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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족 독립 무산 이후, 이제 쿠르디스탄은 어떻게 될까?

역설적으로, 투표 때문에 일어난 '재앙'은 현 상태를 뒤흔들어 바른 방향으로 가게 만들수도 있다. 미국이 지원한다면 쿠르드족이 오랫동안 꿈꿔온 독립 국가가 가능해질 수도 있으며, 그것이 바람직한 일일지도 모른다.

  • John Tirman
  • 입력 2017.11.05 06:50
  • 수정 2017.11.05 06:52

이라크의 쿠르드 지역 정부(KRG; Kurdistan Regional Government)의 독립 투표는 쿠르드족의 친구란 산(山) 밖에 없다는 옛 속담을 떠올리게 하는 격렬한 결과를 낳았다. 이라크 정부를 포함한 주변국들의 반응은 전부 가혹했다. 선거 후 이라크, 이란, 터키가 지원하는 군대가 쿠르드족 지역을 점령했다. 마수드 바르자니 KRG 자치수반은 사임하게 되었다. 하지만 투표로 인해 쿠르드족의 이상에 관심이 쏠렸으며, 대규모 쿠르드족 인구에 대한 인근 세력들, 특히 이란의 책략이 노출되었다. 쿠르디스탄 독립이 이 지역의 안정성과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미국이 인식하게 되는 그런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바르자니는 6월 7일 이라크로부터의 분리 독립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KRG의 정당 대부분은 투표에 찬성했으나 변화 운동(고란)과 쿠르디스탄 이슬람 집단(코말)은 반대했다. KRG는 이라크 중앙 정부와 주변국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9월 25일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국가는 이스라엘이 유일했다. 많은 비난이 쏟아졌고 투표를 막으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독립 지지율은 92.7%에 달했다.

이라크 중앙 정부는 물론이고 터키, 시리아, 특히 이란은 쿠르디스탄 지역 정부를 위협했다. 이들 인접 국가들에는 쿠르드족 인구가 상당히 많은데, 이라크의 쿠르디스탄 지역이 독립하면 자국의 쿠르드족들도 독립을 요구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란이 우려하는 것

이란은 쿠르디스탄 독립국가를 원하지 않는다. 그 영향으로 이란의 7백만 명에 달하는 쿠르드족이 독립을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거 전, 이란은 KRG를 설득해 선거를 미루려 했다. 그 시도가 실패하자 이란은 쿠르드 의회를 분열시키려고 애를 썼다.

7월, 이란은 이라크 전 대통령 잘랄 탈라바니를 초청했다. 탈라바니는 선거를 불과 8일 앞두고 사망했으며, 7월 당시에는 KRG에서 가장 막강한 두 정당 중 하나인 쿠르드애국동맹(PUK)의 지도자였다. 이란은 친선 목적의 초대라고 했지만, 탈라바니는 뇌출혈로 쓰러진 뒤 5년 이상 입원했으며 의사소통 능력을 잃은 상태였다. 이란은 PUK 중앙위원회를 테헤란으로 초청해, 선거를 미루거나 취소하라고 설득하려 했다. 이 역시 먹히지 않았다. PUK의 코스라트 라술 KRG 부수반은 이란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란은 쿠르드족의 단합을 두려워한다. 예를 들어 2014년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쿠르디스탄을 공격하자 중동의 모든 쿠르드족들은 IS와 맞서 싸웠다. 이란 쿠르디스탄 민주당(PDKI)과 코말라(이란의 두 쿠르드 야당)의 병력(페시메르가)도 참여했다. 이란은 이란의 쿠르드 세력이 IS와 싸우면서 전투 경험을 쌓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민감한 상황 때문에, KRG는 IS와의 싸움에 PDKI가 돕지 못하게 했다. 2016년 봄, PDKI는 군대를 이란 쿠르디스탄으로 돌려보내기로 했고, 다른 이란 쿠르드 정당들도 페시마르가를 돌려보냈다. 이들과 이란 쿠즈 세력 간에 충돌이 몇 번 일어, 양쪽 모두에서 희생자가 발생했다.

