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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T 도어락은 안전 문제 해결부터

조심하기만 하면 뭐 어떻게든 될 일이다. 번호 누를 때 몸과 손으로 번호판을 가린다든지, 겉보기 좀 흉하더라도 번호판 가림막을 설치한다든지, 천장이나 벽에 전에 못 보던 수상한 장치가 추가되었는지 늘 관찰한다든지, 문이 잠길 때까지 문고리를 붙잡고 있는다든지..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 박지훈
  • 입력 2017.10.26 07:06
  • 수정 2017.10.26 12:53

IoT 사물인터넷 기술 적용해 그냥 뭐뭐뭐를 스마트 뭐뭐뭐로 바꾸면 이게 좋고 저게 좋고 싹 다 좋다는 이야기, 흔하다. 상당히 사실이긴 하다만, 뭐든 무조건 좋다는 말은 일단 의심하고 봐야겠지. 하지만 IoT가 누구나 입에 담는 지구적 유행어 된 지 한참인데도 안전 이야기는 보기 드물다.

스마트 뭐뭐뭐들 중 스마트 홈, 그중에 스마트 도어락을 보자. 스마트 홈 그러면 전등, 냉장고, 카메라, TV 뭐 그런 물건들 이야기가 많은데, 가장 중요한 건 스마트 도어락 아닐까. 문을 잠그는 행위는 단순한 동작이지만 그 의미는 아주 특별하다. 개인과 가정의 사생활과 재산 보호 및 방범 그리고 독립성 확보의 상징적 행위니까. "엄마 미워!" 외치고 방문 쾅! 닫고 잠그는 의사표현의 방법이기도 하고. 그 단순하지만 아주 특별한 장치가,

인터넷에 연결되면, 스마트

그냥 도어락을 스마트 도어락으로 바꾸면 가족 귀가 상황 확인, 비정상적 출입 경고, 방범 카메라 기능, 언제 어디서든 잠금 상태 확인, 방에서 대문 열기, 부재중 대문 열기 등의 편리함이 있다고 한다. 그래, 편리하겠다. 그게 뭐든 인터넷에 연결하기 전에 무조건 보안부터 챙겨야 하는 '선보안-후연결' 원칙을 잠깐 잊는다면, 그저 좋기만 한 미래상 같아 왠지 흐뭇하기도 하다. 그러나,

자물쇠에 있어 가장 먼저 따질 제1의 스펙은 안전 아닌가. 스마트든 아니든 세상 모든 자물쇠들은 안전을 자랑하며 파는 물건이다. 편리는 안전의 맞교환 대상 아니다. 그러니 얼마나 새롭고 편리한 기능들이 추가되었는지에 앞서 얼마나 더 안전해졌는지부터 볼 일이다. 폰으로 문 열기 등은 모두 안전 다음의 일이다. 이것저것 다 되더라도 아무나 문 막 따면 쓸데없다. 자물쇠의 일은 안전이니까.

그래, 지금 쓰는 그냥 도어락의 안전 문제부터 보자면,

디지털 도어락은 한국이 1등

한국만큼 디지털 도어락 많이 쓰는 나라가 없다. 한국사람이 쓴 외국 체류기를 보면 디지털 도어락이 없어서 불편하다는 불평이 많다. "이 나라 사람들은 왜 편리한 디지털 도어락을 안 쓰는 걸까? 역시 한국은 IT 강국!" 뭐 그런.

열쇠라는 구식 아날로그 물건에 대한 정서적 애착이 강해서, 나무 문이 많아서 디지털 도어락을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이 임대주택이라 집 주인이 따로 열쇠를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 등, 옛날 열쇠를 고집하는 이유를 이리저리 추리하기도 한다. 그런 짐작이 대개 그러하듯 일부 사실이고 일부 사실 아니다. 실제 가장 큰 이유는,

디지털 도어락은 안전하지 않다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열쇠와 자물쇠는 일종의 인증 장치, 열쇠라는 인증 수단으로 자물쇠라는 인증 과정을 통과한다. 인증 수단은 크게 '가진 것'과 '아는 것'으로 나뉘는데, 열쇠는 '가진 것' 그리고 비밀번호는 '아는 것'의 상징적 수단이다.

