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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KBS사장, 국정원서 200만원 받고 ‘노무현 보도 협조'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9년 당시 국가정보원이 고대영 '한국방송'(KBS) 사장(당시 보도국장)을 상대로 ‘국정원의 수사 개입 의혹’을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청탁하며 현금 200만원을 전달한 것은 언론을 권력의 입맛대로 주무른 정보기관의 ‘미디어 농단’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파업중인 '한국방송' 기자들의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고 사장에 대한 퇴진 여론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23일 보도자료를 내어 “국정원의 한국방송 담당 정보관(IO)이 2009년 5월7일치 '조선일보'의 ‘국정원 수사개입 의혹’ 기사에 대한 불보도를 한국방송에 요청했다”며 “이 과정에서 당시 보도국장을 상대로 현금 200만원을 집행한 예산신청서·자금결산서, 국정원 담당 정보관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개혁위는 “보도국장이 현금을 수수하고 불보도 행위를 한 것은 뇌물죄 해당 여지가 있어 검찰에 수사 의뢰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이 보도 불가를 요청한 '조선일보' 기사는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이 직원을 검찰 고위 관계자에게 보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종용했다’는 내용이다. 개혁위는 당시 원 원장이 노 전 대통령 구속 수사에 대한 국정 부담을 이유로 불구속 수사를 하되 ‘망신주기’를 시도하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개혁위는 또 “2009년 4월 ‘노 전 대통령의 이중성을 부각하라’는 원세훈 원장의 방침을 따라 국내정보부서 언론담당 팀장 등 국정원 직원 4명이 당시 '에스비에스'(SBS) 사장을 접촉해 노 전 대통령 수사 상황을 적극 보도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당시 에스비에스 사장은 하금열씨였으며, 그는 2011년 12월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대통령실장을 지냈다.

개혁위가 이날 보도를 막기 위해 한국방송 보도국장을 상대로 국정원이 현금을 집행한 사실을 공개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노조)는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성재호 노조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정원 개혁위 발표 내용이 사실이라면 (현재 사장이 된) 당시 고대영 보도국장은 국정원 첩보원 역할을 해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용돈을 받고 관리되는 대상처럼 보인다. 천인공노할 사건”이라며 “고 사장은 스스로 분명히 입장을 밝혀야 하고, 검찰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위원장은 “(당시 고 국장이 어떻게 기사를 무마했는지) 2009년 법조팀 기자들과 함께 구체적인 정황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한국방송은 공식 입장을 내어 “당시 고대영 보도국장이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기사 누락을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당사자에게 확인하지 않은 채 (개혁위가) 공개한 데 대해 법적 대응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고 사장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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