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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 문건 '파라다이스 페이퍼스'가 공개됐다. 영국 여왕도 조세회피처를 활용했다.

  • 허완
  • 입력 2017.11.06 06:31
  • 수정 2017.11.06 06:32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개인 회사를 통해 조세회피처에 거액을 투자 형태로 보관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그밖에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같은 고위 정치인·정부 관계자들은 물론, U2 리드싱어 보노, 마돈나 같은 연예인들도 조세회피처와의 거래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나이키, 우버, 이베이, 맥도날드, 지멘스, 알리안츠 등 다국적 기업들도 목록에 포함됐다. 한국인 200여명과 한국인이 세운 법인 90여개도 있었다.

'파라다이스 페이퍼스'

What are the Paradise Papers? - The Guardian

이같은 사실은 5일(현지시각) 공개된 '파라다이스 페이퍼(Paradise Papers)'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300만개가 넘는 파일로 이뤄진 이 방대한 유출 문건에는 세계 유명 인사와 기업들이 해외 조세피난처와 다국적 기업 등을 활용해 조세를 회피해 온 정황이 자세하게 담겨있다. 지난해 4월 공개됐던 '파나마 페이퍼스'와 유사하다.

유출된 문서 대부분은 버뮤다에 위치한 법률 자문회사 '애플비(Appleby)'에서 나왔다. 애플비는 전세계 조세도피처에 사무실을 두고 고객들에게 페이퍼컴퍼티 설립 등을 통한 조세 회피, 재산 은닉 등을 자문해왔다.

지난해 '파나마 페이퍼스'에 이어 이번에도 문건을 입수한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가디언, BBC 등 전 세계 언론사(67개국, 96개 언론사, 382명)들의 국제 공조 취재로 그 내용이 드러나게 됐다. 한국에서는 뉴스타파가 이 작업에 참여했다.

"지난 6개월 동안 방대한 데이터를 일일이 분석했다"는 뉴스타파에 따르면, 유출된 자료는 1950년~2016년 기간에 생산된 1343만여건(1.4TB)에 달한다.

물론 조세회피처와의 거래에 연루됐다는 것만으로 모두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통상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임이 분명한 경우가 많고 '검은 거래'를 숨기려는 의도로 조세회피처를 활용하는 사례가 상당하다. 도덕적 책임은 물론, 때에 따라서는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등장인물들

각 언론사들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자료에 담긴 내용들을 보도하고 있다. 이 중 현재까지 주목할 만한 내용 중 하나는 바로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조세회피 의혹이다. 이전에는 한 번도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여왕은 캐이맨제도와 버뮤다에 개인 자산 약 1000만파운드(약 145억원)를 역외 투자 형태로 보관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는 여왕의 자산을 관리하는 '랭커스터공국(Duchy of Lancaster·DL)'이 동원됐다. DL은 영국 최대 가전·생활용품 임대 전문 소매점 '브라이트하우스' 등에 펀드 형태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왕실 측은 이같은 투자로 세금을 회피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가디언은 왕실의 재정 운영 상황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구가 다시 빗발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간접적으로 등장한다. 정치자금 모금을 담당한 최측근인 스티븐 브론프맨이 가족 투자기업을 통해 캐이맨제도와 이스라엘, 미국 등에 복잡한 법인 거래 관계를 설립해뒀다는 것. 가디언은 이 법인들 사이의 거래를 통해 그가 '합법적'으로 세금을 회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등 트럼프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이름도 다수 등장한다. 특히 로스 장관은 푸틴의 사위인 키릴 샤말로프와 러시아 기업인들이 공동으로 소유한 에너지기업 '시부르'와 계약을 맺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미국 정부가 제재 대상으로 분류한 이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밖에도 U2의 보노가 몰타를 경유해 리투아니아의 대형 쇼핑몰을 비밀리에 소유하고 있던 사실 등이 드러났다.

한편 뉴스타파는 "현재까지 한국인 232명의 이름을 찾아냈다"고 전했다. 또 "이들 한국인이 조세도피처에 세운 법인은 모두 90개로 나타났"으며, "코스닥 상장기업같은 중견업체부터 가스공사같은 공기업, 그리고 재벌기업도 적지 않게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뉴스타파 - [조세도피처의 한국인들 2017] 1.4TB가 말하는 ‘조세도피의 검은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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