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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렙(PrEP)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다섯 가지

이제 데이팅앱에서 'PrEP(Pre-exposure prophylaxis: 프렙, 노출 전 예방법)'이라는 표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2012년 미국에서 프렙이 처음 허가되었고 많은 나라가 그 흐름에 동참하는 가운데 2017년 6월 세계보건기구(WHO)는 트루바다를 세계 첫 HIV 예방약으로 지정하였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대한에이즈학회가 PrEP 도입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였습니다.

STEP. 6 삼키기-"에이즈를 삼킨 프렙? 체하지 마세요~" 후기

이제 데이팅앱에서 'PrEP(Pre-exposure prophylaxis: 프렙, 노출 전 예방법)'이라는 표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2012년 미국에서 프렙이 처음 허가되었고 많은 나라가 그 흐름에 동참하는 가운데 2017년 6월 세계보건기구(WHO)는 트루바다를 세계 첫 HIV 예방약으로 지정하였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대한에이즈학회가 PrEP 도입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였습니다. 게이 커뮤니티 내부에서 PrEP에 대한 궁금증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정확한 정보가 공유되고 있진 않은 것 같습니다. 성소수자 차별과 질병에 대한 낙인이 존재하는 한국 사회에서 프렙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겠냐는 반응도 있고요. 9월 키씽에이즈살롱은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교수이자 대한에이즈학회장인 신형식, 활동가 정욜과 나미푸가 만나 프렙과 관련한 다양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자리였습니다.

프렙(PrEP)은 어떻게 나온 예방법인가요?

2004년 등장한 항바이러스 치료제 트루바다(Truvada)는 부작용이 적은 탓에 치료제로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항바이러스제가 도입된 이후부터 연구자들은 HIV 감염 확률이 높은 경험을 했을 때 바로 치료제를 투여하면 어떨까라는 가정을 했고, 연구 결과 사건 발생 후 72시간 안에 약을 복용하기 시작해서 28일간 지속하는 경우 HIV에 감염되는 경우가 극히 적다는 것을 발견했다. 미국 정부는 이 '노출 후 예방법(Post-exposure prophylaxis: PEP, 펩)을 위험한 직종에 근무하는 이들에 대한 대응 방식으로 인정하고 지원하고 있다.

프렙은 이보다 더 적극적인 접근으로 '비감염인이 예방을 목적으로 HIV 치료 약을 지속적으로 먹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이 예방법에 대한 연구는 세계적 규모로 여기저기서 행해졌는데 매우 높은 예방 효과를 보였다. (제이슨 박, "에이즈는 예방될 수 있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https://www.huffingtonpost.kr/2014/03/15/story_n_4969392.html) 백신은 일반적으로 예방 효과가 70%만 넘어도 상품성이 있다고 보고 5~60%만 되어도 시장에 도입할 수 있는데 트루바다는 예방약으로써 94%라는 굉장히 높은 수치를 보였다. 복용 방법은 다양한데, 하루에 한 번씩 먹는 것이 가장 널리 쓰이고 고전적인 방법이다.

한국에서는 언제 프렙이 가능할까?

프렙이 아예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현재 법적인 배우자, 사실혼 대상자들이 아기를 갖고 싶을 경우에 한해서는 트루바다를 처방받고 의료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병원에서 처방을 받을 수는 있으나 한 알에 만오천 원가량으로 개인이 부담하기에 비싸다. 현재 대한에이즈학회를 중심으로 올해 초 프렙 예방지침을 만들었고 질병관리본부에 게이 커뮤니티와 같은 고위험군에게도 처방 및 국가 지원이 가능하도록 식약처와 상의를 하고 있는 중이나 식약처 논의에서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약의 적응증(특정 병, 특정 상황에서만 활용할 수 있다는 일종의 합의)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의료 보험 적용의 경우 정부가 얼마나 지원을 할 것인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한에이즈학회가 생각하는 적정선은 한 달에 5만 원 정도라고 예측하고 있다. 트루바다 특허기간이 올해 해제되어 복제약을 제조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만약 보건당국이 적극적인 의사를 갖고 있다면 약의 보급가를 낮추기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통하여 특정 제약사를 지정하고 복제약을 만들라고 할 수도 있다. 처방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질병관리본부에서 모두 구매한 뒤 지역 센터를 지정하여 감염내과 전문의에게 상담 후 처방되도록 하거나 보다 편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특정 클리닉에 감염내과 전문의가 나가서 처방하는 방식도 고려 대상으로 논의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사 와서 프렙을 한다고도 하던데

