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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을 '좋은 남자'로 키울 자신이 없다

난 늘 딸을 키우는 게 더 안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여성으로서 사춘기 때 겪었던 성폭력과 '날씬해야 한다'는 강박. 나는 심리치료사를 찾아가 그 일들을 죄다 다시 떠올렸다.

아들을 둔 어머니가 되었을 때, 나는 위험을 피했다고 여겼다. 이제 내 아들이 누군가를 강간하는 일만 없게 하면 괜찮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엔 그것도 상당히 힘든 일인 것 같다.

지금은 젠더 정치의 역사에서 기묘한 순간이다.

하비 웨인스타인이 수십 년간 책임지지 않고 성적 착취를 해왔던 것이 도화선이 되어, 여성들이 자신의 엄청난 비극과 일상적 치욕을 소리내어 말하고 있다. 여성들의 분노는 커다란 이빨을 지닌 생명체가 되어, 남성들에게 주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스템 전체가 불안정해졌으며, 우리는 시스템이 무너질지, 예전으로 돌아갈지를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아들을 키우기엔 더욱 기묘한 순간이다. 이 모든 분노와 고통 속에서, 사회는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에서 희망을 찾는다. “훌륭한 남성을 키워내라.”, “우리 아들들에게 더 잘 행동하게 가르칠 것이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집 밖에서는 젠더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우리는 조심스럽게 육아 전쟁을 치른다.

물론 우리는 모두 아들을 페미니스트로 키우고 싶어 한다. 나는 불과 몇 달 전에 그를 위한 나의 노력을 글로 써서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여성 혐오와 강간 문화가 파도처럼 끊임없이 몰려오는 가운데, 나의 노력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한 것으로 느껴진다.

예전 글에서 나는 “땀에 젖어 일어나게 만드는 악몽 속에서, 나는 내 자식이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의 남학생들처럼 어떤 여성을 침묵하게 만드는 미래, 내 아들이 즐거운 듯 남성 특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반박하고, 여배우들이 등장하는 최신 리메이크 영화에 대해 트위터에서 욕설을 퍼붓는 미래를 상상했다.”고 썼다. 최근 들어 나는 그런 미래를 더욱 또렷이 상상할 수 있다.

내 훌륭한 아들은 다정하고 세심하며 애정이 많다. 내 아들의 피부가 갈색이라서 가치가 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여성이 남성만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아들은 화를 내며 그런 사람들은 ‘최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 아들은 파워 레인저를 좋아하는데 ‘핑크색이랑 노란색만 빼고’ 좋아한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 입었던 핑크색 원더 우먼 티셔츠를 보면 얼굴을 찡그리고, 유행하는 감기에 옮듯 젠더 편견을 익히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춤을 좋아하는 것 같았지만, 그게 발레라는 걸 알고 나자 화를 내며 싫다고 소리쳤다.

작은, 혹은 해로울 것 없는 편견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내게 있어 이것들은 '내 아들을 교육하는 것은 내가 아니다'라는 명백한 위험 신호다.

한 아이가 '남성끼리는 키스하지 않는다'는 말을 너무나 설득력 있게 해서, '남성들끼리도 키스한다'고 여러 번 했던 내 말들이 아들의 믿음을 뚫을 수 없게 되었다. TV에서 보는 스포츠, 방음이 잘 안 되는 우리 집의 벽을 뚫고 들려오는 이웃들의 환호성 때문이다. 어린이 애니메이션에서 뚱뚱하다고 놀리는 게 나오기 때문이다. 팡팡 튀는, 대상화된 여성 신체 부위를 클로즈업하는 뮤직비디오들 때문이다.

아들이 ‘~년’(bitch)이라는 단어를 알기 때문이다. 아들이 자기가 그 말을 안다고 했을 때 나는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사람들은 껌 종이를 버리듯 그 말을 내뱉고, 내 아들은 그걸 들은 것이다. 원더 우먼 상품들이 가게의 어떤 섹션에 비치되어 있는지를 아들이 보았기 때문이다. 섹션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결코 부모들만의 것이 아니다. 나는 내 아이를 몇 년 전부터 남성들의 세계에 잃기 시작했다. 내 목소리는 강하지만, 아이가 집 밖으로 나가거나, TV를 켤 때마다 내 목소리를 덮어버리는 합창 소리를 내가 어떻게 당해 내겠는가? ‘훌륭한 남성을 키워라’는 말은 마치 악마가 지옥의 온도를 계속 올리면서 '시원하게 있으라'고 하는 것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내가 아는 성인 남성들을 보면, 누구를 닮도록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내가 사랑하고 믿는 남성들조차 젠더 문제에 대해서는 꽉 막힌 것 같다.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본능과 맞서 싸우고, 단어를 조심스레 선택하는 것 같다. 우리가 친구로 지내는 것을 좋게 느낄 수 있도록, 나는 나대로 조심스레 어떤 표정을 지을지 선택한다. 이런 남성들과 가까이 지낸다는 것은 일어날지 일어나지 않을지 모르는 작은 실수를 기다리는 것과도 비슷하다.

지난 몇 주 동안 쏟아져 나온 끔찍한 이야기들에서 무언가 얻을 것이 있다면, 그건 우리가 마주한 문제가 사회 전체에 퍼져 있다는 사실이다. 부모들만으론 웨인스타인과 같은 남성들을 만들어 낼 수 없다. 그리고 그걸 이토록 오랫동안 덮어둔 것은 결코 부모들이 아니었다.

내 아들이 훌륭한 남성이 되려면 강한 페미니스트 어머니 그 이상이 필요하다. 내 아들은 어머니의 가치가 집에서만이 아니라 매체, 광고, 대중문화, 친구들, 학교에서 반영되는 것을 볼 필요가 있다.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사실, 나는 6살인 내 아들과 '모르는 사람이나 동료 앞에서 절대 자위해서는 안 된다'고 진지하게 일대일 대화를 나누기 직전이다. 하지만 ‘훌륭한 남성으로 키우기’가 절망적인 싸움으로 느껴지지 않게 하려면 우리는 엉망진창인 이 문화 전체를 뜯어고쳐야 한다. 승리를 원한다면 더욱.

* 위의 글은 HuffPost US에서 소개한 을 한국어로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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