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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일상히 지루한 이유

오랜만에 만난 친구녀석의 한숨섞인 탄식들을 들으면서 세상을 사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도 학교 안의 교사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면 육아를 도와야 하는 그 친구의 일상은 너무도 힘들고 지루하게만 느껴지는듯 했다.

  • 안승준
  • 입력 2017.11.06 06:08
  • 수정 2017.11.06 06:09

교사의 한해 한해는 늘 비슷한 패턴의 반복이다.

학기초에 계획서를 제출하고 두 번 정도의 시험을 통한 평가자료를 제출하면 여름방학 또 다시 비슷한 과정을 한 번 더 거치면 겨울방학을 지나 한 해가 마무리 되는 과정의 연속이다.

교과서 개편이나 특별한 교육제도의 변화가 없다면 맘먹기에 따라서는 일 년간 만들어 놓은 연구자료들에 약간의 수정작업만을 추가하면서 몇 년이고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 때 그 자료로 수업을 준비하시고 그 때 그 맨트로 생활기록부를 작성하시는 몇몇 선생님들은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교직의 매너리즘에 대해 우울한 하소연을 쏟아내기도 하신다.

새로운 자료를 만들고 신선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또 다른 선생님들의 즐거운 표정들을 보다 보면 같은 자리 같은 일을 하는 다른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들이 묘하게 대비될 때가 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녀석의 한숨섞인 탄식들을 들으면서 세상을 사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도 학교 안의 교사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면 육아를 도와야 하는 그 친구의 일상은 너무도 힘들고 지루하게만 느껴지는듯 했다.

스스로의 만족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의 이야기 속 한 남자의 삶은 고장난 시계처럼 너무도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았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매너리즘에 빠진 선생님의 교직이나 친구녀석이 힘들어하는 육아하는 아빠의 모습은 그들이 언젠가 설레면서 꿈꾸던 미래였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늘 새로운 것을 바라고 또 그것을 얻어내지만 그것들은 모두 익숙해지고 일상의 편안함으로 변해간다.

편안함은 사람들에겐 안정적인 상태를 선물하지만 새로운 변화가 없다면 지루함으로 변해갈 수 밖에 없다.

나이 지긋하신 어른들이 때때로 요즘은 즐거운 소식이 별로 없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익숙해진 것들이 많아져서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매일 매 끼니 먹으면 처음의 맛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데이트도 늘 같은 장소 늘 같은 방법이라면 그 감정의 크기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의도한 노력 없이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많은것들을 새롭게 알게 되고 그것들은 또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 되어간다.

세상에는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새로움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이 점점 줄어가고 있는 것이다.

조그만 꼬마녀석들은 낙엽이 구르는 것만 보아도 깔깔대며 웃고 일기를 적어간다.

사춘기의 아이들에겐 도전해보고 싶고 가슴 뛰게 하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겪어 보지 못한 것들을 꿈꾸고 한걸음 두 걸음 다가가는 이들에겐 세상은 늘 새로움에 대한 설렘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많은 것을 알았고 그만큼 새로움에 대한 감정을 잃어갔지만 세상은 넓고 아직 우리가 알지못하는 것들은 충분히 많다.

다만 이제 우리를 새롭게 해 줄 수 있는 것들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 없이는 발견할 수 없는 것들이기에 쉽게 찾아내기는 힘들다.

가만히 앉아서 먹을 수 있는 떨어지는 감에는 우리 모두 익숙해져 버렸다.

또 다른 새로움을 찾으려면 우리는 이제 일어서서 나무에 올라야만 한다.

익숙함과 편안함은 우리에게 억지로 일어나서 나무에 오르는 것은 피곤한 일일 뿐이라고 속삭이지만 우리는 우리의 시간을 즐거운 설렘의 영역으로 바꿔갈 권리가 있다.

우울감 느끼는 선생님과 세상 다 산 것 같은 친구를 보면서 난 과감하게 새로운 것을 배워보기로 결심했다.

몰랐던 것들을 배우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들은 육체적으로는 피곤한 일일지 모르겠으나 내 삶을

사는 새로운 에너지가 되어주고 있다.

주말을 내어놓은 밴드활동 취미는 지난주 전국대회에서 수상이라는 영예를 가져다 주었다.

새로운 커뮤니티에서 만난 다양한 직종의 친구들은 여러 가지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시너지를 내어주고 있다.

매너리즘에 빠진 선생님에게 색다른 교수방법 연구회를 추천해 주고 싶다.

예쁜 아이를 키우는 친구 녀석에게도 아빠도 즐거운 육아방법에 대한 강의를 알려주고 싶다.

우리도 아직 다섯 살 꼬마녀석처럼 매순간 깔깔대며 크게 웃을 수 있다.

우리도 사춘기 아이들처럼 내일의 변화를 꿈꾸며 설레는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일상이 지루하다면 뭔가 새로운 것을 용기내어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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