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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극우적인 상원의원 후보, 성추문으로 ‘흔들'

  • 김현유
  • 입력 2017.11.11 07:12
  • 수정 2017.11.11 07:13
WASHINGTON, DC - OCTOBER 13: Roy Moore, GOP Senate candidate and former chief justice on the Alabama Supreme Court speaks during the annual Family Research Council's Values Voter Summit at the Omni Shorham Hotel on October 13, 2017 in Washington, DC.  (Photo by Mark Wilson/Getty Images)
WASHINGTON, DC - OCTOBER 13: Roy Moore, GOP Senate candidate and former chief justice on the Alabama Supreme Court speaks during the annual Family Research Council's Values Voter Summit at the Omni Shorham Hotel on October 13, 2017 in Washington, DC. (Photo by Mark Wilson/Getty Images) ⓒMark Wilson via Getty Images

미국 앨라배마 주대법원장까지 지냈지만 극우적이고 충동적인 행보로 이목을 끌어온 로이 무어(70)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가 30여년 전 10대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으로 낙마 위기에 처했다. 최근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 등에서 완패한 공화당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파문은 할리우드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력 파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워싱턴 포스트'가 무어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시작됐다. 이 신문은 무어가 검사로 활동하던 1979년에 14살 소녀를 성추행한 것을 비롯해 10대 여성 4명을 추행하거나 그들을 성적으로 유혹했다고 9일 폭로했다.

이 신문 보도를 보면, 레이 코프먼이라는 여성은 당시 어머니와 함께 법정 밖 의자에 앉아있는데 무어가 접근해, 어머니한테 딸을 봐줄 테니 법정 구경을 해도 좋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코프먼의 어머니 낸시 웰즈는 “어린 딸을 봐준다니 정말로 친절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때 무어는 코프먼의 전화번호를 알아내고 며칠 뒤 코프먼을 차에 태워 숲 속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고 한다. 무어는 예쁘다는 칭찬을 하면서 코프먼의 옷을 벗기고 몸을 더듬으면서 그의 손으로 자신의 주요 부위를 만지게 했다. 코프먼은 이후 더 이상의 추행을 거부하고 집으로 데려다달라고 요구해 그렇게 됐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코프먼 외에도, 무어가 30대 때 16~18살 여성 3명에게 접근해 데이트를 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 한 명은 그와 키스를 했다고 말했으나, 나머지 둘은 신체 접촉은 없었다고 했다.

다음달로 예정된 상원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나선 무어의 성추문은 미국 사회가 와인스틴의 성폭력 사건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제기된 것이라 큰 주목을 받는다. 더구나 무어가 근본주의적 성향이 있는 기독교 복음주의의 열렬한 추종자로 도덕성을 매우 강조해온 인물이라 파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동성애와 이슬람에 대한 혐오를 강하게 표출해온 무어는 신념이 강해서인지 잇따라 사고를 쳤다. 법조인으로 경력을 쌓은 무어는 2001년 앨라배마 주대법원장으로 선출됐지만 2003년에 쫓겨난다. 주대법원 등이 들어선 건물에 십계명을 새긴 조형물을 설치했는데,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제기된 소송의 결과 연방법원에서 철거하라는 판결을 내렸는데도 거부했기 때문이다. 2006·2010년에는 앨라배마 주지사직에 도전했지만 공화당 경선에서 고배를 들었다. 2013년에는 두 번째로 주대법원장이 됐지만, 2016년에 연방대법원의 동성 결혼 합법화 판결 뒤로도 주법원 판사들에게 동성 결혼을 불법으로 간주하라고 요구하다가 직무정지를 당했다.

무어는 올해 4월 주대법원장직을 사임하고 상원의원직에 도전한다고 선언했다. 이런 행적 때문에, 그가 당선된다면 가장 극우적인 상원의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당내 경선이 진행중이던 9월에는 연단에서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권총을 꺼낸 뒤 “난 (민간의 총기 보유 근거가 되는) 수정헌법 제2조를 신봉한다”고 말하며 괴짜 행태를 보였다.

무어는 이번 보도에 대해 “완전히 틀린 주장이고, 민주당과 <워싱턴 포스트>의 결사적인 정치적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또 “내게는 우리의 보수적 가치에 대한 전면적 전쟁을 시작한 사악한 세력에 맞서 싸울 의무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보도의 충격적인 내용과 구체성 때문에 공화당 쪽은 전전긍긍한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래전에 일어났다는 일에 대한 단순한 주장만으로 한 사람의 삶이 파괴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주장들이 사실이라면 무어는 사퇴하는 게 옳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도 “이런 주장들이 사실이라면 그는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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