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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던 딸이 엄마 아빠의 폐를 동시에 이식받았다

살아 있는 엄마 아빠의 폐 일부를 잘라 딸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 현행법은 살아 있는 공여자의 폐를 이식하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 보건당국은 생체 폐 이식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10월 중순 '말기 폐부전'으로 폐 기능을 모두 잃은 환자 오화진(20)에게 아버지 오승택(55)씨의 오른쪽 폐 아랫부분과 어머니 김해영(49)씨의 왼쪽 폐 아랫부분을 떼어 이식하는 생체 폐 이식을 시행했다"며 "현재 환자는 건강하게 회복 중"이라고 밝혔다.

폐는 오른쪽 3개, 왼쪽 2개 조각(폐엽)으로 이뤄져있다. 기증자들은 폐 일부를 절제했지만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환자는 3년 전부터 원인 불명의 특발성 폐고혈압증을 앓아왔다.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보내는 폐동맥이 두꺼워져 피를 폐로 보내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 상태가 지속하면 폐 기능도 망가지고, 심장에 과부하가 걸려 심장마비가 올 수 있다.

지난해 오씨에게 심장마비 쇼크가 왔으나, 극적으로 심장박동이 돌아와 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언제 다시 심장이 멈출지 몰랐다. 부모는 자신들의 폐 일부를 딸에게 주고자 했으나 생체 이식 금지라는 법 규정에 가로막혔다. 이들은 국민 신문고에 청원을 넣기도 했고, 생체 폐 이식으로 유명한 일본 교토대 의대에 원정 수술을 문의하기도 했다.

그러다 2008년부터 교토대로부터 생체 이식 기술을 익히고 있던 서울아산병원팀을 만났고, 생체 폐 이식 수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병원은 말기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자 의료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수술에 임하기로 했다. 관련 학회인 대한흉부외과학회, 대한이식학회에 의료윤리적 검토를 의뢰해 긍정적인 답변도 받았다. 복지부와 국회,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등에도 해당 사례를 보고해 설득했다.

마침내 지난달 21일 아빠·엄마 폐 절제, 환자 폐 이식을 위해 수술실 3개가 동시에 열리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환자는 이식 수술 6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떼고, 이식된 폐로 호흡할 수 있게 되면서 건강을 되찾고 있다. 폐 공여자인 부모도 후유증 없이 6일 만에 퇴원했다.

수술을 집도한 흉부외과 박승일 교수는 "생체 폐 이식 성공으로 뇌사자 폐 이식을 기다리다 상태가 악화해 사망하는 환자, 특히 소아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제시된 셈"이라며 "기증자의 폐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은 폐암 절제 수술 때 흔히 시행되는 수술로 안정성이 보장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뇌사자 폐 이식 대기자는 300여 명이고, 평균 대기 기간은 1400여 일이다. 대기자 절반 정도가 기다리다 죽음을 맞는다.

생체 폐 이식은 1993년 미국에서 처음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400건 넘는 시술이 이뤄졌다. 일본에서는 공여자를 부모와 형제·자매로 한정해서 허용하고 있다. 이식 후 3년 생존율이 85% 정도다. 국내 장기이식법은 신장·간·골수·췌장·췌도·소장 등 6개 장기만 생체 이식을 허용하고 있다. 대다수 장기 이식 수술은 첫 시도가 성공하면서 합법화되는 과정을 거쳐, 폐 이식 수술도 같은 과정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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