottish Women's Aid가 당신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저희에게 전화를 주시거나, 경찰서로 오시거나, 누군가에게라도 전화를 거세요. 01478613365 또는 0800 027 1234로 전화를 걸어 지원 요원에게 말을 해주세요.
A letter to a young woman in #Skye.
We know you follow this account and want you to see this.
We’ve told you previously that we think you are at risk of domestic abuse from your
partner.
— Lochaber&SkyePolice (@LochabSkyePol) November 18, 2017
피해자가 폭력적 관계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 여성의 전화 성폭력상담소 이화영 소장의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여성의 관계 중단과정에 대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폭력 피해자의 40%는 폭력 이후에도 관계를 지속한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말을 믿고 싶고, '자신이 잘하면 상대가 변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관계 단절은 고사하고 상담조차도 주저한다는 얘기다.
1위. 헤어질 만큼 심하지 않아서(60.0%)
2위. 나도 잘못한 부분이 있어서(26.4%)
3위. 참고 견디면 좋게 변할 것이라고 생각해서(17.3%)
4위. 그 사람을 사랑했기 때문에(15.5%)
5위. 좋을 때는 잘해 주니까(11.8%) ('신체적 폭력의 관계 유지 이유', 2009년 한국 여성의 전화 실태조사 결과)
그런데 정말 '헤어질 만큼 심하지는 않은' 폭력이 있고, '참고 견디면 좋게 변할' 수 있는 걸까? 스코틀랜드 경찰의 말마따나 "폭력에는 그 어떤 핑계나 변명도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위험한 관계에 놓인 피해자에게 필요한 것은 "너는 왜 그러고 사냐?"는 비난이나 평가가 아닌 스코틀랜드 경찰이 보여준 '전폭적인 도움의 의지'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