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휴스턴 텍슨스가 무릎을 꿇고 저항운동에 동참하게 만든 구단주의 발언

  • 박세회
  • 입력 2017.10.30 11:42
  • 수정 2017.10.30 13:55

어제 미국을 비롯한 해외 언론을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프로미식축구리그(NFL)의 팀 '휴스턴 텍슨스'의 과반이 넘는 선수가 무릎을 꿇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일요일(29일) 시애틀 시호크스와의 경기에서 전체 50명이 약간 넘는 선주 중 약 40명의 '텍슨스'(Texans, 텍사스 사람이라는 뜻) 선수들이 경기 전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무릎을 꿇고 서로의 팔짱을 끼었다.

지난해 미국프로풋볼(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이던 콜린 캐퍼닉이 미국 경찰의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처음 무릎을 꿇은 것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약 한 달 전 '개새끼'라는 표현을 써 가며 비판 한 바 있다.

이후 리그의 여러 팀이 무릎 꿇기 저항에 동참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고 보수적 성향이 강한 텍사스 주의 미식 축구팀 선수 거의 대부분이 무릎을 꿇고 저항했다는 건 의미가 조금 다르다.

가디언 등의 매체는 텍슨스가 무릎을 꿇게 만든 건 구단주의 발언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ESPN은 지난 27일 같은 달 17일에 있었던 미식축구 구단주들의 비공개 회담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이 회의에서 휴스턴 텍슨스의 구단주 로버트 맥네어는 무릎을 꿇는 저항 행동이 이어지며 구단주, 리그 협회와의 갈등을 빚는 가운데 시청률은 떨어지고 스폰서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죄수들이 감옥을 운영하게 둘 수 없다."

맥네어는 보도가 나간 후 "하나의 표현(a figure of a speech)일 뿐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쓴 게 아니다"라며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우리 선수들을 가리켜 한 말이 아니었다"고 성명을 발표했으나 선수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ESPN은 이 보도가 나간 28일 텍슨스의 선수들이 연습을 거부했으나 구단 측이 겨우 설득해 파행을 막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1시간 30분가량 지연되어 연습이 시작된 후에도 10명의 선수는 출석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텍슨스의 최정상급 레프트 태클(미식축구 포지션) 듀안 브라운은 "매우 무지한 발언"이라며 "매우 창피한 일이며 이 발언으로 나를 포함한 많은 선수들이 분노했다. 우리는 필드에 서는 순간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라인에 쏟는데, 감옥에 있는 죄수로 우리를 비유했다는 건 우리를 경멸하는 일이라고 느낀다"고 밝혔다.

허프포스트 US는 브라운이 맥네어의 '죄수' 발언을 듣고 지난 금요일 라커룸에서 리포터들에게 "우리는 그렇게 본다는 것이냐?"라며 "우리는 죄수여서 줄 밖으로 벗어날 수 없고, 우리 자신의 말을 할 수 없고, 우리 자신의 신념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인가. 그 말을 들으면 그런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가디언은 맥네어가 지난달 "난 우리 구단주들이 미국의 국기에 결례를 범하는 선수에게 '저 개새끼(son of a bitch) 당장 끌어내고 해고해'라고 말하는 걸 봤으면 좋겠다"고 말한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 2백만달러(약 22억원)를 기부한 지지자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듀안 브라운 #미식축구 #스포츠 #국제 #미국 #인종차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