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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이 부상하는 이유

마치 '스트리밍'처럼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의 사람들에게 소유권은 구시대의 유물일 뿐일지 모른다. 남의 것을 손쉽게 빌려 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은 굳이 무언가를 소유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은 시대라고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 음성원
  • 입력 2017.11.21 09:48
  • 수정 2017.11.21 09:54

미국에서 '미니멀리즘'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불러 일으킨 36세의 두 젊은이, 조슈아 필즈 밀번(Joshua Fields Millburn)과 라이언 니커디머스(Ryan Nicodemus)는 미니멀리즘에 대해 자신들의 웹사이트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미니멀리즘은 당신의 삶에서 과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을 제거하며 정말 중요한 것에 대해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다. 이를 통해 당신은 행복과 충만함, 그리고 자유를 느낄 수 있다."

이들의 여정은 2011년 <미니멀리즘: 의미있는 삶을 살기>를 출간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좋은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비싼 자동차와 커다란 집도 팔아 버리고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꾸려 나가기 시작한 조슈아와 라이언은 자신들의 웹사이트와 책을 통해 2000만명 이상의 독자들에게 미니멀리즘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조슈아는 "나는 금욕주의자도, (신기술을 반대하는) 러다이트도 아니다. 다만 집에 인터넷과 전화 없이 두 달 동안 살아보고, 1년 간 소유하기 위한 물건을 전혀 구매하지 않아 보기도 한다. 집에 텔레비전 없이 살아보기도 하고, 목표 없이 살아보기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계에 미니멀리즘을 퍼뜨리고 있는 조슈아 필즈 밀번(Joshua Fields Millburn)과 라이언 니커디머스(Ryan Nicodemus)의 웹페이지)

미니멀리즘이 바로 지금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얼까.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서 일까. 그것도 하나의 이유인 듯 하다. 미니멀리즘의 트렌드는 공유경제에 대한 가장 강력한 지지자들인 밀레니얼(1980~2000년생)의 성향과 일치하는 측면이 많다. 해리스폴과 이벤트브라이트의 설문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78%가 소유보다는 경험을 원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59%가 경험을 원한다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소비를 통해 희열을 얻던 시대는 끝났다. 부모 세대의 물질적 풍요로 인해 풍부한 문화적 소양을 얻은 젊은이들은 그들 부모 세대의 집이 금융위기로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며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를 외치며 미래를 위해 '바로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어쩌면 이 젊은이들은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아는 이들인지도 모르겠다.

조슈아는 "6자리 연봉(10만 달러, 1억원 이상)에 럭셔리한 자동차를 가지고 있었고, 옷장엔 비싼 옷이 가득했다. 나는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 살고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같은 달 이혼을 했다. 도대체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 의문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라이언은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스트'에서 "조슈아가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그에게 왜 그렇게 행복한지 물었고 이후 함께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슈아와 밀레니얼이 강조하는 모든 행위는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최근 나타나고 있는 미니멀리즘의 부상을 설명할 수는 없다. 어느 시대이든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미니멀리즘과 같은 맥락으로 성철스님의 무소유가 주목을 받을 때가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이 과거와 다른 점은 수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기꺼이 삶의 태도를 바꾼다는 데 있다.

이런 광범위한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토대는 바로 공유경제다. 공유경제의 등장이 미니멀리즘을 강력하게 뒷받침 해주고 있다. 세계 각국의 도시에서, 마치 현지에서 사는 것처럼 살아볼 수 있게 도와주는 에어비앤비는 자신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커다란 행복을 전해줄 수 있다. 밀레니얼은 그래서 에어비앤비를 사랑한다. 에어비앤비 고객의 대다수가 밀레니얼이라는 것은 이를 증명한다.

(미국 시카고에서 경험해볼 수 있는 에어비앤비 '인어처럼 수영해보기' 트립)

이 뿐만이 아니다. 실용적으로 보더라도, 마치 '스트리밍'처럼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의 사람들에게 소유권은 구시대의 유물일 뿐일지 모른다. 남의 것을 손쉽게 빌려 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은 굳이 무언가를 소유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은 시대라고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주어져 있는 제한된 자원을 하나씩 연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함을 제공해주는 공유경제 플랫폼은 미니멀리즘의 확산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유의 종말'은 공유경제의 부상을 동반한다. 미니멀리즘과 밀레니얼, 공유경제가 동시대에, 같은 문화적 코드를 공유하며 함께 확산하고 있다는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개발시대, 소비 만능주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물질 만능주의를 만들어냈고, 이후 소비가 미덕인 사회의 부작용을 맞닥뜨린 X세대는 허무주의에 빠져들었다. 이제 저성장 시대에 등장한 밀레니얼은 공유경제와 미니멀리즘을 떠올리며 이전 시대를 매듭 짓고 있다.

소비 만능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며 공유경제의 시대를 찬양하는 미국의 공유경제 전문가 레이첼 보츠먼은 그의 저서 '위 제너레이션'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더 많은 제품을 구매하고 소유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반드시 삶의 만족도가 더 높은 것은 아니다. 개인과 공동체가 소비지상주의를 뛰어넘어 인생의 의미와 연합을 회복하는 강력한 예시가 우리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행복을 추구하려는 열망이 만들어낸 미니멀리즘이 저성장 시대에 적응한 자본주의의 산물인 공유경제와 같은 맥락으로 뒤섞여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흥미롭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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