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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미디어 음주장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 허완
  • 입력 2017.11.15 09:55

1998년 방영된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의 한 장면은 지금 보면 섬뜩하다. 바로 수술실 안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그게 아무런 여과 없이 TV에 방영되는 모습. 2000년에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흡연에 대한 사회적 제재가 심하지 않았다.

(1995년 이전까지는 비행기에서 흡연도 할 수 있었다)

TV에서 본격적으로 흡연장면이 퇴출된 것은 2002년부터다. KBS는 2002년 12월 1일을 '드라마 금연선포의 날'로 정하고 모든 드라마에서 흡연 장면을 내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같은 달 9월에는 SBS가, 2004년부터는 MBC가 차례로 흡연장면을 금지시켰다.

당시 KBS는 드라마 속 흡연 장면이 시청자의 35.4%에게 흡연욕구를 일으켰고 23.9%는 시청 후 실제 담배를 피웠다는 자료를 제시하며 흡연장면 추방의 근거로 삼았다.

그리고 앞으로는 방송에서 흡연에 이어 음주 장면도 사라질지 모른다.보건복지부가 15일, 절주문화 확산을 위한 미디어 음주장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미디어의 과도한 음주장면 묘사로 인한 폐해를 예방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한국에서 매년 10만여 명이 음주와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하고. 이는 교통사고 사망자의 20배에 해당"한다며 "물론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피해의 최소화와 같은 보편적 윤리가 지켜져야 하며 청소년도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 이같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10가지 가이드라인 중에는 '폭탄주', '2차 3차까지 이어지는 음주 상황', '상사나 선배가 음주를 강요하는 장면'.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을 남자다운 것으로 묘사하는 행위' 등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음주가 성적 행위를 위한 손쉬운 수단으로 잘못 인식하게 하는 상황이나 장면'이나 '폭력, 범죄 등 음주 후 벌어지는 폭력행위들의 묘사' 등도 지적하며 '주취 후 이뤄지는 범죄에 대한 사회의 온정주의적 인식'에 대해서도 분명히 경계했다.

중요한 것은 이 가이드라인 자체가 법적 구속력을 갖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도 법은 '흡연 장면'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규정 제28조는 "방송은 음주, 흡연, 사행행위, 사치 및 낭비 등의 내용을 다룰 때에는 이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만 표현하고 있다. 흡연 자체를 전면적으로 금지된다거나 음주는 원래 허용된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음주와 흡연 모두 '그 표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다만, 2002년 KBS의 자체 퇴출 이후 모든 방송사에서 흡연 장면이 사라진 것처럼 이번에도 보건복지부의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방송사에서 음주 장면을 제한하거나 퇴출할 수는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에 참여한 김영욱 카이스트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장은 아니라도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잘못된 음주 묘사의 폐해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설득해 나가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개선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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