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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무가베에게 평화상을 수상한 단체가 있다

공자평화상이라는 게 있다. 이 상이 나오게 된 배경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의 시민운동가이자 반체제인사로 알려진 류샤오보(Liu Xiaobo)가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중국 내부에서는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었다. 세계일보에 의하면 중국 정부는 류샤오보의 수상 결정이 내려지자 “서방이 노벨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한 저명한 중국 사업가인 류 지친(Liu Zhiqin)은 류샤오보의 노벨상 수상 결정에 대해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며 중국의 독창적인 평화상을 만들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그것이 만들어졌다. 중국향토예술협회라는 한 민간단체는 '공자 평화상'의 등장을 알리며 노벨 평화상 수상일 하루 전에 시상식을 거행했다. 첫 수상자는 정치인이자 대만의 부총통을 역임한 롄잔이었다. 하지만 롄잔 측은 선정 사실을 전혀 모른다고 밝히며 시상식에 불참했다. 대신 여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트로피와 10만위안의 상금을 수상하는 황당한 장면을 연출했다.

수상 소식을 수상자가 몰랐던 1회의 불참에 이어 이 공자평화상의 굴욕은 2회에도 계속된다. 무려 독재자인 블라디미르 푸틴을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고, 마찬가지로 푸틴은 "수상사실을 모른다"며 시상식에 불참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독재자로 지탄받는 푸틴 러시아 총리, 중국 정부의 꼭두각시로 불리는 판첸 라마가 과연 수상자로 적합한가”하는 의문을 품기도 했다.

공자 평화상의 독재자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국향토예술협회는 2015년 국가 지도력과 아프리카 발전에 대한 공로로 짐바브웨 대통령인 로버트 무가베에게 이 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무가베 대통령은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짐바브웨 정치적, 경제적 질서를 구축하는 데 헌신했다"며 "그는 범아프리카주의와 아프리카 독립을 강력히 지원했다"라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이 상의 수상 후보로 거론된 인사들도 흥미롭다. 2015년에는 빌게이츠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후보로 오르기도 했으며 2012년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물망에 올랐다.

이 공자평화상을 주관하는 단체는 민간단체이지만 중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은 부인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2011년, 공자평화상이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았다면서 시상 계획을 취소하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이같은 '유사 노벨상'은 공자평화상이 처음은 아니다. 1937년에는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노벨에 대항하는 독일 예술과학상을 제정했다. 그로부터 13년 후에는 소비에트연합이 국제평화상으로 스탈린상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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