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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이 목포에서 맛있고 건강한 하루를 10만원으로 즐기기

  • 김태성
  • 입력 2017.11.01 11:27
  • 수정 2017.11.01 13:08
ⓒFlickr/Waegook Travel: Fun Trips

***아래 여행 경비 집계에 교통비와 숙박비는 포함되지 않음.***

단풍이 한창이다. 해외여행보다 국내 여행을 하기에 더 적절한 시기다. 한국관광공사가 가을 여행주간으로 지정한 날짜도 바로 지금(10월 21일 ~ 11월 5일)이다.

그래서 나는 집에서 게으름을 피우는 대신 남쪽 바다를 찾기로 했다. 가성비가 높은 목포가 목표였다.

아래는 한 커플이 약 24시간 동안 맛있고 건강하게 목포와 목포 근방을 여행한 후기다.

토요일 오후

시원하게 뚫린 서해안고속도로(15번)를 따라 목포에 입성했으나, 목포와 닿아있는 해남으로 자동차를 계속 몰았다. 약 30분 후 멋진 영암방조제를 지나 해남에 위치한 한국 '10대 골프장' 중 하나에 도착했다. 이 블로그의 제목을 봐서 알겠지만, 골프를 칠 예산은 없었다. 다만 해남의 절경을 한눈에 보며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길래 답사차 들렸다. 골프장 로비에 서는 순간 아내의 얼굴이 환한 미소로 바뀌었다. 아래 풍경이 우리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해남 바다를 보며 맛있는 아메리카노와 라떼를 한 잔 마셨다. 커피를 마신 후 해안도로를 따라 약 10분 거리에 있는 월내 마을에 도착했다. 방파제는 물론 절벽 산책로까지 있는 조용한 동네였다. 석양을 향해 몇몇 낚시꾼들이 낚싯대를 바삐 놀리는 모습을 구경하며 바다를 산책했다. 월내마을에서 등대 왕복, 약 3km.

합계: 8,000원 (골프장 클럽하우스 아메리카노와 라떼)

토요일 저녁

목포 하면 낙지다. 적어도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그렇다. 그래서 낙지 비빔밥을 먹었다. 네이버에 뜰만큼 유명한 식당을 찾았는데, 매운 음식에 약한 나도 비처럼 내리는 땀을 무시하며 맛있게 먹을 정도였다. 기본 반찬도 아주 훌륭했다. 더 비싼 메뉴가 많았지만, 정갈한 반찬과 낙지 비빔밥으로 충분했다.

맛있게 먹었지만 입이 매웠다. 디저트를 먹고자 호텔을 나섰다. 호텔에서 약 200m 떨어진 '장미의 거리'에 들어섰다. 장미만큼 화려한 젊음으로 가득한 거리였다. 장미의 거리 두 번째 골목에 있는 세계 디저트를 다 취급한다는 매장에서 커피 한 잔과 마카롱 3개(한 개에 900원!)를 나눠 먹었다. 마카롱과 커피로 몸이 따뜻해진 부부는 장미의 거리를 약 1시간쯤 더 거닐며 목포의 밤 문화를 구경했다.

합계: 30,700원(낙지 비빔밥 2인분 24,000원, 마카롱 3개 2,700원, 아메리카노 한 잔 3,000원)

일요일 아침

호텔은 '굿스테이'로 지정된 저렴한 패밀리 호텔이었다. 미리 이야기하면 한 사람당 2천원에 달걀과 토스트가 포함된 아침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주인장이 직접 만들었다는 무화과 잼(전남에선 무화과 재배가 상당히 잘 된다)의 적당한 단맛이 토스트를 더 맛있게 했다.

신안선

호텔 주인은 관광을 할 거라면 문화 체험과 경치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해양박물관을 꼭 들러보라고 했다. 특별전 '신안선과 그 보물들'까지 보려면 얼마나 돈이 들까 걱정했으나 무료 관람이었다. 무료지만 구경거리는 많았다. 천 년 전에 함몰된 고려 선박에서 발견한 유물 중엔 시대의 은은한 정신이 깃든 도자기는 물론 젓갈을 담은 항아리도 있었다. 알고보니 '신안선'은 한국 배가 아니라 중국에서 일본을 향하다 표류한 선박으로, 일본으로 수출하기 위한 도자기, 엽전, 실크 등이 가득했다. 관람을 마친 후 생강차와 모과차를 박물관 로비 아래에 있는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휴게실에서 마셨다. 박물관 내부에는 스마트폰 무료 충전 서비스도 있다.

합계: 10,000원(박물관 관람 공짜, 아침 2인분 4,000원, 생강차, 모과차, 6,000원)

점심/오후

목포에 가면 꼭 들러봐야 하는 목적지 중의 하나가 유달산이다. 박물관 관람으로 약간 지친 우린 둘레길 등산까지는 시도하지 못하고 약 200m 높이에 있는 정자에서 목포를 내려다봤다. 사실 유달산 근처로 간 진짜 이유는 근처에 있는 백반집 때문이었다. 산에서 내려오며 보이는 '민어의 거리'의 유혹을 물리치고 예전에 한 번 가본 적이 있는 만호동 백반집을 찾아 나섰다. 이곳은 '원조'를 간판으로 내세우는 백반집 옆집이다. 들어서자마자 생선구이를 시켰다. 반찬이 여러 가지 나왔지만, 생선구이가 나올 때까지 젓가락 놀림을 참았다.

인심 좋게 생긴 주인이 내놓은 접시엔 조기 두 마리, 고등어 반 마리, 갈치 두 토막, 그리고 정체 모를 큰 생선 반 마리가 놓여있었다. 정체 모를 큰 생선에 젓가락을 먼저 댄 것이 실수였다. 식감은 물론 맛이 정말로 일품이어서 그 다음에 먹은 조기나 고등어가 밋밋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대체 무슨 생선일까? 궁금증을 못 참는 아내의 질문에 되돌아온 답은 '돔'이었다. 어쩐지.

목포를 떠나며 아내는 "내장산의 단풍이 예쁘다던데."라고 말했다. 어차피 올라가는 길에 있는 곳이라 내장산 근처의 내장호가 있는 부분을 들러보기로 했다. 인파를 피해 호수 초입에 있는 조각 동산의 단풍을 구경했는데, 아직은 단풍 물이 덜 들어 보였다. 대신 호수 풍경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호수를 끼고 반 바퀴 갔다가 돌아오는데 약 1시간 반이 걸렸다. 내장산에서 이날의 가장 큰 횡재를 했다. 낙감의 상품성이 떨어지는지 상인들이 상자째로 팔고 있었다. 우린 70개가 든 아삭아삭하고 달콤한 낙감 한 상자를 샀다.

합계: 32,000원(생선 백반 2인분 20,000원, 낙감 한 상자 12,000원)

여행 다음 날 아침 체중을 재봤더니 여행 떠나기 전과 똑같았다. 그렇게 많이 맛있게 먹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혼자 낙감을 한 개 다 먹었다.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잔뜩 먹은 이번 목포 여행 경비는 총 80,700원이었다. 가성비가 이만큼 나오는 국내 목적지가 또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기를.

이 글은 koryopost.wordpress.com에 포스트 된 글입니다. Terence Kim의 글은 여기서 더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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