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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살상용 함정 ‘부비트랩'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 김도훈
  • 입력 2017.11.16 05:26
  • 수정 2017.11.16 05:27

전라병영성 바깥 해자 부근에서 나온 조선시대 부비트랩(살상용 함정 구덩이) 유적의 모습. 구덩이 바닥에 날카로운 죽창을 촘촘히 꽂은 흔적들이 보인다.

전쟁 때 적들을 꾀어서 죽이기 위한 함정인 ‘부비트랩’이 조선시대 유적에서 무더기로 발견됐다.

전남 강진군과 한울문화재연구원은 지난 4월부터 강진 전라병영성(국가사적)을 발굴조사한 결과 깊은 구덩이를 파고 바닥에 죽창을 꽂은 함정 구덩이 64기와 방어용 해자(연못) 흔적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국내 군사 유적에서 살상용도의 부비트랩이 처음 대규모로 확인된 것이다.

함정 구덩이들은 성터의 남문터 서쪽에서 드러났다. 성을 둘러싼 해자(연못) 바깥쪽에 6∼8m 거리를 두고 2∼4열로 최대 2.5m 깊이의 구덩이들을 조밀한 간격으로 파놓았다. 각 구덩이 바닥에는 대나무 끝을 쪼개어 날카롭게 다듬은 죽창들을 촘촘하게 꽂아 살상용임을 알 수 있다.

함정 구덩이의 단면은 원뿔을 뒤집어놓은 모양새로, 아래로 내려갈수록 좁아지는게 특징이다. 또 성의 동쪽과 남쪽에서는 해자터가 확인됐는데, 안에서 나막신, 나무말뚝, 도자기·기와조각 등이 나왔고 해자를 건너가기 위한 다리의 나무기둥과 석렬 등도 부근에서 같이 출토됐다.

전라병영성 남문과 바깥 해자터, 함정 유적들을 공중에서 내려다본 모습. 가운데 부분에 개천처럼 옆으로 죽 뻗은 해자 아래로 수십여개의 동그란 함정 구덩이들이 보인다.

연구원 쪽은 함정 구덩이들을 대학자 다산 정약용이 1812년 펴낸 병법서 '민보의'에 나오는 ‘함마갱’(陷馬坑) 시설로 보고있다. 함마갱은 사슴 뿔 모양의 막대기인 녹각목(鹿角木)이나 예리한 죽편(대나무 조각)을 구덩이 바닥에 세우고 구덩이 위로 잡초나 지푸라기를 덮어 위장한 함정을 말한다.

베트남 전 등 현대 게릴라 전쟁에서도 숱하게 사용된 부비트랩의 전형적인 얼개이기도 하다. 연구원 쪽은 “함정을 판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확정할 수 없다”면서 “다른 함정 유적들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해자 안에서 나온 조선시대 나막신.

올해로 쌓은지 600년이 되는 전라병영성은 1417년(조선 태종 17년) 병마도절제사였던 마천목 장군이 처음 성곽을 지어 올렸다. 그 뒤로 1895년까지 400여년간 호남과 제주 일대의 관군 총지휘부 구실을 하며 나라의 주요 군사기지로 쓰였다. 1999년부터 올해초까지 이어진 발굴 조사를 통해 문터와 치성(성벽 열의 바깥으로 튀어나온 방어용 시설), 객사와 동헌 터, 우물, 연못의 흔적 등이 확인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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