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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년 간, 스포츠 전문 작가로 활동하던 성인 남성은 알고보니 10대 소녀였다

라이언 슐츠는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두 아이의 아빠이자, 야구 전문 저널리스트였다.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 전문 매체인 ‘Baseball Prospectus’ 산하의 ‘ BP South Side’와 ‘BP Wrigleyville’에서 화이트 삭스와 시카고 컵스 구단에 대한 칼럼을 써왔고, 올해도 야구 세이버매트릭스 정보 사이트인 ‘Beyond the Box Score’ 등에 글을 썼다. 그가 야구에 대해 글을 쓴 기간은 약 8년이라고 한다. 그동안 그는 트위터에서도 많은 사람과 야구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그중에는 여성들도 많았다. 몇몇 여성들은 라이언에게 사랑을 고백받았다. 이후 그 여성들의 대부분은 라이언으로부터 정신적인 학대를 받았다. 또 그들은 라이언의 자해를 하겠다는 협박에 트위터로 자신의 누드사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진짜 얼굴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트위터에서 라이언과 알게된 여성들 중에서도 그와 실제로 만난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지난 11월 9일, 한 여성의 폭로로 라이언의 정체가 밝혀졌다.

그는 두 아이의 아빠가 아니었다. 그는 13살 때부터 야구에 대해 글을 썼던 21살의 대학생이었으며 화이트 삭스의 팬이었다.

그리고 그는 남자가 아니었다.

11월 10일, 미국 ‘데드스핀’‘뉴욕 포스트’ 등은 라이언 슐츠의 정체가 드러난 전모에 대해 보도했다.

지난 11월 4일, 라이언 슐츠는 트위터를 통해 여성 혐오적인 발언을 했다. (현재 삭제된) 이 트윗은 수많은 여성 유저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그리고 이때부터 고백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몇몇 여성들은 자신이 라이언으로부터 당한 정신적 학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11월 6일, 4명의 여성이 합심해 라이언의 아내를 찾아나섰다. 평소 라이언은 아내 블레어와 아이들에 대한 언급을 자주했는데, 이 여성들은 라이언이 가족에게도 학대를 할지 모른다고 걱정했던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사람의 흔적은 어디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라이언의 다른 가족이 갖고 있는 페이스북 계정을 찾았다. 하지만 그의 페이스북 피드에는 어디도 라이언 슐츠라는 이름이 없었다고 한다. 또한 사진 속에도 라이언으로 볼 만한 남자의 모습은 없었다. 대신 그들은 라이언과 정말 많은 점을 공유하는 또 다른 슐츠를 찾았다. 그의 이름은 베카 슐츠. 바로 라이언 슐츠의 진짜 이름이었다.

라이언 슐츠가 베카 슐츠란 여성이었으며 그가 트위터에서 만난 여성들을 농락했다는 사실을 알아낸 여성들은 라이언이 글을 기고하는 매체들에 연락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매체 담당자들은 바로 라이언 슐츠의 기고를 끊겠다고 밝혔다.그리고 조사에 참여한 여성 중 한 명은 에린은 11월 9일, 트위터를 통해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또 수많은 여성이 트위터로 라이언에게 당한 정신적 학대 경험들을 털어놓았다.

‘데드스핀’은 라이언 슐츠로 가장한 베카 슐츠로부터 정신적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여러 여성들을 인터뷰했다. 그중에는 자신이 대학교 2학년이었던 지난 2010년, 트위터를 통해 그와 사귀었다는 알렉스라는 여성도 있었다. 당시 베카 슐츠의 진짜 나이는 14살이었지만, 당시 알렉스는 라이언이 자신보다 몇 살 더 많은 남성이고, 아이스하키 팀인 시카고 블랙호크스의 팬으로 알았다고 한다. 알렉스는 라이언과 대화하며 자신이 고등학생 시절 경험한 트라우마 등을 털어놓았고, 라이언은 그녀를 위로하면서 가까워졌다. 알렉스는 라이언과 여러 번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다. 그녀는 라이언의 목소리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너무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잠시 좋은 시간이 있었다. 얼마 후 라이언은 알렉스에게 상처를 입히는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나를 멍청한 여자로 대하는 것처럼 말했어요.” 이후 라이언은 직접 만나자는 알렉스의 요청을 세 번이나 거절했다. 그리고는 어느 날 연락을 해와 “블레어라는 금발의 여성과 만나고 있다”는 말을 해왔다고 한다. 알렉스는 그녀에게 청혼을 하라고 권유했다. 그 이후 라이언은 블레어라는 여성을 아내로 맞이한 남자가 되었고, 이 사실을 자신의 블로그에도 적어놓았다.

지난 8년간, 그와 함께 일했던 매체 담당자들에 따르면, 슐츠는 처음 글을 썼던 13살 때는 돈을 받지 않는 자유기고가로 일했고, 이후에도 저렴한 원고료를 받고 글을 썼다. 하지만 이후에는 조금씩 정식 원고료를 받았고, 매체 담당자들과 함께 팟캐스트를 운영하기도 했다. 당시 사람들은 슐츠의 목소리가 평범한 남자에 비해 톤이 높다고만 생각했다고 한다. 또 그들은 대부분 라이언이 사교적인 남성이라고 생각했다.

슐츠는 ‘데드스핀’을 통해 자신이 거짓 인생을 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나는 스포츠 전문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당시 슐츠는 어린 여자아이였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야구에 대한 글을 전문적으로 쓸 수 없을 것 같았다"며 “사람들이 나를 주목하게 만들려면 내가 정말 전형적인 남자가 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내 이름과 비슷한 다른 이름을 선택했고, 그 이름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건 꽤 괜찮은 생활이었어요. 만약 내가 알렉스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 이후로도 1, 2년은 더 잘 지냈을 것 같아요. 나는 어렸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몰랐어요. 나는 내가 평소 생각했던 남자들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했죠. 그런 행동이 반복되면서 불안감을 느끼기는 했지만, 나는 정확히 내가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지 깨닫지 못했어요. 그때까지도 나는 어리니까 괜찮다는 변명을 하고 있었죠. “

“그동안 나는 여러 번 모든 걸 되돌리려 했어요. 하지만 결국 다시 라이언으로 돌아왔죠. 그렇게 되돌리지 못했던 걸 정말 후회합니다.”

“내가 라이언에게 너무 오랫동안 사로잡혀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그게 효과적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나는 정말 스포츠 작가였어요. 그리고 어느 시점부터는 라이언에게서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이기적이 된 거죠.”

슐츠는 그동안 트위터를 통해 알아온 여성들에게 사과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그들에게 했던 학대와 거짓말 등에 사과할 겁니다. 물론 많은 비난을 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바램이 있다면 나의 진짜 친구들과 가족들이 내가 했던 선택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 거예요.” 이후 슐츠는 지난 11월 11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다시 활성화한 후,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는 다시 트위터를 닫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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