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부터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국정 과제로 받아들이고, 개헌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해 나가겠습니다."
불과 약 1년 전인 2016년 10월24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전격적으로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비선실세' 최순실씨 관련 의혹이 새롭게 터져나오던 시점이었던 탓에 많은 이들은 '개헌으로 최순실을 덮으려 한다'고 의심했다.
그 의심은 정확했던 것 같다.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우병우 전 민정수석 재판에서 검찰은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진술 조서를 공개했다. SBS 출신인 김 전 수석은 '최순실 인사' 의혹이 제기됐던 인물이다.
이에 따르면, 김 전 수석은 당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 논의를 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그게 국면전환용이라는 얘기가 있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또 그는 "개헌 발표 이후 모든 언론이 그걸 쫓아가는 상황이어서 다들 신의 한 수였다고 했다"고도 했다. 실제로도 이날 연설 직후 개헌 관련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국면전환용이었다는 정황은 지난 1월 시사IN 등에 보도된, 시정연설 이틀 전 작성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메모('안종범 수첩')에도 드러난 바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상황은 박 전 대통령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바로 그날 저녁 JTBC의 '태블릿PC 보도'가 나오면서 개헌 논의는 빠르게 가라앉은 것.
김 전 수석 역시 검찰에 "JTBC 보도로 수습이 불가능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JTBC는 태블릿PC 보도 '1주년'이던 지난달 24일, "저희 취재팀도 개헌 발표로 태블릿PC 보도가 묻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한게 사실"이라고 회상했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