'가진 것'과 '아는 것' 둘 중 뭐가 더 안전하다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가진 것은 뺏기면 그만이고 아는 것은 들키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아는 것'의 안전 한계에 이르면 결국 '가진 것'으로 교체하는 추세는 있다. 은행에서 비밀번호 대신 사용하는 OTP 발생기가 그러하고, 최근 온라인 서비스 인증 수준을 높이기 위해 도입되고 있는 보안 동글 등의 장치가 그러한 예다. 이는 뺏기기보다 들키기가 쉽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고 발생 시 뭐든 물건이 있어야 책임 추궁이 편하다는 계산도 있고, 그래서다.

열쇠가 비밀번호보다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과거 디지털 도어락이 불안했던 이유, 이를테면 전기 충격을 가하면 문이 저절로 열린다든지 화재 발생 시 작동 불능 상태가 되어 문을 열고 탈출하지 못한다든지 등 문제들은 지금은 대부분 해결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디지털 도어락은 불안하다 여긴다. 아주 이상한 걱정은 아니다. 왜냐면,

비밀번호를 누가 본다

몰카 비밀번호 유출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번호 누르는 걸 훔쳐보고 따고 들어온다. 현관 앞 계단에다 스마트폰을 감춘 담배갑을 세워 둔다든지 뻔히 눈에 띄는 짓을 하는 서툰 자들이나 걸려들지,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 수법도 많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복도 천장에는 화재탐지기, 스프링클러, 센서 전등, 방범 카메라, LTE 안테나 등이 어지럽게 붙어 있다. 뭐 하나 더 붙여도 알아차리는 사람도 없다. 그런 모양의 몰카는 인터넷 검색하면 쪼르르 뜬다. 특히 화재탐지기나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로 위장한 카메라는 꽤 잘 팔리는 인기템이다. 게다가,

비밀번호 없어도 들어온다. 문 열 때마다 번호 누르기 귀찮다고 문 닫아도 자동으로 잠기지 않게 수동 설정으로 두고 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다 문 잠그는 걸 깜빡 잊고 그냥 외출한다. 열쇠 안 잠그고 그냥 가는 실수보다 번호 안 누르고 그냥 가는 실수가 더 잦은 건 열쇠라는 구체적 물건을 통한 주의 환기 효과 때문이다. 그래서 문고리 돌려 보고 열리는 집만 터는 도둑도 있다.

자동 잠금이더라도 문 닫은 뒤 잠길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꽤 긴 것도 문제다. 기껏 몇 초 정도지만 후다닥 들이닥치기엔 충분한 시간이니, 이를 악용한 범죄가 흔하다. 대개 혼자 사는 여성을 노린 성범죄다. 그래서 어떤 도어락은 닫는 즉시 잠기는 기능을 자랑하기도 한다. 애초에 왜 그렇게 만들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다만.

그래도 여기까진 조심하기만 하면 뭐 어떻게든 될 일이다. 번호 누를 때 몸과 손으로 번호판을 가린다든지, 겉보기 좀 흉하더라도 번호판 가림막을 설치한다든지, 천장이나 벽에 전에 못 보던 수상한 장치가 추가되었는지 늘 관찰한다든지, 문이 잠길 때까지 문고리를 붙잡고 있는다든지 등, 평소 버릇을 고치면 된다. 하지만 버릇만으로는 해결 못할 문제도 있으니,

비밀번호는 하나가 아니다

"깜짝 놀랐어요!" 사례들이 있다. 혼자 쉬고 있는데 누가 문을 열고 들어와 깜짝 놀라 달려가 보니 웬 아저씨가 "아, 죄송합니다!" 그러고 나갔다든지, 아이가 장난으로 도어락 번호판을 띡띡띡 눌렀는데 덜컥 문이 열려서 놀랐다든지 등, 이런 일은 왜 생기는 걸까.