투표전에 이란 당국은 이란의 쿠르드족은 다른 이란인들과 똑같은 평등한 대우를 받으며 이란 내 집단에 대한 차별이 없으므로 이들은 이라크의 쿠르드족처럼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라 주장했다. 투표일과 그 다음 날, 이란 쿠르드족 수천 명이 이란 쿠르디스탄의 여러 도시에서 거리로 나와 이라크 쿠르드족의 투표를 축하했다. 그들은 우리는 이라크 쿠르드족과 하나이며, 우리에게도 자유가 올 것이라고 외쳤다. 이란 경찰은 쿠르드 깃발을 흔든 시위자들을 체포했으며, 며칠 동안 인터넷이 차단되었다.

PDKI의 무스타파 히즈리 대표는 알 자지라 인터뷰에서 PDKI는 이라크 쿠르디스탄 독립을 지지하며, 이라크 쿠르디스탄 독립은 이란 쿠르디스탄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히즈리는 이라크 쿠르디스탄이 자유를 얻으면 이란의 쿠르드족도 같은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 한다.

이란이 우려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이란 당국은 KRG 투표가 이란의 쿠르드족에 갖는 중요성을 축소하려 애썼다. 최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KRG 투표와 이란 내 쿠르드족 사이의 관계를 일축하며, "우리는 여러분이 KRG의 일부 사람들의 정치적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여러분은 위대한 이란 국가의 일부다. 여러분은 충성스러운 국가다. 여러분은 이란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 중 하나다. 여러분은 늘 이슬람 혁명을 지지했고 이라크와의 전쟁에서도 이란을 지지했다." 이 발언은 사실 이란 내 쿠르드족에 대한 협박이다. 이란의 쿠르드족에게 '지금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면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KRG 독립 투표에 대한 이란의 태도는 이란이 이라크 정부에 미친 영향과 군사 활동을 보면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이라크에 대한 이란의 영향

이라크 쿠르디스탄의 현 사태를 이해하려면 사담 후세인 이후 이란이 이라크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걸 알아야 한다. 2005년 헌법 작성에는 미국 점령군이 크게 관여했다. 유전이 있는 키르쿠크 지역의 자치권 문제를 해결하는 걸 목적으로 했지만, 진지한 논의는 일어나지 않았다. 한편 이라크의 시아파 정부는 여러 해 동안 수니파 아랍인들을 가혹하게 다루었고(IS가 부상하게 된 이유다) 쿠르드족은 도외시했다. 시아파 위주의 군대는 IS와 만나자 곧 무너져내렸고, IS의 피비린내 나는 공격에 제대로 맞선 유일한 세력은 (이란과 미국 공군의 지원을 받은) 쿠르드족이었다. 그렇지만 이란은 이라크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라크 인구의 60% 정도는 시아파다. 공식적으로 시아파 국가인 이란은 같은 종교를 가진 국가라는 점 뿐 아니라, 이라크 정부 지도자 상당수가 사담 후세인 시절 이란으로 망명했기 때문에 이라크에 크게 영향을 준다. 2011년에 공식적으로 미군이 물러난 뒤, 이란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지금은 바그다드에서 호메이니와 하메네이 사진을 흔히 볼 수 있다. 2003년 점령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고, 이 영향력을 잘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이란은 이라크 정부에게 쿠르디스탄 공격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이란 혁명군의 카셈 술레이마니 사령관은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의 고문이었으며 쿠르드족 위기에 깊이 관여했다. 이라크 쿠르드족 관료들은 쿠르디스탄과 이라크 사이의 분쟁 지역 공격을 술레이마니가 조종했다고 비난한다. 이란의 하셰드 알 샤비,혁명군의 다른 부대, 헤즈볼라 등 관련된 이란 세력들은 큰 저항없이 키르쿠크와 KRG로 들어갈 수 있었다. 술레이마니가 쿠르드 의회를 분열시켰기 때문이었다. 그는 PUK 일부 인사들과 이란 사이의 협약을 이뤄냈다. PUK의 이 인사들은 국제 사회의 투표 반대에 놀라 바르자니에게 불만을 품고 자신들에게 이득이 될 계약을 찾고 있었다.

