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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는 이미 우리 곁에 있다

공유경제가 확산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 편승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바로 인식의 전환이다. 공유경제에 대한 모호한 환상은 혼란을 야기할 뿐이며, 새 시대에 적응할 수 없게 만들 우려가 있다. 실질적으로 공유경제란 '효율의 극대화'라는 경제논리와 다름없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미 우리 생활에 깊이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 음성원
  • 입력 2017.11.14 08:47
  • 수정 2017.11.14 08:54

[에어비앤비가 만드는 공유도시①]

'갤럭시S8 무료 구매 찬스!'

지난 6월28일 서울 신촌 연세로를 걷던 중 이런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발견했다.

1년밖에 쓰지 않은 휴대전화가 갑자기 고장나 새로 구입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때여서 그런지 눈에 확 들어오는 메시지였다. 옆의 문구까지 읽어보니 '무료 구매'에 대한 정의가 조금 이상했다. 문구는 이랬다. '제휴카드 혜택+구매 18개월 사용 후 기기 반납시'

사실상 '임대폰'인 셈이었다. 그런데도 이동통신사 대리점은 이를 '무료 구매'라고 표현했고, 이에 대해 많은 이들 역시 별다른 거부감을 갖지 않는 듯하다. 우리는 이미 이런 행위를 계속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를 구매했다가 2년 정도 쓰고 난 뒤에는 중고로 팔아버리고, 다시 새 제품을 사는 익숙한 패턴이 그것이다. '갤럭시S8 무료 구매 찬스'라는 문구는 이 같은 행위를 조금 더 극적으로 포장해 상품화했을 뿐이다. 현대인에게 휴대폰은 소유인가, 임대인가, 아니면 공유일까?

지난 6월28일 서울 신촌 연세로의 통신사 매장 모습. '갤럭시S8 무료 구매 찬스!'란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많은 이들이 쓰고 있는 스마트폰은 이미 공유경제의 영역에 편입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유경제의 정의를 알든 모르든, 최근의 경제현상에 대해 '공유'라는 표현을 쓰는 것에 대해 동의하든 않든 간에, 이른바 공유경제는 이미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지털테크 분야 분석회사인 주니퍼 리서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공유경제의 시장 규모는 올해 186억달러(한화 21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규모는 에어비앤비나 우버와 같은 공유경제 플랫폼 사업자의 매출을 토대로 분석됐다.

앞으로 공유경제는 점점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망을 낳는 첫번째 배경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질서로 확립된 저성장이다. 저성장 시대에는 무언가 새로 생산해 봤자 그것을 소비할 여력이 있는 이들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것을 다시 활용하려는 동인이 생겼다.

여기에다 2007년 애플 '아이폰'의 등장 후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온라인 접근성이 대폭 확대되었고, 기존 자원의 활용도도 높아졌다.

'공유경제: 사람들은 왜 협력적 소비에 참여하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이 이른바 협력적 소비와 개인간(Peer-to-Peer) 거래를 확산시킨다'고 설명했다. 협력적 소비와 개인간 거래는 공유경제의 핵심 키워드다. 스마트폰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쉽게 공유경제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줬다.

공유경제 확산의 배경으로 문화적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새 문화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생)가 주도하고 있다. 밀레니얼은 소유보다는 경험과 이벤트, 네트워크를 중시한다. 스트리밍(실시간 전송)으로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본다. 집을 살 수 있는 자본도 없거니와 그럴 필요성도 과거 세대보다 덜 느끼며 만남을 중시한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밀레니얼은 다른 어떤 세대보다 건강과 환경을 중시한다. 기존 자원을 재활용하는 공유경제가 이 같은 새로운 문화 트렌드에 적절하게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렇게 경제적, 문화적으로 아우러진 절묘한 시대를 맞아 공유경제는 이제 주류 경제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 추세는 더욱 가파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다. 예컨대 공유경제의 대표주자로 숙박 공유 플랫폼을 운영하는 에어비앤비는 2008년 설립 후 짧은 시간이 흘렀지만, 이미 현실 세계에서 강력한 경제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고객(게스트)이 누적 기준으로 무려 2억명에 이를 정도이며, 기업 가치는 세계적인 호텔 체인 힐튼을 뛰어넘었다. 지난 8월5일 에어비앤비로 마련한 숙소에서 잠을 청한 이는 세계적으로 250만명에 달하며, 지금까지 가장 많은 게스트가 이용한 날로 기록되기도 했다. 주니퍼 리서치에 따르면 에어비앤비 등 플랫폼 사업자를 기반으로 한 공유경제 규모는 2022년 402억달러(45조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렇게 공유경제가 확산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 편승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바로 인식의 전환이다. 공유경제에 대한 모호한 환상은 혼란을 야기할 뿐이며, 새 시대에 적응할 수 없게 만들 우려가 있다. 실질적으로 공유경제란 '효율의 극대화'라는 경제논리와 다름없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미 우리 생활에 깊이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기존 자동차나 정수기 렌트 등은 기업과 개인 간의 공유경제 모델이다. 임대인 듯, 공유 같기도 한 스마트폰 시장은 기업과 개인 간 거래(C2P)는 물론이고 개인 간 거래(P2P) 모두를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공유경제 모델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공유경제 간의 접점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관점으로 우리 인식의 틀을 넓혀보면 생활 속에 이미 뿌리를 박은 공유경제도 눈에 띈다. 목욕탕은 대표적인 공유경제 상품이다. 개인들은 자신의 집에 거대한 욕탕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워두지 못할 것이다.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하다 보니 비용이 엔(N) 분의 1로 떨어지고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통적인 사업자 중 하나로 꼽히는 호텔도 공유경제를 적극 이용한다. 호텔은 건축적 기법을 적극 활용해 자원의 이용을 최적화했다. 로비 등의 공유공간은 최대한 화려하게 설계해 찾는 이들이 '럭셔리'한 경험을 하도록 도왔고, 실질적으로 건물 용적률 대부분을 차지하는 숙소는 사실 굉장히 비좁은 사각의 방일 뿐이다.

이 모델은 최근 공유경제의 부상에 따라 인기를 끌고 있는 공유주택 모델에서도 그대로 차용되고 있다. 영미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공유주택인 '올드오크'나 '위리브' 같은 건물의 특징은 공유공간을 최대한 화려하게 만들어 눈길을 끌지만, 실제 건물 용적률을 대다수 차지하는 공간인 숙소는 매우 비좁은, 최소한의 수준으로 꾸며 놓는다는 점이다. 공유주택 개개인이 지급하는 비용이 N분의 1씩 모여 화려한 공유공간을 만들어내고 심리적 만족감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호텔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인식의 확장은 공유도시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에 대한 힌트를 준다. 개인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공원이나 체육관 등의 공공 인프라를 어떻게 마련하고 배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도 엿볼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도시라는 플랫폼을 어떻게 설계해야 개인과 개인이 좀더 쉽게 마주치고 교류하며 손쉽게 거래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스마트폰이 개인 간 거래의 혁신과 공유경제의 흐름을 만들어낸 플랫폼 시대를 연 것과 마찬가지로 공유도시라는 플랫폼 역시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우리 개개인 삶의 질은 바뀔 수 있다. 공유경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설계해 나갈 새로운 트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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