법적인 테두리를 벗어나서 해외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있다고는 하나 사기를 당하거나 가짜약을 구매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복제약의 경우 그 질이 매우 중요한데 혹시라도 질이 나쁜 약을 쓰게 될 경우 예방약으로 쓰는 취지 특성상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프렙으로 사용 가능한 예방약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트루바다의 경우 바르는 젤 형태로 나와 있기도 하며 이를 애널 섹스 시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도 되어 있다. 트루바다만이 프렙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트루바다에 포함된 성분이 섞인 약은 모두 예방약으로 사용해 볼 수 있다. 트루바다는 두 가지 성분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 중 테노포비어 성분이 예방 효과에 좋기에, 이 성분이 포함된 약제를 예방약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현재 부작용을 대폭 줄인 데스코비란 약제가 예방 효과에 대한 임상연구 중에 있으며, 알약 투약이 아닌 통합효소 억제제를 활용하여 한 달에 한 번 주사를 맞으면 예방이 되는 형태도 임상실험 중이다.

프렙을 하면 콘돔을 끼지 않아도 될까?

만약 본인이 느끼기에 자신이 프렙을 해야 하는 라이프스타일-불특정 다수와 성관계를 갖거나 성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갖는-이라고 생각한다면 프렙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콘돔은 HIV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병에 대해서도 여전히 간편하고 쉬운 예방법이다. 따라서 프렙과 콘돔은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관계이기보다 상보적인 관계에 가깝다. 그보다 주목할 것은 감염인과 비감염인 모두 섹스와 게이라이프에서 자기 주도적인 선택권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프렙이 한국에 들어오게 되면 게이 커뮤니티는 보다 열린 자세로 자신의 섹스와 커뮤니티의 섹스 문화에 대해 대화해야 할 것이다. 프렙이 허가된 국가들에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성적 문란함과 프렙을 연결짓는 시각의 등장이다. 이른바 '트루바다 호어(Truvada Whoar)', 위험한 섹스를 하는 사람이 프렙을 한다는 생각인데 HIV 감염을 성적 문란함과 연결지어 낙인 내리던 것이 HIV를 예방하기 위한 행위에도 이어지는 것이다. 게이 커뮤니티가 두려워하는 것이 과연 HIV 감염만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게이 커뮤니티는 성적 문란함의 허상과 혐오의 맨 얼굴-HIV에 대한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혐오에 암묵적으로 동의해 오던-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찾을 수도 있다.

프렙으로 인해 게이커뮤니티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프렙이 도입된다면 현재의 한국 상황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HIV 예방의 새로운 국면이기도 하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그리고 에이즈에 대한 낙인이 팽배한 가운데, 보수/기독세력이 집요하게 공격하는 에이즈 문제의 취약성을 커뮤니티가 대외적으로 인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렙의 도입이 불러올 변화들, HIV/AIDS를 커뮤니티 차원의 문제로 인정하면서 더 많은 논의가 발생하고 자신의 게이 라이프와 커뮤니티를 새롭게 성찰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될 것이다. 또한 한국 게이 커뮤니티가 HIV/AIDS와 관련해서 겪고 있는 가시화 문제-HIV 감염자/AIDS 환자의 존재가 사회적으로 전면에 드러나지 못하고, 국가가 HIV 예방이나 감염인 인권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와 혐오와 낙인 문제를 사회적인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프렙은 게이 커뮤니티에게 의학의 발전으로 인한 수혜만이 아니다. HIV/AIDS 문제를 커뮤니티 안에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고, 암묵적으로 자행해온 혐오와 낙인을 되돌아보게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감염인과 비감염인 간의 몰이해와 갈등을 극복하는 전환점이 될지 모른다.

글 | 플래그 페이퍼 FLAG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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