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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 사진 블로그 게시한 박경신 교수 무죄확정 이유는?

  • 강병진
  • 입력 2017.10.26 15:01
  • 수정 2017.10.26 15:02
ⓒ뉴스1

음란물이라 하더라도 학술적·사상적·예술적 표현 등과 결합해 음란성으로 인한 해악이 해소됐다면 음란물 유포 등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음란물과 관련된 표현의 자유를 한층 분명하게 인정한 판결로 주목된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음란성을 이유로 인터넷에서 삭제한 남성 성기 사진 등을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가 재판에 넘겨진 박경신(46)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유포)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문제 된 사진들은 성적 흥미에만 맞춰져 있을 뿐 아무런 예술적·학술적·사상적 가치를 지니지 않은 것으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왜곡하는 음란물”이라고 판단하면서, “(그러나)이들 사진의 음란성으로 인한 해악은 사진들에 결합한 학술적·사상적 표현들과 비판 및 논증에 의해 해소돼, 사회윤리 또는 사회통념 상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음란 표현물로 처벌하려면 단순히 성적으로 저속·문란하다는 느낌으로는 부족하고, 성적 흥미에만 호소할 뿐 아무런 문학적·예술적·사상적·과학적·의학적·교육적 가치를 지니지 않은 채 과도하고 적나라한 성적 묘사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왜곡하는 정도여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런 기준에 해당하는 음란물이라 하더라도, 문학적·예술적·사상적·과학적·의학적·교육적 표현 등과 결합해 음란 표현의 해악이 해소되거나 다양한 의견과 사상의 경쟁메커니즘을 통해 해악이 해소될 수 있는 정도라면 그런 ‘결합 표현물’은 사회윤리 또는 사회 통념상 용인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인 박 교수가 개인 블로그 안의 디렉터리 ‘검열자의 일기’에 위원회 심의과정에서 느낀 소회 등을 다른 사안들과 함께 게재하면서 ‘표현의 자유나 심의규정에 비춰 이들 사진을 음란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자신의 학술적·사상적 견해를 피력한 것이어서 게시 동기나 목적이 사회적으로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의 ‘성행위에 관한 서사가 없는 성기 사진 자체를 음란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견해가 일반적인 음란성 판단의 기준은 아니지만, 일정한 정도의 학술적·사상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된다”며 “결국 이들 사진의 음란성으로 인한 해악은 사진들에 결합한 학술적·사상적 표현들과 논란 과정의 비판 및 논증에 의해 해소됐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2011년 7월 자신의 블로그에 남성 성기 사진을 올렸다가 2012년 2월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박 교수의 게시물이 별다른 사상적·학술적·교육적 가치를 지니지 않아 음란물로 보기에 충분하고, 이를 누구든 접근할 수 있는 블로그에 게시한 이상 고의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사진이 저속·문란하다는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피고인이 방송통신심의위 결정에 비판적 견해를 피력한 점 등을 보면 게시물의 전체적 맥락에서 사진들이 음란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과 결론은 같이하면서도 ‘음란’에 관한 법리를 분명히 하는 등 판결 이유는 달리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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