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감옥에서 나오기로 하다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 행복공장
  • 입력 2017.11.07 07:17
  • 수정 2017.11.07 07:25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 9월부터 12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행복공장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20] 감옥에서 나오기로 하다

'내 안의 감옥' 에 다녀온 지 보름이 지났다.

가을의 문턱에서 따사로운 햇볕을 느끼며 1박 2일의 여행을 다녀오고 싶은 마음을 접고 홍천으로 향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의 필수품인 작은 수첩들과 부드럽게 잘 써지는 수성펜을 챙겼다. '감옥'에 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는 별로 정한 바가 없었다.

일찍 도착하여 잠시 시간의 여유가 주어지자 나는 마치 소풍을 나온 아이처럼 열심히 돌아다니고 사진을 찍으며 즐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성찰을 하러 온 것인 만큼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고요하고 차분한 마음을 유지해야 하지 않겠나.. 라는 생각이 스쳐 갔지만, 어찌된 일인지 생각과 마음은 일치하지 않았다. 나의 마음은 연두색 잔디밭에 가 있었고, 건너편에는 진한 회색으로 칠해진 감옥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마음은 감옥보다는 잔디밭이나 코스모스를 더 원한다는 사실을 수용하면서 나의 감옥 생활은 시작되고 있었다.

독방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방 안의 물건들을 잘 살펴보고 자리를 찾아주는 것이었다. 무엇으로 이 공간을 채울 것인지, 무엇을 바라볼 것인지 정하는 과정에서 마음도 차분하게 정돈이 되었다. 독방안에서 무엇이든 '창의적으로' 해보라는 안내는 단조로운 방안에서 재미를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마음이 어지럽고 해야 할 일들이 손에 잡히지 않으면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낯선 거리를 걷고,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고, 맛난 음식을 맛보며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다. 여행이 주는 행복 중 하나는 일상생활의 번잡함으로 둔해진 감각을 일깨우고, 풍부한 감각적인 경험을 얻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좁은 독방에 가만히 앉아만 있었음에도 풍부한 감각적인 경험을 느낄 수 있었다.

이참에 긴 일기를 쓰겠다던 계획은 완전히 버리고, 작은 방 안의 물건들, 창 밖의 고요한 풍경, 건너편에 어른거리는 사람의 그림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음이 단순해지니 주변의 모든 것이 음미의 대상이 되고 지루할 틈이 없었다. 걱정과 불안에 사로잡혀 복잡해진 마음은 어디에 있어도 행복하지 않다.

일 년 내내 천하의 절경을 마주하고 있어도, 매일 매일 새로운 것들을 접해도 그 마음이 행복할 수 없다.

'나의 행복을 가로막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립니다'

'나를 가두고 있는 내 안의 감옥에서 나옵니다'

'휴휴-내 안의 감옥에서 나오기' 책자는 독방에서의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글을 쓰지 않지 않기로 하고 가만히 있다가 문득 책자를 집어 들었는데, 어느 순간 준비라도 해온 듯 술술 글을 쓰고 쉴 새 없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판결문을 쓰면서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노력한 부분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주어진 환경을 탓하고, 주변 사람을 원망하고, 그것마저 안 되면 자책하고 절망에 빠진다. 그 모든 것이 감옥이다.

세상에는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

그리고 나를 불행하게 하는 내 안의 감옥에서 스스로 걸어 나오는 자유라는 것도 있다.

감옥에 갇혀서 못 나온다고 생각하면 무력해지지만, 감옥에서 나오면 되지 라고 생각하면 힘이 생긴다.

내가 만들어 놓은 내 안의 감옥을 바라보는 것, 그 감옥에서 나오기로 마음을 먹는 것이야말로 행복의 출발점이 아닐까. 감옥을 나온 나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 나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글 | 임태연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독방 24시간' 신청하기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내안의 감옥 #독방 #라이프스타일 #명상 #행복공장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