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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스틴 사건'으로 살펴본 할리우드 포식자들의 성추행 패턴

  • 박세회
  • 입력 2017.11.17 06:23
  • 수정 2017.11.17 06:28

‘와인스틴 효과’가 할리우드를 휩쓸고 있다.

지난달 5일 〈뉴욕타임스〉가 배우 애슐리 쥬드, 로즈 맥고완을 비롯한 다수의 여성이 하비 와인스틴에게 성폭력부터 성희롱까지 다양한 강도의 성적 침해를 당했으며 그 가운데 (적어도) 8명이 합의 등을 통해 침묵을 강요받았다고 보도했다. 이후 폭로의 바람은 할리우드 전체로 번졌다.

5명의 여성이 스탠드업 코미디언 루이 CK로부터 성적으로 부당한 행위를 당했다고 밝혔으며, 배우 나타샤 헨스트리지와 올리비아 문 등 여섯 명의 배우가 〈러시 아워〉시리즈의 제작자로 유명한 브렛 래트너의 추행을 까발렸다.

그 와중에 벤 애플렉은 2003년 방송 중에 당시 19살이던 배우 힐러리 버튼의 가슴을 움켜쥐었던 일이 트위터에서 회자하며 공식 사과를 해야 했다. 이 일련의 사건들이 바다 건너 불구경 같이 흘러가선 안 되는 이유가 있다. ‘포식자’로 지칭되는 이 남성들의 행동이 어떤 일관적인 패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와인스틴의 추행을 수십년 동안 가릴 수 있었던 것

일단 이어진 폭로의 계기가 된 하비 와인스틴 사건을 살펴보자. 〈뉴욕타임스〉가 미라맥스의 창립자이자 거대 프로덕션 회사인 와인스틴컴퍼니의 공동 회장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행 스캔들을 보도했을 때, 영화 관계자들은 무척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사에 묘사된 그의 행동이 추악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을 더 놀랍게 만든 건 와인스틴의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뚫고 그 보도가 나왔다는 사실이었다. 허프포스트 US는 하비 와인스틴의 성적 추행과 무지막지한 언행은 ‘공공연히 다 아는 비밀’이었지만, 그동안 모두가 쉬쉬해왔다고 설명했다. 허프포스트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와인스틴이 미디어에 헤드록을 걸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비 와인스틴. 유튜브 캡처.

와인스틴은 다양한 방법으로 미디어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지금은 온라인 매체 ‘더랩’의 CEO이자 편집장인 샤론 왁스먼이 2004년 <뉴욕타임스>에서 와인스틴의 나쁜 행실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을 때, 두 사람이 전화를 걸어 말렸다. 그들은 바로 배우 맷 데이먼과 러셀 크로였다. 와인스틴은 파티장에서 ‘본인이 원하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기자에게 ‘쌍년(cunt)’이라고 부르고, 해당 기자의 남자 친구인 <뉴욕옵저버> 기자의 목에 헤드록을 건 적도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 이와 관련한 기사는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

미디어라는 확성기에 가장 가까이 있는 기자에게 ‘쌍년’이라고 욕을 해도 괜찮은 남자가 여성 배우에게 ‘호텔 방에서 얘기 좀 하자’고 부르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십 년 전 20대이던 애슐리 쥬드는 ‘조찬 회의’ 정도라고 생각하고 초대에 응했다가 목욕 가운을 입은 와인스틴으로 부터 ‘(본인이 쥬드에게) 마사지를 하게 해주거나 자신이 샤워하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안젤리나 졸리는 1990년대 후반, 영화 <라스트 하트> 개봉 당시 와인스틴이 “호텔 객실에서 부적절하게 추근거려서 이를 거부했다”고 <뉴욕타임스>에 털어놨다. 22살의 기네스 팰트로 역시 미라맥스가 제작하는 <엠마>에 출연 확답을 받은 뒤 호텔 방에 불려가 와인스틴에게 마사지를 받을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당시 남자친구가 와인스틴의 친구이자 ‘유명 배우’인 브래드 피트였음에도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할리우드의 A급 남자 스타들마저 ‘함구’했던 이 모든 사건은 지난 이십 년 동안 주요 언론에 보도된 적이 없다.

■‘같은 업계에서 사람 하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

와인스틴을 비롯한 성추행 폭로가 연달아 나오고 있는 할리우드 포식자들의 본질은 그냥 권력이나 돈이 아니라 ‘같은 업계에서 사람 하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가장 취약한 피해자를 노렸다는 데 있다.

영화 제작자 브렛 래트너. 유튜브 캡처.

영화 제작자 와인스틴이 영화배우를 노렸듯 필모그라피에 있는 작품으로 약 20억 달러(약 2조원, IMDB 기준)의 수익을 올렸다는 영화 제작자 브렛 래트너 역시 당시 아직 명성을 얻지 못한 올리비아 문과 나타샤 힌드리지를 노렸다. 뉴욕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작가 루이 CK 역시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코미디 듀오인 다나 민 굿맨과 줄리아 월러프의 앞에서 자신의 성기를 흔들었고, 아직 단역 위주로 영화에 출연 중인 코미디언 애비 샤크너와 통화를 하면서 자위 행위를 했다.

<뉴욕타임스>의 설명을 보면, 와인스틴 컴퍼니의 직원이었던 로렌 오코너는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투서를 한 적이 있는데, 이사회에서 조사조차 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오코너는 결국 문제 제기를 철회하고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해야 했다고 한다. 당시 그녀는 자신의 메모에 “나는 생계를 잇고 커리어를 쌓으려는 28살의 여자고 하비 와인스틴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64살의 남자다. 그리고 여기는 그의 회사다. 그의 힘은 10이고 나의 힘은 0이다”라고 남겼다.

스탠드업 코미디언 루이 CK. 유튜브 캡처.

일련의 폭로 과정에서 특이하게 자신의 행동을 인정한 루이 CK는 성명을 통해 “그때 나는 물어보기 전에 바지에서 성기를 꺼내지만 않는다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늦게, 권력을 지닌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성기를 보겠느냐고 묻는 것은 ‘질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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