디지털 도어락의 비밀번호는 오직 나 그리고 내 가족만 알고 있는 번호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비밀번호는 원래 여러 개다. 사용자용 비밀번호 말고 화재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거나 세입자와 연락이 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 관리자용 비밀번호가 따로 있다. 관리자용 비밀번호는 집주인뿐 아니라 부동산 중개인도 안다. 열쇠는 아무한테나 막 내주진 않아도 비밀번호는 별뜻 없이 그냥 알려 준다. '아는 것'은 '가진 것'만큼의 경계심 그리고 책임감을 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비밀번호 조심하느라 아주 복잡한 번호를 짜고 또 자주 바꾸는 등 별짓을 다 해도 그 번호 말고 다른 번호로 열린다. 관리자용 비밀번호는 그저 귀찮다는 이유로 다른 번호로 바꾸지 않고 그냥 쓰는 사람들이 있다. 공장 출시 비밀번호 '1234' 또는 '0000'을 그냥 그대로 쓴다. 그러니 공동주택의 경우 같은 번호로 모든 집 현관을 다 열 수도 있고, 공장 번호만 누르고 다니며 빈 집 터는 '1234 도둑'도 있다. 명색이 도둑인 주제에 어렵고 복잡한 짓 안 한다. 그냥 1234 그리고 별표 누른다. 안 열리면 0000 누른다. 띠리링, 열린다.

그런데, 이는 모두 디지털 도어락의 작동에 대해 안다면 미리 조심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런데도 다들 참 태평하게 아무 걱정 없이 그냥 대충 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변화든 참 쉽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원래 그런 것"이란 말도 즐겨 쓰고. 아니, 이상하잖아, 쉽게 변하니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데 언제부터 그랬다고 원래 그런 거라 그래,,

그래서,

IoT 도어락은 그냥 도어락의 문제 해결부터

어떤 기술이든 기존 기술의 문제를 해결하고 가장 중요한 기능을 더 좋게 만드는 일부터 해야지 그건 안 하고 엉뚱한 말만 잔뜩 늘어놓으면 못쓴다. 새 TV는 헌 TV보다 화질부터 좋아야지, 화질 나빠진 대신에 리모콘 버튼 누르기 편해졌다느니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다느니 뭐 그런 소리만 해선 안 되는 거다. 골수 안전주의자인 내게 디지털 도어락이 딱 그런 느낌이다.

위 디지털 도어락의 안전 문제들은 IoT 기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블루투스나 RFID 등을 이용해 지정된 단말기를 가진 자만 접근이 가능하게 하고 필요에 따라 제한을 임의로 해제할 수도 있고, 지인이나 부동산 중개인 등 방문객에게는 일회용 비밀번호를 따로 만들어 주고, 스마트폰을 통해 비밀번호 외 다른 인증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등, 종합해 말하자면 '가진 것'과 '아는 것'의 적절한 조합을 통해 보다 안전해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IoT 보안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술은 인증이다. '가진 것', 이 스마트폰은 그 스마트폰이 맞나, 이 사물은 믿을 수 있는 사물인가, 즉 사물끼리 통신하며 서로를 확인하는 사물 인증이다. '가진 것'이 가짜라면 어떤 조치든 애초에 쓸데없어지니까.

IoT 스마트 홈은 좋은 거다. 대문 잠궜나? 가스불 껐나? 에어콘 껐나? 괜한 걱정 안 해도 된다는 점만 하더라도, 아니 이거, 정말 좋지 않나. 한 번 쭉 달려가 볼 만한 방향이다. 단, 충분히 안전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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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IT&보안 잡지 'decodr'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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