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찾은 지하철 화장실에서 막힌 변기를 마주하는 것처럼 난감한 일은 없을 것 같다.
가끔 화도 난다.
그런 경험이 있다면, 서울교통공사가 22일 공개한 이 자료를 한 번 살펴보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지하철 1∼4호선에 있는 화장실 가운데 변기가 가장 자주 막힌 곳은 '2호선 홍대입구역'과 '3호선 교대역'이었다.
두 역에서는 변기 막힘 현상이 보고된 것이 한 달 동안 55건이었다.
홍대입구역은 지난 7월(37건)에도 지하철 1∼4호선에 있는 화장실 가운데 변기가 가장 자주 막혔다. 8월(42건)에는 2위를 차지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홍대입구역은 서울 시내 지하철역 가운데 승객이 가장 많이 오가는 역 중 하나"라며 "인근에 유흥가가 발달한 데다가 역사 이용 승객도 많아서 그렇지 않을까 추정된다"고 말했다.
홍대입구역에서는 웬만하면 참자.
그 뒤를 잇는 악명 높은 화장실의 순위는 이렇다.
4호선 혜화역 50건
2호선 역삼역 45건
4호선 창동역 43건
2호선 시청역 37건
3·4호선 충무로역 36건
4호선 쌍문역 35건
1호선 종각역 34건
2호선 구의역 32건
물론 한 달 동안 변기가 한 번도 안 막힌 지하철 화장실도 있다.
2호선 왕십리·교대·문래·이대·용답·도림천역, 3호선 고속터미널·지축·녹번·잠원역 등이다.
지하철 화장실의 막힌 변기에서 발견된 물건들도 기상천외하다.
서울교통공사가 8∼9월 지하철 1∼4호선 화장실 변기 막힘 원인을 조사한 결과는 이렇다.
휴지 - 109건
빨대 - 32건
카드 - 26건 (응?)
플라스틱 뚜껑 - 20건
생리대 - 17건
나무젓가락 - 13건
비닐 - 11건
나무막대기 - 10건
종이컵 - 10건
대변 - 7건
변기가 막힌 건 여자 화장실보다 남자 화장실인 경우가 많았다.
5건이 일어났는데, 이 가운데 남자 화장실이 1715건이었다. 여자 화장실은 1430건에 그쳤다.
서울교통공사는 깨끗한 화장실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지난달부터 1∼4호선 모든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휴지통을 없앤 상태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앞서 2014∼2015년 단계적으로 5∼8호선 화장실에서 휴지통을 없앴을 때 처음에는 변기 막힘이 많이 늘어났지만, 시간이 흐르자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며 "이번에 도입한 1∼4호선도 몇 개월 지나면 시민들이 익숙해져 변기 막힘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