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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배기를 불에 던졌다...그 비명을 잊을 수 없다"

  • 김원철
  • 입력 2017.11.17 09:30
  • 수정 2017.11.17 09:39

“한 군인이 만삭 임신부한테 가솔린을 붓더니 불을 붙였어요. 한 군인은 엄마 팔에서 아기를 빼앗더니 불에 던져 넣었어요. 그 아기 이름은 사합, 아직 한 살도 안된 아기예요. 저는 그 비명을 절대 잊을 수 없어요.”

미얀마군의 학살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피난 온 로힝야족 레헤마(24·가명)의 평생에 남을 공포다. 사디바비란(16·가명)은 “군인 세 명으로부터 집단 성폭행 당한” 트라우마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 세니라(35·가명)는 조카가 집에 갇힌 채 불타 죽은 주검 잔해를 보았고 “타버린 주검 냄새는 그 자리를 떠난 뒤에도 아주 오랫동안 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국제 구호개발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17일 발표한 ‘결코 잊지 못할 공포’의 일부다. 로힝야족 23만명이 머물고 있는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에서 2주간 25명을 심층 인터뷰한 보고서다. 지난 8월말 미얀마군이 소수인종 로힝야족에 대한 ‘제노사이드’(인종청소)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60만명이 피난을 떠났고, 그 과정에서 자행된 살인과 폭력·성폭행 실상이 담겼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21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아셈)에 참석하는 각국 외교장관에게 “이 폭력을 멈출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달라”며 보고서를 전했다.

난민 가운데 60%는 18살 미만 미성년자다. 로힝야 난민을 직접 만난 헬레 토르닝슈미트 세이브더칠드런 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는 “내가 만난 모든 아이들이 잔악행위, 거듭된 성폭행, 가족이 산 채로 타 죽은 광경을 목격한 경험을 이야기 했다”며 “로힝야 난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아셈에서 주요 의제로, 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로힝야 난민 아동 상황을 초대형 재난(카테고리 1)으로 선포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도 약 15만달러(1억6600억원)를 추가지원 하기 위한 긴급구호 모금을 시작했다.

열두살 호산(가명)은 군인들이 마체테칼(큰 칼)로 사람들을 난도질하기 시작하자 마을에서 도망쳤다. 피난길에 버려진 마을에 들렀다가 저수지에 떠있는 주검 50여구를 목격했다. 호산은 “집이 타는 냄새와 부패해 부풀어 오른 주검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열살 라히몰(가명)은 아버지가 군인의 총에 맞아 숨지는 걸 지켜봤다. 엄마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 지는 아직 모른다. 형제·이웃과 함께 도망을 쳤고 맨발로 4일을 걸어 국경을 넘었다. 난리 통에 국경 근처에서 형과 헤어졌다. 세이브더칠드런 24시간 쉼터에 몸을 의탁한 라히몰은 “너무 외롭고 형이 그립다”고 말했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로힝야 제노사이드’가 시작된 지 석달 만인 16일, 미얀마 당국에 로힝야족에 대한 군사행동 중단을 촉구하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특사 임명을 주문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미얀마와 중국·러시아 등 10개국이 반대하고 26개국이 기권해 찬성 135로 통과됐다. 이번 결의는 다음달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다시 한번 채택 절차를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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