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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 동안 4명의 여성이 물려 입은 웨딩드레스가 있다

  • 박수진
  • 입력 2017.11.21 12:10
  • 수정 2017.11.21 12:21

[마리아 테레사 모레노, 마르타 프리에토 오하라, 엘레나 살리나스, 필라르 오하라 카슈프(왼쪽부터)가 같은 드레스를 입고 있다.]

한 가계에 속한 4명의 여성이 85년 동안 하나의 웨딩드레스를 물려 입은 사연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허프포스트 US는 193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결혼한 한 여성에게서 이 모든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손주를 비롯한 친척들이 ‘그란데’(Grande)라 부른 할머니 마리아 테레사 모레노는 85년 전인 1932년 마누엘 모레노와 결혼하면서 직접 실크 원단을 바느질해 웨딩드레스를 만들었다.

[1932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테레사 모레노와 마누엘 모레노의 결혼식.]

손주들의 증언에 따르면 “일도 열심히 하고 절약 정신이 투철했던” 모레노 할머니의 웨딩드레스는 그때부터 세대를 걸쳐 대물림됐다.

이 드레스가 공식 석상에 다시 등장한 건 반세기가 지난 1983년 모레노 할머니의 손녀 마르타 프리에토 오하라가 케빈 오하라와 결혼하면서다. 마르타는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남편 케빈 오하라가 아니라 할머니의 드레스를 보고서 말이다.

마르타는 “처음 이 옷을 보자마자 드레스와 사랑에 빠졌어요. 완벽한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죠”라고 ABC뉴스에 말했다. 물론 반세기나 지났으니 그대로 입은 건 아니다. 오하라는 “엄마와 할머니가 나서서 등을 ‘V’자로 파주고 레이스를 달고 목선에 구슬을 장식해 업그레이드해줬다”고 밝혔다.

[1983년 마르타 프리에토 오하라가 같은 드레스를 입고 있다.]

하지만 마르타의 결혼에서 할머니의 드레스와 사랑에 빠진 건 마르타 뿐이 아니었다. 마르타의 막내 여동생 엘레나 살리나스 역시 이 드레스를 처음 본 순간부터 ‘찜’했다. 엘레나는 “엄마 집에서 언니 마르타가 드레스를 입어볼 때 ‘나도 이 드레스를 입어야지’라고 생각했다”고 ABC에 밝혔다. 엘레나는 1997년 릭 살리나스와의 결혼을 준비하면서 웨딩드레스는 걱정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할머니의 드레스가 무척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1997년 엘레나 살리나스와 릭 살리나스의 결혼에 다시 등장한 할머니의 드레스.]

이 드레스의 아름다움은 밀레니얼 세대에게도 통했다. 마르타의 딸 필라르 오하라 카슈프 역시 최근에 이 드레스를 입고 약속의 길을 걸었다. 드레스의 시초 ‘그란데’의 증손녀인 27살의 필라르는 최근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에서 이 드레스를 입고 닉 카슈프와 혼약했다. 필라르는 ABC뉴스에 “처음 입어보자마자 알았다”며 “완벽하게 몸에 맞았고 수정할 필요도 없었다”고 밝혔다.

[마르타의 딸 필라르 오하라 카슈프가 증조모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다. 그녀는 2017년 9월에 결혼했다.]

가족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모레노 할머니는 2008년 98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자신의 딸들을 비롯한 거의 모든 가족의 웨딩드레스를 직접 만들어 줬다. 마르타는 ABC뉴스에 “우리 엄마와 이모가 우리와 같은 드레스를 입지 않은 이유는 할머니가 딸들에게 각자 꿈의 드레스를 만들어 주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마르타는 허프포스트 US에 "우리 할머니가 살아서 증손녀가 이 드레스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무척 신나 하셨을 것"이라며 "그 생각이 나를 무척 기쁘게 한다"고 밝혔다.

[마르타 오하라와 그녀의 할머니 마리아 테레사 모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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