이란군과 쿠르드족이 충돌을 일으키자,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알 하메네이는 쿠르디스탄에서의 이란의 행동(즉, 공격)이 중동에서 두 번째 이스라엘이 생기는 것을 막았다고 말했다. 이란, 터키, 이라크는 쿠르디스탄 독립이라는 발상이 이스라엘과 일부 쿠르드족 지도자(주로 바르자니) 때문에 시작된 생각이라고 공격하지만, 바르자니의 아버지 무스타파 바르자니는 이스라엘이 국가로 확립되기 전부터 쿠르디스탄 독립을 위해 싸워왔다. 자국 내 쿠르드족에 대한 우려를 감추고 쿠르드족의 염원을 이렇게 폄하하는 것은 이란의 전형적인 전략이다.

쿠르디스탄 독립과 미국

최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IS와의 싸움이 끝나면 이란 군대는 이라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과 이라크 모두 이 요청에 반대했다. 틸러슨의 발언은 이란을 억제하고 이란이 취하는 이익을 줄이려는 미국의 정책이 잘 먹히지 않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쿠르드족 위기에서 이란이 세력을 과시하는 것과도 연관된 문제다.

미국은 쿠르디스탄 독립 투표를 강하게 반대했으며, 쿠르드족 측에 타이밍이 잘못되었다고 말했다. 적절한 타이밍이 언제냐는 쿠르드족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이라크, 이란, 시리아, 터키의 쿠르드족들은 다 연결되어 있으며 쿠르디스탄이라는 국가 정체성의 일부이다. 쿠르드족의 독립 염원이 중동 및 세계 강대국들에게 여러 번 배반당했다는 사실이 독립 주장을 도덕적으로 뒷받침한다. 그러나 미국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전략적 이유도 있다.

이란은 앞으로도 중동의 평화와 안정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시리아, 부패했으며 불안정한 이라크, 곧 부상할지 모를 제 2의 IS도 마찬가지다. 중동에서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터키는 변덕스럽고 공격적인 에르도안 대통령 집권 이래 서구와의 동맹에서 멀어졌다. 터키는 이라크 전쟁 중 미군의 인지를릭 기지 사용을 두 번 거부했으며, 중요한 순간들에 IS와의 싸움을 돕기도 거부했다. 터키는 이란 및 러시아와 가까워지고 있어 NATO는 경계하고 있다.

미국이 터키를 믿을 수 없게 된 점, 중동에서 혼란이 계속되는 점 때문에 미국 정치인들은 쿠르디스탄 독립국가에 매력을 느끼게 될 수 있다. KRG 독립은 쿠르드족들에게 좋을 뿐 아니라, 중동 내 미국의 존재를 안정시킬 가능성도 제공한다. 쿠르드족은 미국을 애호하고 미군의 존재를 환영한다. 대규모 파병을 할 필요도, 쿠르드 국가에 미국의 안보 비용을 많이 투자할 필요도 없다. 미군이 다른 주요 NATO 동맹국들과 함께 힘을 합쳐 인도주의 및 평화유지 목적으로 군을 주둔시킬 수 있는지 고려해 볼 만 하다.

물론 그 이전에 이라크의 쿠르드족은 내부 분열, 부패, 반민주주의적 습관을 척결해야 한다. 이는 KDP의 책임이지만, 모든 정치 세력들을 아울러야 한다. 이는 현재의 지도자들은 해낼 수 없는 쉽지 않은 일이다. 주변국의 쿠르드족들이 도와야 한다. 그리고 헌법을 준수하며 이라크 중앙 정부와 외교적 협상을 하고, 적극적으로 연방 형태를 추구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이 모든 단계들은 쉽지도, 반드시 일어날 일도 아니다. 하지만 독립투표가 끔찍한 실수였다는 통념이 틀렸을 수도 있다. 역설적으로, 투표 때문에 일어난 '재앙'은 현 상태를 뒤흔들어 바른 방향으로 가게 만들수도 있다. 미국이 지원한다면 쿠르드족이 오랫동안 꿈꿔온 독립 국가가 가능해질 수도 있으며, 그것이 바람직한 일일지도 모른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에 게재된 블로그 Aswo Safari 스웨덴 웁살라대 교수, John Tirman 미국 MIT 국제관계연구소장의 글 What Next For Kurdistan?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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