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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이 '재선거'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치 역사상 최대의 '모험'이 될 것이다.

  • 허완
  • 입력 2017.11.21 06:38
  • 수정 2017.11.21 07:07
BERLIN, GERMANY - NOVEMBER 17:  A German Chancellor and leader of the German Christian Democrats (CDU) Angela Merkel speaks to the media as she arrives for further talks the morning after leaders of the four negotiating parties failed to reach consensus over issues in their preliminary coaliton talks on November 17, 2017 in Berlin, Germany. The German Christian Democrats (CDU), its sister party the Bavarian Christian Democrats (CSU), the Free Democratic Party (FDP) and the Greens Party (Buendnis
BERLIN, GERMANY - NOVEMBER 17: A German Chancellor and leader of the German Christian Democrats (CDU) Angela Merkel speaks to the media as she arrives for further talks the morning after leaders of the four negotiating parties failed to reach consensus over issues in their preliminary coaliton talks on November 17, 2017 in Berlin, Germany. The German Christian Democrats (CDU), its sister party the Bavarian Christian Democrats (CSU), the Free Democratic Party (FDP) and the Greens Party (Buendnis ⓒSean Gallup via Getty Images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면서 집권 12년 최대 위기를 맞이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정면돌파'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소수정부를 구성하는 대신 선거를 다시 실시해 유권자들의 판단을 받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 성사된다면, 메르켈 총리 정치 역사상 최대의 '모험'이 될 전망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20일(현지시각) 공영방송 ARD에 출연해 녹색당과 소수정부를 구성하는 것에 회의적이라며 "재선거가 더 나은 길일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기민·기사연합(CDU·CSU)은 지난 9월말 총선에서 9%p 하락한 득표율을 기록한 이후 좌파정당인 녹색당, 친기업 성향인 자유민주당(FDP)와 함께 연립정부 구성 협상을 벌여왔다. 이 조합은 세 정당의 상징색을 딴 '자메이카 연합'으로 불렸다. 그러나 FDP가 협상 결렬을 선언하면서 메르켈 총리 네 번째 임기의 운명도 불투명해졌다.

이에 따라 소수정부 구성, 또는 재선거라는 두 가지 옵션이 메르켈 총리에게 주어졌다. 소수정부를 꾸릴 경우, 당장은 혼란을 잠재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임기 내내 사사건건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재선거는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어 리스크가 꽤 크지만 성공할 경우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기반 위에서 네 번째 임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메르켈 총리가 암시한 대로 재선거를 치르려면 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연방헌법 제63조에 따르면, 우선 대통령이 총리 후보를 제안하고 연방 의회에서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어 새 총리가 연방의회 해산을 선언한 뒤, 60일 내에 재선거를 치르게 된다.

실제로 재선거가 실시된다면, 메르켈 총리로서는 몇 가지 고비를 넘어야 한다.

우선 연방 의회에서 과반 찬성을 얻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현재 기민·기사연합(CDU·CSU)의 의석수는 709석 중 246석에 불과하다. 총리 선출에 실패하면 2주간의 2차투표가 실시되고, 여기에서도 의회 과반 찬성을 얻은 후보가 없으면 3차 투표로 넘어간다. 3차 투표에서는 최다 득표자가 대통령 지명에 따라 총리가 된다.

메르켈 총리가 이 관문을 통과해 새 총리가 되더라도, 이후 실시될 재선거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기민·기사연합(CDU·CSU)이 1949년 이후 최악의 득표율을 기록한 게 불과 두 달 전이다. 독일 민영방송 RTL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가오는 일요일에 선거를 치를 경우 기민·기사연합은 31%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총선 결과(32.9%)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성적이다.

프랑스-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20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회동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각 정당들에 정치적 타협을 촉구했다. 독일이 직면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68년 역사상 최대 정치적 위기'를 재선거 대신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 그는 "유럽에서 가장 크고 경제적으로 가장 강력한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않았을 경우 우리 나라 안, 그리고 나라 바깥, 특히 유럽 인근 국가들 사이에서 우려가 쏟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전 정부에서 메르켈의 기민·기사연합과 함께 연정을 구성했던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은 총선 직후 밝혔던 것처럼 연정에 참여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공영방송 ZDF에 나와 "(SPD가 연정 불참 방침을) 깊이 재검토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설령 SPD나 FDP가 마음을 바꿔 연정에 참여하더라도, 이전보다 훨씬 강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메르켈 총리의 주요 정책기조와 리더십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물론 재선거는 그보다 더 큰 모험이자 도전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지난 12년 동안 독일을 넘어 '유럽의 리더'로 군림해왔던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생명이 완전히 끝날 수도 있다.

메르켈 총리는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면 우리는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와 독일, 그리고 유럽의 운명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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