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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가 패션 포토그래퍼 테리 리처드슨과 연을 끊기 시작했다

  • 김태우
  • 입력 2017.10.25 14:33
  • 수정 2017.10.25 14:54

수년간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던 포토그래퍼 테리 리처드슨과연 예술가인가 포식자인가 하는 패션계의 내적 갈등에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보그, W, GQ 등 패션지를 발행하는 '컨데나스트 인터내셔널'(Condé Nast International)이 리처드슨과 연을 완전히 끊겠다고 밝히면서 패션계는 그 해답에 더욱 가까워졌다.

텔레그래프지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컨데나스트의 부사장이자 최고 운영 책임자(COO)인 제임스 울하우스는 지난 23일 오전(현지시각), 다른 국가의 지사 대표들에게 다음과 같은 이메일을 보냈다.

중요한 사안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컨데나스트는 더 이상 사진가 테리 리처드슨과 일하고 싶지 않다. 그에게 이미 의뢰한 촬영이나 이미 촬영을 마쳤지만 아직 발행하지 않은 화보가 있다면, 이를 빼고 다른 화보로 대체하시라. 이 정책이 여러분의 지사에도 실행될 예정임을 확인해주시라. 이 사안을 지지해줘서 감사하다.

컨데나스트 인터내셔널은 허프포스트 미국판에 해당 이메일이 전송된 것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앞서 보그 미국판은 3년 전, 리처드슨과의 관계를 단절한 바 있다.'더 랩'에 따르면 보그는 지난 2014년, "테리 리처드슨이 보그 미국판의 화보를 촬영한 건 2010년 7월호가 마지막이었으며, 더 이상 그와 작업할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으로 리처드슨은 3년 전 이미 고용 계획이 없다고 밝힌 보그를 비롯해 GQ, 베니티페어, 글래머 등에도 화보를 낼 수 없게 됐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리처드슨 측은 허프포스트 영국판에 "테리는 이 이메일에 대해 듣고 매우 실망했다. 오래전 제기된 이 의혹들에 대해 이미 해명했기 때문이다. 테리는 성적으로 노골적인 작품으로 유명한 예술가이다. 그러니 촬영 대상이 된 사람과의 교류가 성적이고 노골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 모두 테리의 사진 촬영에 동의했다."라며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리처드슨과 작업하지 않겠다고 밝힌 기업은 또 있다. 패션 브랜드 발렌티노와 불가리 역시 리처드슨을 사진가로 고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발렌티노의 대변인은 가디언지에 "테리 리처드슨이 발렌티노의 화보를 촬영한 건 2017년 7월이 마지막이었다. 발렌티노는 더 이상 그에게 화보를 의뢰할 계획이 없으며, 그의 성추행 의혹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라고 전했다.

리처드슨에게 올가을 액세서리 화보를 맡긴 불가리는 해당 화보가 "일회성 프로젝트"였으며, "다시는 그와 작업을 할 계획이 없다"라고 밝혔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두 브랜드 외에도 H&M과 패션지 '포터' 역시 리처드슨을 더 이상 고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마일리 사이러스부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까지 다양한 인사들을 사진에 담아 온 리처드슨이 함께 일하는 스태프나 모델들을 성추행해왔다는 소문은 지난 2001년부터 돌았다. 모델 리스쿨라 코헨은 지난 2001년 옷을 다 벗고 다른 남성과 성행위 연기를 하라는 리처드슨의 요구에 촬영장을 박차고 나갔다고 폭로했고, 전직 모델인 샬롯 워터스는 온라인 가십 사이트 '보카티브'에 리처드슨이 자신 앞에서 자위했으며 섹스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워터스의 나이는 19살이었다.

이후 리처드슨의 성희롱을 폭로하는 여성이 줄을 이었지만, 패션계는 리처드슨을 꾸준히 고용했고 그는 톰 포드, 미우미우 등의 캠페인 화보를 찍으며 입지를 넓힐 수 있었다.

패션계가 리처드슨의 성희롱 의혹을 본격적으로 언급하기까지는 무려 16년이 걸렸다. 가디언지는 이를 '하비 웨인스타인 효과' 덕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제작자 웨인스타인이 수십 년간 성추행을 일삼아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모든 업계에 뿌리 박힌 성추행 문제가 언급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와 뉴요커가 웨인스타인의 성추문을 폭로한 후 여러 영화 제작자의 성추행 사실이 드러났고, 급기야 여성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는 소셜미디어 캠페인(#MeToo)이 시작되기도 했다.

패션계의 성희롱 문제는 이제서야 수면 위로 떠올랐고 해결까지는 아직 먼 길이 남았다. 하지만 최대 규모의 패션지 발행사와 다수의 패션 브랜드가 리처드슨과의 작업을 중단한 만큼 패션계가 성희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 것만은 확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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