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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에서 ‘지반이 늪처럼 변하는' 국내 첫 ‘액상화' 현상

포항지진으로 국내에서 지진으로 지반이 물러지는 액상화 현상이 처음 나타났다.

기상청은 19일 “포항지진으로 진앙 주변 지역에서 흙탕물과 모래 등이 솟아오르는 현상이 발견돼 확인 조사에 나섰다”며 “시추 등 지질조사 작업을 위해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액상화는 지진으로 진동이 생기면 물이 빠지지 않고 고여 흙이 마치 액체처럼 행동해 건물 등이 흔들리는 현상이다. 한마디로 지반이 늪으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1995년 매립지에 세워진 일본 고베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남서쪽 효고현에서 액상화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면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도 액상화 현상으로 피해가 발생했다는 학계 보고가 있었다.

손문 부산대 지질학과 교수는 “포항 진앙 주변 2㎞ 반경에 흙탕물이 분출된 흔적 100여곳이 발견됐는데 액상화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포항은 한반도가 1700만년 전 땅이 바다에 가라앉아 1000만년 전까지 물속에 있었던 지역이다. 포항 지반에는 완전히 고체화가 안된 상태의 해성퇴적층이 200m 두께로 쌓여 있어 15일 지진으로 액상화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재순 서경대 도시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도 “경주지진에 비해 포항지진의 피해가 크게 발생한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연약한 부지에 따른 지진파의 증폭 여부와 구조물에 의한 공명 여부 등을 조사해야 한다. 하지만 건조물이 없는 논 등에서 흙탕물과 모래가 솟아오른 것은 지진파 증폭에 의한 액상화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난해 간척지와 매립지 등에 대한 액상화 발생 위험도를 작성해 진앙이 매립지나 해안가 등 연약지반일 경우 액상화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한 바 있다.

이미선 기상청 지진화산센터장은 “액상화 여부는 행정안전부 단층공동사업단의 조사 활동을 통해 규명될 것”이라며 “기상청은 내년에 시행할 예정인 진도 서비스 준비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시추 등의 조사 작업에서 확보되는 시료와 자료를 관련 기관에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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