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미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장은 2009년 4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지휘하면서 국정원으로부터 '논두렁 시계' 등 망신주기 언론플레이 지침을 받아 시행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검찰 조사가 진행된 뒤, SBS 등 언론에서는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1억원짜리 명품시계 두 개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검찰에 진술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최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노 전 대통령 수사 관여'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한 뒤, 검찰이 '논두렁 시계' 논란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일보는 2일 사정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 전 부장이 지난 8월 (해외로) 출국한 기록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전 부장이 해외로 나간 이후 다시 입국한 기록은 없어 사실상 해외도피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대검 중수부장까지 지낸 사람 행동으로는 아쉽다”고 덧붙였다고 보도했다.
이 전 부장은 대형로펌 바른의 형사팀장을 그만둔 이후 미국 출국설이 나돌았으나 실제로 출국했는지 여부는 알려진 적이 없었다.
법무법인 바른 관계자는 “지난 7월 이 전 부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일을 그만뒀다”고 전했다.
세계일보는 2009년 대검 중수부가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할 무렵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수사 가이드라인’을 받았다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발표가 나온 시점과 맞물려 ‘사실상 해외로 도피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일보는 "이 전 부장은 1990년대에 법무부 법무협력관으로 3년간 주미 한국대사관에 근무해 영어 실력이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에 장기간 체류하더라도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전 부장이 한국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추측도 나왔다.
세계일보는 지난달 29일 이 전 부장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을 찾아간 정황을 전하면서 "우편함에는 이 전 부장과 가족 앞으로 온 우편물이 쌓여 있고 마당에는 까마귀 사체가 방치돼 있었다. 이날 발행된 주간지 1부가 대문 아래 놓여 있어 누군가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전했다.
주변 부동산 관계자도 “현재 평창동에서 매물로 나온 단독주택은 한 채도 없다”고 말했으며, 이 전 부장의 평창동 자택 등기부등본을 열람한 결과 소유권에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세계일보는 "최근까지 이 전 부장이 사용한 휴대전화로 연락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출국 여부를 묻는 기자의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메시지도 회신이 없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